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호반건설이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600억 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호반건설이 그룹 총수인 김상열 호반장학재단 이사장의 자녀 등 특수관계인 소유 회사인 호반건설주택, 호반산업 등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사업기회를 제공한 부당내부거래 행위에 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608억 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 호반건설이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608억 원을 부과받았다. 사진은 호반건설 우면동 사옥. <호반건설>
공정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김 이사장의 장남인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 사장 소유의 호반건설주택과 차남 소유의 호반산업, 그리고 각 회사의 완전자회사 등 9곳에 ‘벌떼입찰’로 낙찰받은 공공택지 23곳의 매수자 지위를 양도했다.
벌떼입찰은 건설사가 계열사를 대거 동원해 편법적으로 공공택지를 낙찰받는 것을 말한다.
호반건설은 계열사들에 입찰참가 신청금 약 1조5753억 원 규모를 무이자로 빌려주는 등 비용을 들여 택지를 확보했다. 그리고 택지에 아파트를 건설해 분양하면 약 9083억 원의 이익을 거둘 것으로 내부적으로 예상했는데도 이익을 포기하고 이를 오너2세 회사들에 양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호반건설은 택지 양도 뒤에도 업무, 인력, 프로젝트펀드 대출 지급보증 등을 통해 호반건설주택과 호반산업, 그 자회사들을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김 이사장 아들들이 보유한 회사들은 공공택지 23곳 시행사업에서 분양매출 5조8575억 원, 이익 587억 원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호반건설의 부당지원 행위가 편법적 지분승계로 이어졌다고 봤다.
김 이사장의 장남 김대헌 사장이 최대주주인 호반건설주택을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시킨 뒤 합병을 통해 김대헌 사장이 그룹의 주력 계열사 호반건설 지분을 승계하게 했다는 것이다.
호반건설주택은 그룹 내부 일감을 토대로 빠르게 성장해 2017년 매출 규모가 기존 주력 계열사인 호반건설의 2배가 넘는 2조6150억 원에 이르렀다. 그 뒤 호반건설주택이 2018년 1대 5.89의 비율로 호반건설에 합병되면서 김대헌 사장은 호반건설 지분 54.7%를 확보했다.
공정위가 호반건설에 부과한 과징금 608억 원은 역대 일감 몰아주기 사건에 부과된 과징금 가운데 규모가 세 번째로 크다. 공정위는 앞서 부당지원 사건으로 삼성웰스토리에 과징금 2349억 원, SPC그룹에 647억 원을 부과했다.
호반건설은 이날 공정위 제재에 관련해 보도자료를 통해 “조사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했는데도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공정위 의결결과에 관해서는 의결서 접수 뒤 이를 검토해 앞으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호반건설은 “결과를 떠나 고객, 협력사, 회사 구성원 등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더 엄격한 준법경영의 기준을 마련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