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용 D램가격이 18개월 만에 반등하고 서버와 모바일용 D램 수요도 늘며 장기간 침체를 겪던 D램 업황이 하반기부터 빠르게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D램에 매출의존도가 높은 메모리반도체기업이 수익성을 개선하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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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왼쪽)와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
하지만 D램 공급과잉현상이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쉽지 않아 장기적으로 실적개선이 이뤄지려면 결국 D램에 대한 의존을 크게 낮출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7월 세계시장에서 DDR3 4기가 PC용 D램 평균가격은 전월보다 6% 올랐다. 꾸준한 하락세를 겪던 PC용 D램 가격이 전월보다 오른 것은 18개월만이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수요가 늘어나는 모바일 D램 중심으로 생산을 전환하며 공급과잉이 크게 완화됐다”며 “예상보다 업황개선 속도가 빠르다”고 진단했다.
서버용 D램 가격도 7월 0~3%의 하락폭을 기록하는 데 그쳐 기존에 이어오던 큰 폭의 하락세가 대폭 둔화됐다. 고용량 제품일수록 가격하락폭이 적어 수익방어능력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주요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이 3D낸드에 역량을 집중하며 D램 생산투자를 줄이고 있다”며 “D램 가격 강세가 이어지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사업에서 D램의 비중이 높아 그동안 지속적으로 업황악화에 따른 타격을 받아왔다.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은 2조6400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22.4% 줄었다.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에 67.1% 하락했다.
하지만 D램 가격이 하반기부터 상승세로 접어드는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상황에 빠른 대응전략을 내놓고 있어 향후 실적에 대한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가격하락세가 덜한 고용량 D램의 판매비중을 높여 공급과잉에 대응하겠다”며 “미세공정의 비중도 높여 원가절감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그동안 시장의 수요를 읽지 못하고 PC용 D램 생산에 집중한 결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며 “하반기에 시장변화에 대응하고 미세공정전환에 주력해 생산원가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황준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연말까지 20나노 초반대 미세공정전환이 본격화되며 수익성 개선노력이 빛을 볼 것”이라며 “스마트폰과 서버용 D램 수요도 빠르게 늘어 수혜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사업을 놓고 장기적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중국 푸젠진화반도체가 최근 6조 원을 들여 D램 공장 증설을 시작한데다 칭화유니그룹도 국영기업 XMC 인수를 추진하며 메모리반도체 사업확대에 공세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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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의 PC용 D램 제품. |
중국정부는 현지업체의 스마트폰 등에 완전한 메모리반도체 자급자족을 목표로 중국기업들에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D램 수요가 전 세계의 2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수년 안에 중국기업의 공세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D램 출하량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도 최근 대만의 D램업체 인수를 추진하며 시장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금과 같은 D램 출하량을 유지하면 수익성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결국 D램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전자전문매체 에이낸드테크는 “메모리반도체는 기술력보다 업황변화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라며 “D램 가격의 장기적인 하락세는 멈출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