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확장현실 기기 출시 임박, 삼성 SK 메모리사업 반등 속도 높아진다

▲ 애플의 참전으로 확장현실 기기 시장이 확대되면 고성능 D램 수요가 늘어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메모리 사업의 반등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애플의 확장현실(XR) 기기 출시가 임박한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의 참전으로 확장현실 기기 시장이 확대되면 고성능 D램 수요가 늘어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반등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전자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6월5일 연례 개발자 회의(WWDC)에서 스키 고글 형태의 XR기기를 공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례 개발자 회의는 가을에 열리는 아이폰 신제품 공개행사와 함께 애플의 가장 큰 연례 행사인데 통상 소프트웨어 소개 중심으로 진행된다.  

다만 블룸버그는 올해 연례 개발자 회의에서 애플이 이례적으로 확장현실 기기를 공개할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확장현실 기기 정식 출시는 올해 3분기 중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애플은 애초 확장현실 기기를 지난해 6월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올해 1월로 미뤘다가 그 뒤 4월로 다시 연기됐으나 결국 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다. 기존 계획보다는 1년이나 늦게 공개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애플의 확장현실 기기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증권업계에서는 애플의 확장현실 기기 공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사업 반등에 힘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애플과 메타 등이 내놓는 XR기기에 대용량 메모리가 탑재되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고성능 메모리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확장현실 기기에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의 기능 구현을 위해 고성능 칩이 들어가는데 이를 위해서는 대용량 메모리가 필요하다. 

일례로 메타의 '퀘스트 프로’에는 12GB D램 탑재돼 있다. 특히 최신 확장현실 콘텐츠는 대개 다른 프로그램과 함께 구현되는 경향이 있어 원활한 기기 구동을 위해 최소 16GB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의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델인 갤럭시S23 울트라에 탑재된 메모리 용량이 12GB인 것과 비교하면 확장현실 기기 시장 확대에 따라 상당한 D램 수요를 창출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글로벌 확장현실 기기 출하량이 2021년 1100만 대에서 2025년 1억500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더구나 확장현실 기기 보급은 메타버스(온라인 3차원 가상세계) 시장 개화의 첫걸음으로 여겨진다. 글로벌 투자은행 에버코어에 따르면 확장현실을 포함한 메타버스 생태계 조성에서 고성능 첨단 메모리가 필수적 요소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업황 악화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두 회사의 1분기 합산 영업손실은 8조 원(삼성전자 4조5800억 원, SK하이닉스 3조4023억원)에 이른다.

메모리 업황이 하반기 점차 회복돼 메모리 가격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3분기부터 D램 메모리 수요가 공급량을 1.91%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애플이 내놓는 확장현실 기기를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매력적인 확장현실 기기 제품이 없었으나 애플이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IT(정보기술) 전문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은 지난달 "애플이 내놓을 확장현실 기기를 검증해본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호평했다"고 전했다. 애플 소식에 정통한 궈밍치 TF증권 연구원은 5월1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애플의 XR기기가 소비자 가전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투자 트렌드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시장조사기관 IDC도 야후파이낸스를 통해 “애플의 시장 진입은 소비자들이 확장현실 기기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을 두고 "신제품을 시장에 선보이기만 하면 수요가 자연히 따라오는 기업"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애플의 확장현실 기기가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확장현실 기기 산업의 성장은 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전자 공급망에 활기를 불어넣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확장현실 기기 시장의 성장하는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애플 신제품의 출하량이 기대보다 많지 않을 것이며 확장현실 기기 시장의 급성장은 2025년 이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