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반도체 생산 중심지는 대만' 강조, 미국 공장 투자계획 축소할까

▲ 대만 TSMC가 반도체 파운드리 2나노 미세공정을 중점적으로 개발하는 연구소 운영을 시작한다. TSMC 연구개발센터.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TSMC가 대만에서 첨단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R&D) 센터를 신설해 운영을 시작하며 대만이 반도체 생산의 중심지로 계속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반도체공장의 가동 시기를 늦춘 시점에서 대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해외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을 축소하는 등 사업 전략에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TSMC는 28일 대만 북부에 위치한 주커에서 반도체 연구개발 센터 개소식을 열었다.

장중머우 TSMC 창업주와 류더인 회장, 웨이저자 CEO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을 비롯해 왕메이화 타이완 경제부장관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진행했다.

대만 경제일보에 따르면 해당 연구소는 TSMC가 2025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2나노 첨단 미세공정 기술을 중점적으로 개발한다. 9월 전까지 약 7천 명의 전문인력이 합류하는 대규모 연구소다..

주커는 TSMC가 신설하는 2나노 반도체 생산공장이 위치한 지역이다. 연구개발 센터와 반도체공장 사이 원활한 협업을 추진하기 위해 연구소도 가까운 부지에 신설된 것이다.

왕메이화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제 ‘탈대만화’라는 말은 더이상 나오지 않게 될 것”이라며 “TSMC의 첨단 반도체 연구소와 생산공장이 모두 대만에 위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TSMC가 연구개발 센터 설립을 계기로 대만에 첨단 반도체 투자를 더욱 집중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웨이저자 CEO도 “TSMC는 대만에 뿌리를 두게 될 것이라는 점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전 세계에 생산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중심을 옮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만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TSMC의 미국과 일본, 유럽 등 해외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TSMC가 여러 고객사 수요에 대응하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하려면 생산 거점 다변화는 필수적이지만 결국 대만의 투자 유치 기회가 줄어들고 반도체 전문인력이 유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대만에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며 중국의 침공 등 위험에 대응하는 일을 돕는 것도 결국에는 TSMC의 반도체 공장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했다.

TSMC가 첨단 반도체 생산공장을 대만 이외 국가에 건설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면 자연히 이러한 대만의 ‘실리콘 방패’도 약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행사에서 TSMC가 대만을 반도체 생산의 중심지로 강조한 것은 이러한 우려 섞인 시각에 응답한 것으로 해석된다.

장중머우 창업주 역시 “반도체 연구 시설과 생산공장은 매우 긴밀하게 협업해야만 한다”고 강조하며 대만에 제조 거점이 집중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TSMC가 지금 상황에서 대만을 중요한 생산 거점으로 강조한 것은 미국을 비롯한 해외 반도체공장 투자 및 가동 계획에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TSMC '반도체 생산 중심지는 대만' 강조, 미국 공장 투자계획 축소할까

▲ TSMC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 TSMC >

최근 열린 2분기 실적발표 행사에서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신설하는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가동 시기를 당초 계획된 2024년에서 2025년으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현지 전문인력 부족과 인건비를 비롯한 투자 비용 증가가 공장 가동 지연에 이유로 꼽혔다.

다만 TSMC가 돌연 공장 가동을 늦추기로 한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금 문제가 얽혀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TSMC는 미국 정부가 총 400억 달러(약 51조 원)에 이르는 투자 비용 가운데 150억 달러를 지원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520억 달러의 반도체 지원법 예산을 TSMC뿐 아니라 인텔과 삼성전자, 마이크론과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다수 기업에 제공해야 하는 미국 정부 입장에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더구나 미국 정부는 TSMC를 비롯한 반도체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은 뒤 중국에 투자를 자제하거나 초과이익을 반환하고 회사 기밀정보도 공유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TSMC가 이런 조건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보조금 규모와 투자 조건을 두고 미국 정부와 대화를 이어오고 있었지만 입장차를 좁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TSMC가 미국 반도체공장 가동을 늦추는 동시에 대만을 반도체 생산 중심지로 강조한 것은 앞으로 투자 계획 방향성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반도체공장에 들이는 투자 규모가 현재 내놓은 계획보다 크게 줄어드는 대신 대만에 생산 투자를 더욱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만이 안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내 고객사의 수요 등을 고려하면 불리한 선택이지만 비용 등 실리적 측면을 고려한다면 TSMC에 많은 장점을 갖추고 있다.

TSMC는 최근 900억 대만달러(약 3조7천억 원)를 들이는 반도체 패키징 공장도 대만에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