디즈니 인수 후보에 애플 이어 블랙스톤 부각, ESPN만 매각 전망도

▲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디즈니 인수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근 디즈니가 영입한 인사들이 블랙스톤 투자사 출신이며 인수합병 전문가라는 이유에서다. 사진은 미국 뉴욕에 위치한 블랙스톤 본사에 설치된 기업 로고.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디즈니가 영화 흥행 실패와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자 수 감소로 2분기 부진한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사들이 주가 목표를 낮추고 있다. 

이런 가운데 디즈니가 사모펀드 블랙스톤 관련 인사를 영입하면서 애플에 이어 블랙스톤이 인수 후보자로 떠오르고 있다. 스포츠 전문 채널인 ESPN만 매물로 내놓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8일(현지시각) 미국 엔터테인먼트 전문지 더랩은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디즈니를 인수합병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더랩은 디즈니가 최근 영입한 두 명의 임원이 모두 블랙스톤과 관계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디즈니는 현지시각으로 7월31일 스트리밍 사이트 캔들 미디어의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케빈 메이어와 톰 스태그스를 자문 역할로 임명했다. 

블랙스톤은 과거 캔들 미디어에 2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지원했었다. 블랙스톤이 투자했던 기업 CEO들을 디즈니가 영입하면서 블랙스톤의 디즈니 인수합병 논의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랩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1조 달러(약 1313조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대형 사모펀드다. 

디즈니의 시가 총액은 8월9일 기준 1610억 달러(약 211조9396억 원)로 나타난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다 하더라도 인수가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디즈니에 영입된 케빈 메이어가 인수합병 전문가라는 점도 디즈니 매각설을 부채질하는 요소로 꼽혔다. 

더랩에 따르면 케빈 메이어는 과거 디즈니에서 근무하던 시절 픽사, 마블엔터테인먼트, 21세기폭스 등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디즈니를 다른 기업에 매각하기 위해 인수합병 전문가를 데려왔다는 뜻이다. 

더랩은 “케빈 메이어는 수십 억 달러에 달하는 굵직굵직한 기업을 디즈니가 인수하는 과정을 성공적으로 설계한 인물”이라며 “블랙스톤은 막대한 자산을 활용해서 디즈니 전체를 인수할 수 있는 존재”라고 보도했다. 
 
디즈니 인수 후보에 애플 이어 블랙스톤 부각, ESPN만 매각 전망도

▲ 디즈니 매각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업은 애플이다. 애플의 하드웨어와 디즈니의 콘텐츠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근거로 제시된다. 사진은 6월5일 애플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에 깜짝 등장한 밥 아이거 디즈니 CEO의 모습을 유튜브에서 갈무리. <애플>

디즈니가 넷플릭스와 같은 신규 스트리밍 업체와 경쟁에 밀리고 최근 개봉 영화 흥행까지 저조한 모습을 보이자 주요 증권사들은 목표 주가를 내려잡고 있다. 

증권전문지 마켓워치에 따르면 영국 투자은행 애틀란틱 에쿼티는 디즈니의 목표 주가를 기존 113달러에서 76달러로 내렸다. 자산운용사 맥쿼리 또한 최근 디즈니 목표 주가를 103달러에서 94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디즈니의 사업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판단 아래 미래 기업가치를 기존보다 낮춘 것이다.

디즈니 매각설은 디즈니의 사업 전망이 부진하다는 의견이 나올 때 반복적으로 등장한 주제다.   

최근까지는 디즈니를 인수할 유력 후보 기업으로 애플이 지목됐었다. 

팀 쿡 애플 CEO가 애플을 콘텐츠와 서비스 플랫폼업체로 발전시키려는 중장기 목표를 이전부터 추진해 왔다는 점이 애플을 디즈니 인수의 유력 후보로 지목하게 만든 요소다. 

2023년 2분기 애플은 하드웨어 판매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동영상 스트리밍 매출이 포함된 서비스부문 매출이 크게 증가하며 콘텐츠 사업이 가진 잠재력을 증명했다. 

애플이 디즈니를 인수한 뒤 전 세계 수십억 대에 이르는 애플의 모바일 기기로 디즈니의 콘텐츠를 판매할 채널을 확보하게 된다면 성장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 

그러나 디즈니가 충분한 자금력을 갖춘 사모펀드 관련 인사들을 임명하면서 디즈니 인수전에 새 국면이 펼쳐지는 모양새다. 

더랩은 “블랙스톤과 애플을 제외하고는 디즈니를 인수할 만한 마땅한 후보자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더랩은 현재 미국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돼 이자 비용이 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인수합병이 어려울 수 있다며 디즈니가 회사 전체를 매각하기보단 스포츠 전문 채널인 ESPN만을 판매할 가능성 또한 함께 짚었다. 

디즈니는 한국시각으로 10일 오전5시30분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