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미자동차노조가 올해 미국 자동차기업을 상대로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분석이 나왔다.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 <로이터>
전미자동차노조가 대표교섭 지위를 확보한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오하이오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도 영향권에 놓였다.
22일 디트로이트뉴스에 따르면 투자은행 뱅크아메리카는 자체 콘퍼런스를 통해 “전미자동차노조가 하반기에 최소 1곳의 자동차기업을 상대로 파업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전미자동차노조가 노사협상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앞으로 4년 동안 근로자 임금을 현재보다 25~30% 높여 받게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바라봤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이른 시일에 빅3 자동차기업과 잇따라 임금협상을 진행한다. 4년마다 이뤄지는 협상인 만큼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인상을 요구하려 할 공산이 크다.
특히 전미자동차노조 역사상 처음으로 조합원 직접투표로 당선된 숀 페인 위원장이 올해 초 취임할 때부터 이전보다 공격적인 태도를 예고한 만큼 더욱 강경한 대응이 예상된다.
숀 페인 위원장은 최근 조합원을 향한 메시지를 통해 파업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빅3 자동차기업과 협상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힘을 합치겠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물가 상승과 전기차 중심의 자동차산업 전환 등에 따른 충분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임금 인상 이외에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공장으로 근로자 고용승계 등 조건도 논의된다.
포드와 GM, 스텔란티스 등 자동차기업이 현재 언급되는 25~30% 이상의 임금 인상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결국 노사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서 9월 중 파업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이러한 파업이 단일 자동차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대신 다른 제조사까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미국 자동차산업에 노사갈등이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빅3 자동차기업의 사업 운영비에서 인건비 비중은 현재 16%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임금 인상이 현실화되면 전체 수익성을 절반 가까이 해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자동차기업들이 이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에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4년에 걸쳐 인건비 상승에 따른 부담까지 지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한국 배터리업체도 영향권에 놓이도록 하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의 임금협상은 우선 빅3 자동차기업의 차량 생산공장을 대상으로 하지만 노조 측은 해당 기업이 참여하는 배터리 합작공장에도 동일한 조건을 적용하려 한다.
▲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미국 오하이오 배터리공장 내부. <얼티엄셀즈>
결국 해당 공장이 노조의 배터리 제조설비 근로자 임금 인상 요구에 첫 타깃으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
더구나 파업사태가 자동차 제조공장을 넘어 배터리 생산시설까지 확산된다면 최악의 경우 공장 가동이 차질을 빚는 등 사태를 피하기 어려워진다.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실적도 전미자동차노조와 자동차기업들 사이 노사협상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만약 파업이 벌어지지 않고 노사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된다면 이는 곧 노조의 강력한 임금 인상 요구가 상당 부분 받아들여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자연히 배터리공장에서 인건비 부담이 커져 수익성이 낮아지는 일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 배터리 합작공장은 연초부터 노사 임금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 측에서는 평균 임금을 현재의 최대 2배까지 인상하라는 요구를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미자동차노조가 임금 협상이나 파업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다면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미국에 건설하고 있는 다른 공장은 물론 SK온과 포드, 삼성SDI와 GM 및 스텔란티스가 미국에 신설하는 배터리공장까지 영향이 퍼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해당 공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도 전미자동차노조의 대표교섭 지위 확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현지시각으로 17일 미국 노조 행사에 참석해 연임을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는 "노조 조합원들이 당장 내일 파업을 한다면 미국 전체가 일시정지 상태에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노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들의 활동을 적극 지지하겠다는 방향성을 재확인한 셈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전미자동차노조 파업 현실화 가능성은 90% 이상”이라며 “우리는 현재 자동차 산업에 매우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