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DGB금융지주가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고도화하기 위한 작업에 골몰하고 있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8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다음 회장 후보 윤곽이 뚜렷하지 않아서다.

김 회장은 국내 처음으로 은행장 선임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에 성과를 냈지만 본인의 후계 양성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는 의견도 금융권 일각에서 나온다.
 
DGB금융 차기 회장에 쏠리는 눈, 김태오 경영승계 프로그램 마련 분주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2023년 3월 끝나지만 다음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없다. 사진은 김 회장이 6월30일 ‘2023년 경영진 워크숍’에서 발언하는 모습.


24일 DGB금융지주에 따르면 김 회장 임기는 2024년 3월 끝난다. 

DGB금융지주 규정상 김 회장의 재연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집권에 제동을 걸고 있어 김 회장이 연임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김 회장은 2018년 5월 DGB금융 회장에 취임했고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DGB금융지주 다음 회장 선임까지 채 1년도 남지 않았는데도 정작 그룹 안팎에서는 차기 회장 후보와 관련해 아무 말도 나오지 않고 있다.

보통 부회장을 두지 않은 금융지주에서는 은행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여겨지지만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올해 1월 취임해 회장 후보로 입지를 다질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DGB금융지주는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 회장 후보군 규모도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DGB금융지주의 2022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보면 2022년 말 기준으로 최고경영자 승계 절차와 관련해 단 2명의 기본 후보군만 보유하고 있다. 2명 모두 내부 인물로 외부 후보는 없다. 

KB금융지주나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기준으로 각각 20명, 11명의 차기 회장 후보군을 두고 있던 것으로 파악된다. KB금융지주는 내부 10명, 외부 10명 등 모두 20명의 후보군을 관리했으며 신한금융지주는 내부 후보 11명을 뒀다.

지방 금융지주인 BNK금융지주도 10명 정도의 회장 후보군을 관리하고 있다.

DGB금융지주 관계자는 “회장 후보군은 최고경영자 경영 승계계획에 따라 기본후보군과 예비후보군으로 구분된다”며 “2022년 말 연차보고서에 2명 후보는 기본후보군만을 표현한 것으로 임기 만료 6개월 전 경영승계 개시 결정을 하게 되면 예비후보군 중에서도 롱리스트 후보를 선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예비후보군에 포함되는 분은 17명 정도이며 이분들 가운데 일부를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CEO 육성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이라 김 회장은 회장 승계 프로그램 마련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차기 회장 후보의 역량을 충분히 검증하고 또 그룹 안팎에서 지지를 얻으려면 회장 선임 과정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DGB금융지주는 현재 회장 승계 프로그램 등 그룹 내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고도화하기 위한 외부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DGB금융 차기 회장에 쏠리는 눈, 김태오 경영승계 프로그램 마련 분주

▲ 4월3일 대구은행 제2본점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과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배구조 선진화 금융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DGB금융지주는 컨설팅 결과가 나오면 내부 적용 방안 등을 논의하고 금융당국 등과 이를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DGB금융지주는 앞서 4월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참석한 ‘지배구조 선진화 금융포럼’에서 은행장 선임과 같이 회장 경영승계 프로그램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른 시일 안에 외부 전문기관과 함께 가장 모범적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수립해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김 회장은 최근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간 KB금융지주의 사례를 적극 참고할 수도 있어 보인다. 

KB금융지주는 앞선 선임 절차와 비교해 숏리스트 선정부터 최종 후보 선정까지 걸리는 검증 기간을 늘리고 평가 방식 등을 개선하며 회장 선임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더욱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 회장은 2019년 1월부터 2020년 말까지 대구은행장도 겸직했는데 이때 투명한 인재 육성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느끼고 대구은행장 선임 육성·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대구은행은 이 프로그램에 따라 행장을 선임하기 만 2년 전에 롱리스트를 정하고 선임 1년 전에 숏리스트를 정한다. 숏리스트로 선정된 후보들은 중요 계열사 업무 파악, 어학능력 개발 등 심화교육을 받는다. 

최종후보로 선발된 1명은 6개월 동안 지주 회장과 멘토링, CEO코칭 프로그램, 글로벌 연수 등을 받으며 은행장으로서 역량을 강화한 뒤 대구은행장에 선임된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