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에쓰오일의 실적 전망과 신용등급 상승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9조 원이 넘는 샤힌 프로젝트 투자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장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주요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 상승이 불확실한 점은 실적개선을 통한 투자금 마련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투자 순항 조짐, 지지부진한 정제마진은 변수

▲ 에쓰오일이 9조 원이 넘는 샤힌 프로젝트 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지지부진한 정제마진은 내부 자금 조달 측면에서 변수도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15일 에쓰오일에 따르면 샤힌 프로젝트는 현재 부지 정지(평탄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본격적으로 플랜트 건설에 돌입한다는 기존 계획을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샤힌 프로젝트는 연간 생산량 기준으로 에틸렌 180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생산설비를 짓는 사업이다.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정유 사업에 치우친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꼽고 있다. 생산물량 기준으로 정유 사업 비중을 현재 82%에서 69%로 낮추고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12%에서 25%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업다각화 전략의 중심에 샤힌 프로젝트가 있다. 최근 임원인사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에쓰오일은 5월9일 아시아 지역 투자 추진에 풍부한 경험을 갖춘 안와르 알 히즈아지 사장을 새 대표이사 CEO로 선임했다. 샤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 적임자를 배치한 것이다.

알 히즈아지 사장의 첫 번째 과제는 샤힌 프로젝트 투자금의 원활한 조달이다. 이 프로젝트는 9조 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에쓰오일은 2026년까지 샤힌 프로젝트에 설계, 구매 건설 등 직접투자 7조6780억 원과 건설자금 이자, 인건비 등 간접투자 1조5800억 원을 포함해 모두 9조2580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전체 투자금 가운데 71%(6조5732억 원)는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현금 등 내부 조달로 채운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내부조달이 샤힌 프로젝트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향후 실적이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성공에 열쇠로 분석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에쓰오일의 미래 실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 전망대로라면 샤힌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유안타증권은 9일 보고서를 내고 에쓰오일 목표주가를 10만 원에서 11만 원으로 높여 잡았다.

유안타증권은 이 보고서에서 에쓰오일이 지난해 영업이익 3조4052억 원을 거둔 데 이어 올해 1조4천억 원, 내년 1조8천억 원의 양호한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에쓰오일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인 1조8천억 원은 코로나19 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특수를 본 2021년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특수를 누린 지난해를 제외하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안타증권은 에쓰오일을 포함한 정유사들의 주요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에쓰오일 실적 개선의 근거로 들고 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수치를 말한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9일 “2003~2023년 20년 동안 정제마진은 배럴당 2~9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나타냈다”며 “정제마진은 4월 배럴당 2.5달러로 바닥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남은 샤힌 프로젝트 투자금 29% 가운데 9%(8332억 원)는 금융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최대주주인 아람코의 대여금을 제공받고 20%(1조8516억 원)는 외부 차입금 및 회사채를 통해 조달한다.

최근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가 에쓰오일 신용등급의 등급전망을 높여 잡으며 차입을 통한 자금 조달 전망도 밝히고 있다.

6월 초 두 신용평가사는 일제히 에쓰오일 신용등급(AA)의 등급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로 상향했다. 한국기업평가는 1년여 전인 지난해 6월 이미 에쓰오일 신용등급의 등급전망을 긍정적으로 높인 바 있다. 

다시 말해 에쓰오일이 다시 신용등급을 AA+을 회복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에쓰오일은 코로나19 여파로 2021년 초 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떨어졌던 적이 있다.

기업의 신용등급이 높아지면 신용도가 높아져 향후 회사채 발행이 쉬워지고 이자 등 금융비용도 더 낮아진다. 자금 조달 부담을 한층 덜 수 있는 셈이다.

신용평가사의 긍정적 전망을 토대로 에쓰오일은 9일 2400억 원을 조달하기 위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두 1조1천억 원의 주문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에 힘 입어 모집액을 3500억 원으로 증액했다.

신호용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에쓰오일 순차입금 규모는 2019년 말 6조1374억 원에서 2023년 3월 말 3조1886억 원으로 감소했다”며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51.4%에서 137.9%로, 순차입금의존도도 37.6%에서 16.0%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에쓰오일이 개선된 이익창출력 수준과 재무적 융통성을 바탕으로 투자부담에 안정적으로 대응하면서 우수한 재무안정성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등급전망 상향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내부조달 자금 측면에서 정제마진이 여전히 지지부진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유안타증권의 분석처럼 정제마진이 바닥을 통과했다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더딘 수요 회복 탓에 손익분기점은 넘어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으로 전해진다.

정제마진은 4월 넷째 주 배럴당 2.5달러까지 하락했다. 1월 넷째 주 배럴당 13.5달러까지 올랐지만 석유제품 수요가 좀처럼 늘어나지 않으며 급락했다.

6월 둘째 주 들어 4.6달러로 손익분기점까지 높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에쓰오일을 포함한 정유사들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향후 정제마진 향방을 알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대한석유협회는 14일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의 6월 정유산업 단기 전망 보고서를 인용해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글로벌 정제마진에 영향을 미치는 불확실성이 많이 있다”고 밝혔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 전체 투자금 9조2580억 원 가운데 1660억 원은 설계비로 집행을 마친 상태다. 남은 9조1천억 원가량 가운데 1조4883 억 원은 올해 지출될 계획이다. 이에 따르면 남은 2024~2026년 3년 동안 매년 2조5천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에쓰오일은 “예상되는 향후 영업현금흐름을 고려해 외부 차입 비중을 낮게 잡았다”며 “보수적 미래 업황 시나리오 아래서도 샤힌 프로젝트 투자 기간 건전한 재무구조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