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5일 서울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이상민 장관 탄핵심판에서 9명 재판관 만장일치로 기각판결을 내렸다. 국회가 지난 2월8일 이 장관을 탄핵소추한 지 167일 만이다.
이 장관은 이날 헌재의 기각 판결이 내려진 즉시 업무에 복귀하게 됐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국무위원 탄핵심판에서 재판관 4명 이상이 탄핵에 반대해 기각되면 선고가 내려짐과 동시에 국무위원은 업무에 복귀한다.
6개월여 만에 행안부로 돌아온 이 장관은 가장 먼저 탄핵 사유였던 재난대응 부분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이미지 회복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행안부는 이 장관이 헌재 판결결과가 나온 뒤 즉각 업무에 복귀했으며 이날 오후 5시 충남 청양군 호우 피해지역 일대를 둘러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집중호우로 충북과 경북을 중심으로 인명피해가 잇따라 발생했고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에서는 부실 대응 정황도 발견되고 있는 만큼 행안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실도 이 장관이 행안부 장관으로서 재난대응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대책안전본부장을 맡는 만큼 수해복구 및 지원과 관련된 정부 활동에 탄력이 붙길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각종 재난 주무부처인 행안부가 장관 직무대행 체제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을 나타내 왔다.
▲ 윤석열 대통령이 7월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주한 비상주대사 신임장 제정식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기후변화로 일상화된 기상이변을 고려한 정부 재난 대응체계 전면 재정비를 주문했다.
이에 따라 전국의 지자체와 정부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해야 할 행안부의 역할론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앞으로 이 장관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 장관이 최근 수해와 관련해 책임론이 커지고 있는 경찰의 불만을 가라앉히기 위해 힘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이 오송 지하차도 참사 부실대응과 관련해 경찰 책임론을 제기한 뒤 검찰이 청주 흥덕경찰서, 충북경찰청 등 10여 곳에 압수수색을 진행하자 일선 경찰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27일부터 세종정부청사 국무조정실 앞에서 ‘궁평 지하차도 참사 경찰 책임전가 규탄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한다.
다만 이 장관이 복귀 후 대통령실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는 데 그친다면 경찰의 반발을 더욱 키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장관은 취임 초기 경찰국 설치와 관련해 전국경찰직장협의회와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이 장관이 법적 책임을 덜어내고 복귀하는 만큼 윤석열 정부 2년차 내각 안에서 더욱 입지를 다질 것이라는 시각도 떠오른다. 연말까지 순차개각이 진행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이 장관은 개각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내년 총선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선거관리를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중량감 있는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내각에서 떠나가면 윤석열 대통령과 개인적으로도 돈독한 관계인 이 장관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이 장관은 헌재 판결이 나온 뒤 몸을 낮추면서도 앞으로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업무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장관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10·29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탄핵소추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안전한 대한민국,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어디서나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어떤 마음과 자세를 가져야 할지 지난 6개월간 많이 고심했다"며 "천재지변과 신종재난에 대한 재난관리체계와 대응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국가 균형발전과 지방시대를 열어가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