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이 반도체 설계자산(IP)을 공격적으로 확보해 TSMC와 격차를 좁히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25년 2나노 공정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에서 세계 1위 TSMC와 진검승부를 벌이게 되는데 고객 확보 경쟁에서 반도체 설계자산 확보가 승부처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IP 확보 힘 준다, 경계현 TSMC와 2나노 진검승부의 열쇠

▲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에서 TSMC와 격차를 좁히기 위해 반도체 설계자산(IP)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사진은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 <삼성전자>


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삼성전자와 TSMC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공정 기술력이 아닌 반도체 설계자산(IP)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IP란 반도체의 특정 기능을 회로로 구현한 설계 블록을 말한다.

반도체 IP가 있으면 기존의 설계 블록을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반도체 설계의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마치 ‘레고 블록’의 종류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원하는 모양을 손쉽게 구현할 수 있는 것과 유사하다.

반도체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가 모든 것을 직접 설계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반도체 생산 주문을 맡기는 팹리스 입장에서는 IP를 많이 갖추고 있는 파운드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팹리스가 IP업체와 협력하면 칩 개발부터 양산에 이르는 시간을 약 50%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 핵심인 파운드리 사업에서 IP가 매우 중요한 자산인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IP 시장은 2019년 39억 달러에서 연평균 16.8%씩 성장해 2025년 10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최근 파운드리 IP 로드맵 전략을 공개하며 시놉시스와 케이던스, 알파웨이브 등 반도체 IP 빅3과 파트너십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경계현 사장은 6월9일 연세대학교 제3공학관에서 열린 ‘삼성전자 대표이사 세미나’에서 “호텔에 갈 때 지어지기도 전에 돈 내고 가는 사람은 없다. 고객마다 원하는 게 다 다르기 때문에 고객 성향에 맞춰 여러 가지를 구비해야 한다”며 “다양한 IP 벤더와 최근 빅딜을 했다. 우리가 많은 비용을 줘야 하지만 IP 확충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IP 확보 힘 준다, 경계현 TSMC와 2나노 진검승부의 열쇠

▲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모습.



하지만 반도체 IP는 여전히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4500여 개의 IP를 확보한 반면 경쟁사인 TSMC는 약 5만5천 개의 IP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의 IP가 2017년 파운드리사업부 출범 이후 3배 수준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TSMC와 격차가 10배 이상 차이나는 것이다.

인텔이 올해 4월 반도체 설계기업 ARM과 1.8나노 반도체 칩을 만드는 데 협력한다고 발표한 것도 IP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ARM은 모바일 반도체 IP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최첨단 3나노 공정에서 TSMC를 기술적으로 추격할 발판을 마련한 뒤 2025년 다음 단계 공정인 2나노에서 TSMC, 인텔 등과 진검승부를 벌인다. 2나노 고객확보 경쟁에서 반도체 IP가 승부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운드리 고객인 팹리스는 빠른 시간에 칩을 개발해 적기에 시장에 출시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 따라서 2나노 기술력이 중요할 뿐만 아니라 반도체 설계에 들어가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IP가 많은 파운드리를 선택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IP 확대를 위해 글로벌 IP 업체들과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인수합병(M&A)나 지분 투자 등을 통한 IP 확보도 병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기업 ARM에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고객사 입장에서는 시스템 반도체를 제작하기 위해서 수십, 수백 개의 IP 블록을 기능적으로 통합해야 하는데 이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며 “중소형 벤더(팹리스)를 위한 IP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다양한 IP 포트폴리오와 검증된 IP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