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더위가 찾아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여름 성수기를 맞아 ‘에어컨 판매 전쟁'을 시작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세트)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은 최근 포스코와 장기 강판 공급계약을 맺으며 안정적으로 원자재를 확보해 '무풍' 에어컨 물량을 본격적으로 늘릴 기반을 갖췄다.
▲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은 에어컨 시장을 공략하면서 무풍 기능을 앞세우고 있다. |
류재철 LG전자 H&A(가전)사업본부장 사장은 창원 스마트파크에서 에어컨 생산라인을 풀가동하며 여름 성수기 수혜를 최대한 누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25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더위에 삼성전자는 ‘무풍’, LG전자는 ‘미니멀’을 강조한 에어컨 신제품을 출시하며 대대적인 광고에 나섰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5월16일 서울은 30℃, 대구는 33℃, 강릉은 34℃까지 오르며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 더위가 빨리 찾아왔다.
롯데하이마트는 2023년 5월1일~14일 창문형, 이동현, 시스템 에어컨 매출이 2022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45%, 40%, 20%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무풍’ 기능을 앞세워 에어컨 시장 공략에 나섰다.
최상위 에어컨 라인업인 ‘비스포크 무풍에어컨 갤러리’를 비롯해 무풍 슬림 에어컨까지 모든 스탠드 에어컨 제품에 무풍 기능을 탑재하는 것이다. 창문형 에어컨에도 최초로 무풍 냉방 기능을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무풍에어컨의 장점으로 장시간 사용해도 두통과 같은 냉방병에 걸릴 위험이 적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기존 에어컨 대비 전기 사용량을 50~90%까지 낮출 수 있다는 점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삼성전자는 최근 시장조사기관 GfK의 보고서를 인용해 “무풍 에어컨의 인기로 삼성전자의 2023년 1분기 국내 에어컨 시장 점유율이 50%에 육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GfK에 따르면 LG전자의 에어컨 시장점유율은 32.5%였다.
하지만 LG전자는 GfK에 제품 판매량을 공개한 적이 없고 해당 자료에 LG베스트샵 판매량도 포함돼 있지 않다며 삼성전자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가전사업의 2분기 실적을 좌우할 에어컨 사업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총력전을 펴고 있다.
▲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은 에어컨에서 미니멀에 집중하고 있다. |
LG전자는 ‘미니멀’ 에어컨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2023년형 ‘휘센 이동식 에어컨’을 출시했는데 높이 56~102cm의 소형창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기존 휘센 이동식 에어컨은 89~252cm의 창호에 설치할 수 있었다.
창문형 에어컨에도 힘을 주고 있다. 1인가구 증가에 발맞춰 설치가 편한 에어컨을 앞세워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LG전자는 1968년 ‘금성사 창문형 룸에어컨’이란 이름으로 국내에서 처음 창문형 에어컨을 출시했는데 벽걸이 에어컨의 인기로 단종했다가 2022년부터 다시 창문형 에어컨을 출시했다.
LG전자의 창문형 에어컨은 미국 소비자매체 컨슈머리포트가 발표한 ‘2023 창문형 에어컨 평가’에서 최고 제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여름철 에어컨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도 갖췄다.
LG전자는 현재 창원 스마트파크에서 에어컨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류재철 LG전자 사장은 2016년 RAC(룸에어컨디셔너, 벽걸이나 창문형 등) 사업담당을 역임했을 만큼 에어컨 분야에 밝은데 올해 에어컨 수요 확대를 제대로 예측한 것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4월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과 직접 만나 강판 장기 공급계약 체결하며 생활가전사업 원재료 조달의 불확실성을 줄였다.
그 결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는 기존보다 물량이 25% 늘어난 가전용 냉연·도금, 전기강판제품을 안정적으로 포스코에서 공급받게 된다. 여름 성수기를 맞아 에어컨 물량을 늘릴 준비를 단단히 해 둔 셈이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가전업계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올해 2분기 에어컨 판매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특히 LG전자 생활가전부문은 2분기 에어컨 성수기 진입효과로 10%에 근접한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