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가 베트남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로밍 서비스를 넘어 현지 라이드헤일링(차량호출 서비스) 2위 업체와 손잡고 베트남 ‘직접 진출’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 베트남 교두보 다져, '경제사절' 류긍선 그랩 아성에 도전

▲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가 22일부터 베트남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며 현지 기업들과 교류를 맺고 있다.


23일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류긍선 대표이사는 전날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방문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으로 참가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카카오그룹 안에서 유일하게 참가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베트남 현지의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들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서비스 인프라 기술과 경험을 전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류긍선 대표는 베트남 방문 첫 날인 22일 모빌리티·관광 분야 스타트업을 만나 간담회를 열고 카카오모빌리티가 보유한 모빌리티 기술과 플랫폼 구축 경험을 공유했다.

기업간거래(B2B) 물류중개 플랫폼 및 운송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에코트럭과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6월 중간물류 솔루션 개발 기업 위드원스를 인수했고 화물중개 플랫폼인 화물마당의 지분 49%를 매입하며 중간물류 시장에도 발을 담갔다.

류 대표는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자동차제조업도 하는 빈(VIN)그룹, 베트남 차량호출 서비스 2위 기업인 비(Be)그룹과도 미팅을 진행한다.

류 대표가 만나는 기업 가운데 특히 비그룹에 관심이 쏠린다.

비그룹은 동남아시아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차량공유 시장 1위 기업 그랩에 이어 베트남에서 2위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BE를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시장 자문회사 ABI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베트남 차량공유 시장에서 1위는 73%를 차지한 그랩, 2위는 16%의 BE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비그룹과 손잡고 베트남에서 차량호출 서비스 협업에 나설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를 글로벌 진출 원년으로 선포하고 △국내 이용자가 해외에서도 카카오T 앱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아웃바운드’ 서비스 △해외 이용자가 한국에 입국해 카카오T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는 ‘인바운드’ 서비스 △해외 현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해외 직접 진출’ 등 세 가지 축을 기반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부터 베트남에 진출해 로밍을 통한 카카오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T 앱 이용자들이 베트남에서도 현지 업체의 차량을 호출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베트남 외에도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7개 나라에서 카카오T 로밍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T 로밍 서비스는 현지에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아도 진출이 용이하지만 기존 카카오T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한국인들만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한계점이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베트남 현지기업인 비그룹과 차량공유 서비스에서 협력한다면 비그룹은 카카오모빌리티의 플랫폼·모빌리티 관련 기술을 전수받고 카카오모빌리티는 베트남 이용자까지로 서비스 대상을 넓힐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베트남 인접국인 라오스에서 직접 현지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로밍서비스를 통한 서비스 제공을 넘어 직접 진출하기 위해 그랩이나 고젝 등 시장 지배기업자들의 영향이 비교적 약한 라오스에 올해 1월 현지 전용 플랫폼 구축을 시작한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라오스 현지기업인 엘브이엠씨홀딩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엘브이엠씨홀딩스는 라오스 차량판매 1위 기업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안에 라오스 전용 플랫폼을 구축하고 현지 환경에 적합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라오스에서의 서비스 운영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동남아 전역으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다만 2020년 상반기 기준 그랩이 75%의 점유율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베트남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번 경제사절단에서 류 대표가 현지 기업들과 기술 및 사업 협력을 모색하는 것은 베트남 직접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쌓는 것으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 계획이 나오기는 어려운 단계다”며 “여러 기업들과 해외 진출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열어놓고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