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래의 CEO에게도 좋은 전통으로 남을 것으로 생각한다.”

김경호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위원장은 6일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의 용퇴 소식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KB금융 윤종규 경영승계도 리딩금융 입증, 선진 지배구조 선례에 한발 다가서

윤종규 회장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용퇴 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2014년 11월21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윤 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윤 회장이 KB금융에 안정적 지배구조와 경영승계 시스템을 구축한 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스스로 물러나는 선택을 한 것이 좋은 선례로 남아 다음 CEO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는 KB금융 외부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7일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의 용퇴로 KB금융이 선진 지배구조의 선례를 만드는 데 한 발 다가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진화한 지배구조는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안정적 경영승계를 필수 요소로 한다. 그런 측면에서 윤 회장의 용퇴는 KB금융이 앞으로 새 회장을 선임하는 과정의 불확실성을 크게 줄였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윤 회장이 별다른 거취 표명 없이 시간을 계속 보냈다면 KB금융은 향후 1차와 2차 숏리스트 발표 과정에서 윤 회장의 연임 도전 가능성을 놓고 불필요한 잡음이 불거져 나올 가능성이 컸다.

이는 KB금융 경영승계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부정적 이미지를 더할 수 있었는데 윤 회장이 선제적 결단을 통해 이를 사전에 차단한 셈이다.

윤 회장은 용퇴를 통해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KB금융이 국내 리딩금융그룹이라는 점을 입증한 것으로 평가된다.

윤 회장은 2014년 11월부터 9년 가까이 KB금융을 이끌며 자산, 순이익 측면에서 KB금융을 단단한 국내 1등 금융그룹 자리에 올려놓았다.

다만 경영승계 등 지배구조는 순이익이나 자산규모처럼 정량적 수치가 없는 만큼 리딩금융그룹을 따지기 쉽지 않았는데 KB금융은 윤 회장의 이번 선택으로 확실한 차별성을 확보했다.

국내 금융지주 회장들은 그동안 연임을 통해 자리를 지키려다 마지막 순간 어쩔 수 없이 물러나는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았다.

반면 윤 회장은 2014년 취임 뒤 이른바 KB사태 내분에 따른 혼란을 수습하고 안정적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구축한 뒤 스스로 물러남을 선택했다.

그동안 아름다운 퇴진이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윤 회장의 용퇴 결정은 KB금융을 넘어 국내 금융지주 경영승계 전반에 걸쳐서도 좋은 전통으로 남을 수 있는 셈이다.

후배 경영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시점에 용퇴를 발표했다는 점도 의미를 지닌다.

윤 회장은 다음 회장 선임을 위한 1차 숏리스트 발표를 이틀 앞두고 용퇴를 알렸다.

윤 회장은 애초 8일 발표되는 1차 숏리스트 6명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윤 회장이 스스로 연임을 포기하면서 1차 숏리스트에 윤 회장을 대신해 한 명 더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생겼다.

KB금융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금융지주에서는 3년 마다 이뤄지는 회장 선임 과정이 지배구조 관련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그룹 내부에서는 숏리스트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다음 리더로서 그룹 내 입지를 한 단계 높이는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KB금융에서 유력한 회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양종희, 이동철, 허인 부회장 3인 역시 과거 숏리스트에 포함된 뒤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KB금융에 따르면 윤 회장은 연초부터 KB금융의 바톤을 후임 회장에게 넘길 뜻을 이사회에 조금씩 비쳐왔다.

윤 회장이 오랜 기간 용퇴 의사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는 것인데 이를 고려하면 최근 나온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실린 윤 회장의 CEO메시지는 작별 인사로도 읽힌다.

윤 회장은 이번 보고서에서 CEO메시지 가운데 고객과 주주에게 전하는 감사인사를 따로 빼 큰 글씨로 강조했다.

윤 회장이 별도로 강조한 부분은 이렇다.

“KB금융에 변함없는 신뢰와 사랑으로 성원을 보내주시는 고객님과 주주님, 아울러 KB금융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는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도 KB금융은 이해관계자와 긍정적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고객의 행복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세상을 바꾸는 금융’을 실현해 나가겠습니다.” 이한재 기자
 
KB금융 윤종규 경영승계도 리딩금융 입증, 선진 지배구조 선례에 한발 다가서

▲ KB금융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 CEO메시지. < KB금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