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CEO 미국 반도체 보조금 놓고 삼성전자·TSMC 견제, "우리가 혜택 더"

▲ 팻 겔싱어 인텔 CEO(사진)가 미국 반도체 지원금을 두고 삼성전자와 TSMC를 직접적으로 겨냥하며 인텔에 더 많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인텔>

[비즈니스포스트] 팻 겔싱어 인텔 CEO가 미국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른 보조금을 삼성전자나 TSMC보다 인텔이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으며 적극적으로 견제에 나섰다.

해외 반도체기업과 달리 인텔은 핵심 반도체기술 연구개발(R&D) 센터를 대부분 미국 내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8일 반도체 전문지 EE타임스에 따르면 팻 겔싱어는 미국 정부에서 제공하는 520억 달러(약 68조 원)의 보조금을 두고 로비에 힘을 싣고 있다.

정부 예산은 한정적인 반면 다수의 반도체기업이 일제히 지원금을 노리고 대규모 시설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2조 원)를 들여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TSMC는 애리조나 공장에 400억 달러(약 52조 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뉴욕주에 최대 1천억 달러(약 131조 원)를 들여 메모리반도체 생산단지를 건립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인텔도 애리조나와 오하이오 등 지역에 40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앞두고 있다.

겔싱어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아스펜 안보포럼에 참석해 미국 정부가 인텔과 같은 자국 기업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제한이 인텔과 같은 기업에 미친 악영향을 만회하려면 정부가 미국 내 투자에 필요한 비용을 일정 부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문기관 알브라이트스톤브릿지는 EE타임스를 통해 “인텔은 (미국 정부에서) 수십억 달러의 반도체공장 설립을 요청받았다”며 “게다가 중국 수출 제한으로 이중고를 겪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으로 인텔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겔싱어는 더 나아가 삼성전자와 TSMC 등 반도체 파운드리 경쟁사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인텔이 이러한 해외 기업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삼성전자와 TSMC가 미국에 투자하는 것은 반길 만한 일이지만 인텔의 핵심 기술 연구개발은 모두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자연히 더 많은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텔 CEO 미국 반도체 보조금 놓고 삼성전자·TSMC 견제, "우리가 혜택 더"

▲ 인텔의 미국 애리조나주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인텔>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은 모두 미국 상무부에 반도체 지원금 신청 절차를 밟으며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누가 더 많은 보조금을 받게 될 지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텔이 적극적으로 미국 정부에 경쟁사보다 많은 지원을 요구하면서 상무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TSMC는 최근 대만에 2나노 등 첨단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는 새 연구소를 설립하고 개소식을 열며 핵심 기술을 대부분 대만에서 연구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대만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통해 중국의 침공 위협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낮추는 것을 의미하는 ‘실리콘 방패’에 TSMC가 더욱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역시 미국에 기술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반도체 미세공정과 같은 핵심 기술은 대부분 한국에서 전문인력을 통해 개발하는 체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반도체 기술 경쟁력에 기여하는 인텔이 더 많은 보조금을 받아야 한다는 겔싱어의 주장에 더 힘이 실릴 가능성이 충분하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다방면으로 미국 정부의 도움을 받고 있다.

향후 도입하는 1.8나노(18A) 등 첨단 공정으로 미국 국방부에서 사용하는 반도체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대표적으로 지목된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을 시행하는 목적은 자국 내에서 첨단 반도체 자급체제를 구축하는 데 이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다.

자연히 인텔과 같은 미국 기업이 더 큰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겔싱어가 삼성전자와 TSMC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도 미국 정부가 이를 충분히 고려해 지원금 규모를 산정하는 데 참조할 것이라는 확신을 바탕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최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과 미국의 국가 안보를 지켜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