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기후변화에 전력난 반복,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영향에 촉각

▲ 미국 텍사스주에 폭염과 전력난이 예고되면서 텍사스 오스틴시와 테일러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운영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은 미국 텍사스주 스위니시에 설치된 전기 저장 및 공급설비를 지난 5월23일 드론으로 촬영한 장면.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텍사스주에 올해도 전력 공급난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상기후로 일찍부터 찾아온 폭염에 냉방기기 가동이 늘어나며 전기 사용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텍사스주에 현재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운영하며 신규 공장도 설립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앞으로 안정적 전력 공급과 관련한 문제가 더욱 중요해질 공산이 크다.

13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가 이르면 수 일 안에 전력난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텍사스주 전기 신뢰성위원회(Ercot)가 집계한 텍사스주 전기 사용량 자료를 바탕으로 전력난 발생을 예측했다. 

위원회는 현지시각으로 15일 텍사스주에서 에어컨 사용을 통해 소모할 전력량이 모두 80.3기가와트(GW)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까지 텍사스주에서 에어컨 사용에 쓴 일일 전기량 최고기록은 2022년 여름에 기록한 80.1기가와트다. 폭염에 따른 전력난이 최근 들어 더욱 심각해지는 추세라고 해석할 수 있다.

1기가와트는 일반적으로 10만 가구가 하루에 사용하는 전력 사용 규모에 해당한다.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텍사스주가 갖춰둔 예비 전력도 부족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텍사스주의 전력 예비율(Reserve margin)은 16일 기준 5.3%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산됐다. 전력예비율은 사용하고 있는 전기보다 여유분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알려주는 수치다. 

2023년 기준으로 텍사스주의 적정 전력 예비율은 13.75%로 산정됐다. 예상되는 예비전력 규모가 적정량을 크게 밑돌게 되는 셈이다.

전력 사용량이 치솟는 주된 이유로는 기후변화가 가져온 폭염이 지목됐다. 

휴스턴과 댈러스를 포함한 텍사스주 주요 도시 최고기온은 15일 기준 섭씨 38도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보가 나왔다. 체감온도는 40도를 훌쩍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자연히 에어컨 등 냉방기기 사용이 늘어나며 전력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전력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텍사스주 전역에 발생하는 전력난은 삼성전자의 현지 반도체공장 건설 및 운영에도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테일러시에도 2024년 가동을 목표로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은 대량의 전력 및 수자원을 필요로 하는 자원 집약적 산업이다. 텍사스주 전역에 전력난 사태가 반복된다면 삼성전자도 반도체 공장의 안정적 전력 공급에 더욱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오스틴 공장은 과거에 이미 정전사태를 겪었던 적이 있다. 2021년 2월 텍사스주에 이상기후 영향으로 기록적 한파가 닥치며 공장 가동이 한동안 중단됐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 현상이 갈수록 빈번하게 발생할 조짐을 보이면서 텍사스주의 전력 공급망과 관련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폭염과 가뭄, 한파가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텍사스주는 2021년 한파를 겪고 나서도 에너지 그리드(전력망) 개선에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