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미국 반도체공장 건설에 대만 인력 투입, '현지 노동자 차별' 논란

▲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 파운드리공장을 건설하며 대만 출신 인력으로 현지 근로자를 대체할 것이라는 논란이 고개를 든다. TSMC 반도체 생산공장. < TSMC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대규모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현지 건설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받게 될 수 있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TSMC가 최근 대만 출신 인력을 건설현장에 대거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 기존 노동자를 밀어내거나 임금을 삭감하는 근거로 들 수 있다는 것이다.

14일 지역언론 애리조나패밀리 보도에 따르면 TSMC 공장 건설에 참여하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지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TSMC는 현지 공장 투자에 모두 400억 달러(약 50조6천억 원)를 들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현재 첫 번째 공장의 외관을 마무리하고 장비를 반입하는 등 절차가 진행된다.

내년으로 예정된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TSMC는 공장에 투입하는 인력을 최근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의 인력은 대만에서 미국으로 이동해 반도체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안정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대만에 위치한 TSMC 기존 공장에서 근무하던 엔지니어 등이다.

애리조나패밀리에 따르면 기존에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던 현지 노동자들은 대만 출신 인력이 대거 투입되는 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TSMC가 대만 출신 인력으로 현지 노동자를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거나 이들 임금을 들어서 현지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으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리조나패밀리는 TSMC 측에 이러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내용을 전했다고 밝혔다.

TSMC 관계자는 애리조나패밀리를 통해 “첨단 반도체 공정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추고 있던 인력을 필요로 했다”며 “이들이 애리조나에 체류하는 기간은 짧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TSMC는 대만 출신의 인력 배치가 현재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1만2천여 명의 현지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현지 노동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TSMC 경영진이 그동안 공식 석상을 통해 미국에서 고용 문제와 관련한 어려움을 토로했기 때문이다.

TSMC는 미국에서 반도체공장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데 드는 인건비 등 비용이 대만 공장의 2배 수준을 넘는다고 밝힌 적이 있다.

장중머우 TSMC 창업주는 최근 미국 반도체공장에 노조 설립 가능성을 두고 반대하는 뜻을 보이기도 했다.

TSMC가 미국 노동자를 대만 인력과 비교하며 야근이나 초과근무를 꺼린다는 점을 지적한 것도 앞으로 애리조나 공장에서 현지 노동자 고용을 선호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근거로 꼽힌다.

다만 대만에서 일하던 인력을 미국으로 이동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현실적 측면을 고려하면 TSMC 미국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대부분은 결국 현지인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대만 정부도 TSMC의 미국 공장 건설로 자국의 우수한 반도체 인재가 유출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애리조나패밀리에 따르면 애리조나주의 마크 켈리 상원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TSMC 반도체공장이 애리조나 현지 인력으로 채워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