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이 미국에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빅3' 자동차기업을 대상으로 노조의 강경한 대응 의지를 강조하며 파업 가능성도 예고했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최대 자동차산업 노동조합인 전미자동차노조(UAW)가 GM과 포드, 스텔란티스와의 임금 협상을 앞두고 파업 등 단체행동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가 미국 '빅3' 자동차기업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만큼 노사관계 리스크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2일 미국 CNBC에 따르면 전미자동차노조는 이르면 7월부터 미국에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주요 자동차기업 3곳과 임금협상을 진행한다.
이번 노사협상은 자동차업계 빅3로 꼽히는 GM과 포드, 스텔란티스가 각각 지난 4년 동안 노조와 합의로 유지해 온 임금과 복지 등 조건을 재협상하는 중요한 이벤트에 해당한다.
전미자동차노조는 현지시각으로 1일 입장을 내고 자동차기업과 협상에서 노조가 요구할 주요 조건을 제시했다. 임금 인상과 일자리 보호, 임금체계 차별 폐지 등 내용이 포함됐다.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은 “노조는 절대로 어떠한 타협안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이러한 내용이 반드시 관철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파업과 같은 단체행동에도 들어가겠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노사협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미리 파업을 예고하는 강수를 둔 셈이다.
2019년 GM과 전미자동차노조의 협상이 진행될 때는 파업이 40일 동안 진행된 사례가 있다. CNBC는 GM이 당시 36억 달러(약 4조7천억 원)의 금전적 손해를 봤다고 추정했다.
올해 협상에서는 파업과 같은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인건비 인상 압박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CNBC는 전미자동차노조가 자동차업계의 전기차 전환도 중요한 사안으로 바라보고 있어 현재 건설중인 배터리 생산공장과 관련한 내용도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빅3 자동차업체인 GM과 포드, 스텔란티스는 모두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를 포함한 한국 배터리 3사와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자연히 한국 기업들이 함께 투자하는 배터리공장도 전미자동차노조의 임금 인상과 근무조건 요구에 따른 압박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미국 오하이오 배터리공장. |
지난해부터 가동을 시작한 LG에너지솔루션과 GM 오하이오 배터리공장에는 이미 전미자동차노조가 대표교섭 지위를 확보해 연초부터 사측과 임금 등 조건을 협상하고 있다.
아직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전미자동차노조 측에서 근로자 평균 임금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높여달라는 요구를 내놓는 등 노사 입장차가 상당히 큰 것으로 보인다.
전미자동차노조가 앞으로 완공되는 한국 배터리 3사의 미국 공장에 모두 대표교섭 지위를 확보한다면 모든 공장이 이와 비슷한 노사관계 리스크를 안게 될 수밖에 없다.
노조가 예고한 대로 상당한 수준의 임금 인상과 복지정책 개선을 요구한다면 비용 부담이 늘어 한국 배터리업체들이 수익성을 확보하는 일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장기 파업사태가 벌어져 배터리 생산라인 가동이 멈추고 자연히 실적에 타격을 받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
전미자동차노조가 벌써부터 강경한 태도로 평균임금 등 근로조건을 원하는 대로 얻어내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노사관계에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셈이다.
CNBC에 따르면 노조는 미국 바이든 정부마저 압박하고 있다. 전기차 지원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노조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으면 그의 연임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숀 페인 위원장은 전미자동차노조 역사상 처음으로 조합원 직접투표를 통해 당선됐다. 올해 초 취임한 뒤 이번 노사협상을 통해 처음으로 리더십을 증명할 시험대에 놓였다.
따라서 이미 강성노조로 평가받고 있는 전미자동차노조의 성격을 더욱 공격적으로 바꾸어낼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는 주요 자동차기업과 미국에 합작 배터리공장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투자 부담을 덜고 안정적인 고객사 기반도 확보하게 됐다.
그러나 빅3 자동차기업을 겨냥한 전미자동차노조의 압박에 결국 한국 배터리업체도 같은 배를 탄 처지에 놓이게 됐다.
전미자동차노조는 발표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목적은 매우 분명하다”며 “노조가 파업을 실시하게 될 지 여부는 빅3 자동차기업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