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DB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받은 비욘드메타버스가 확장현실 플랫폼 비욘드커넥트를 기반으로 첫 '디지털 수술'에 나선다. 비욘드커넥트를 활용한 수술 예시. <비욘드메타버스> |
[비즈니스포스트] 프랑스와 미얀마에 있는 두 의사가 동시에 수술을 준비한다. 실제 환자는 미얀마에 있지만 프랑스 의사도 3D로 재현된 가상 환자를 본다.
프랑스 의사가 신중하게 수술 부위를 표시하자 동시에 미얀마 의사의 눈앞에도 같은 모습이 나타난다. 미얀마 의사가 사용하는 수술 도구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로 프랑스 의사에게 공유된다.
9월 미국 스타트업 비욘드메타버스가 시행할 ‘디지털 수술’의 한 장면이다. 확장현실(XR) 기술이 의료 분야에 적용돼 8500km 거리를 두고 떨어진 두 의사에게 실감 나는 협업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비욘드메타버스는 이같은 기술의 경쟁력을 인정받아
조영식 에스디바이오센서 이사회 의장의 개인 투자회사 SDB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구체적인 사업구조와 향후 계획을 듣기 위해 아담 최 비욘드메타버스 CEO를 만나봤다.
20일 최 CEO는 비즈니스포스트와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현재 글로벌 수술 기술과 의료 전문성이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어 인구 80억 명 중 50억 명은 고품질 수술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비욘드메타버스의 플랫폼 ‘비욘드커넥트’를 활용하면 수술 전문가가 거리나 지역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욘드커넥트는 ‘수술자’와 ‘감독자’ 역할을 디지털로 연결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수술자는 실제로 수술을 수행하는 의료인을, 감독자는 수술 경험이 더 많은 전문가를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감독자가 같은 수술실에 있어야만 수술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비욘드커넥트는 수술자와 감독자가 서로 떨어져 있어도 충분한 협업이 가능하도록 수술 환경을 3D로 구현한다. 환자는 물론 수술 도구까지 디지털로 복제해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감독자가 지시한 내용은 수술자의 시야에 바로 나타난다.
최 CEO에 따르면 이런 확장현실 시스템은 기존에 개발된 2D 기반 원격수술 시스템과 비교해 몰입도가 높아 더 정밀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비욘드메타버스는 비욘드커넥트를 실증하기 위해 앞에서 소개했듯 9월 프랑스와 미얀마를 무대로 디지털 수술을 준비하고 있다. 이후에도 꾸준히 수술 데이터를 쌓아 실효성을 입증하는 한편 상업화를 추진한다. 2024년 1분기 출시가 목표다. 미국이나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와 남미도 공략하기로 했다. 세계의 의료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선다는 취지다.
최 CEO는 “9월 우리의 첫 수술은 수술 의료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며 “비뇨기과 수술에 초점을 맞춰 이니셔티브를 시작하고 이후 정형외과, 심장병, 뇌수술, 그리고 그 순서대로 장기 이식으로 확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아담 최 비욘드메타버스 CEO가 20일 비즈니스포스트와 온라인 인터뷰에 참석해 확장현실 기반 디지털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욘드커넥트는 비단 실제 수술뿐 아니라 수술 훈련, 의료 장비 훈련에도 활용 가능하다. 특히 의료 장비 훈련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는 산업현장에 적용될 수도 있다.
비욘드메타버스는 다양한 사업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 생산기술연구소(KITECH), 컨설팅기업 액센츄어, 제약사 사노피, 미국 예일대 등과 폭넓게 교류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한국법인도 세웠다.
이처럼 신시장 개척을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SDB인베스트먼트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합류했다.
SDB인베스트먼트는
조영식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기업이다. 작년 비욘드메타버스 시드 투자에 참여했다. 이후 조 의장은 비욘드메타버스 이사회 의상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비욘드메타버스는 공동 연구개발, 시장 진입 및 확장, 의료제품 교육훈련, 규제 승인 절차 등 여러 측면에서 SDB인베스트먼트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최 CEO는 “현재까지 SDB인베스트먼트와 협력을 통해 우리는 더욱 강화된 연구개발 역량을 가지게 됐고 우리의 제품이 실제 시장에서 어떻게 반응을 얻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며 “SDB인베스트먼트 네트워크를 통해 연간 3억 건 이상의 수술을 혁명적으로 개선하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비욘드메타버스는 2021년 최 CEO와 캐나다 토론토메트로폴리탄대학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인 정준 CTO를 주축으로 설립됐다. 정 교수가 오랫동안 개발해온 항공기 관련 메타버스 기술들을 의료를 비롯한 다른 산업에도 접목하기 위해서다.
최 CEO는 미국 텍사스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했고 카네기멜론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이후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과 진단기업 엘리어(현재 애보트) 등을 거쳤다. 의료기기업체 나노엔텍, 진단기업 이뮤노스틱스에서 CEO로 일하기도 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