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혼합현실 헤드셋으로 시장 개척, 삼성전자 '패스트팔로워' 성공 재현할까

▲ 삼성전자가 구글 및 퀄컴과 협력해 혼합현실 헤드셋을 출시하며 애플과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퀄컴이 선보인 증강현실 글래스 전용 프로세서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에서 출시하는 혼합현실(MR) 헤드셋이 초반에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며 후발주자로 뛰어드는 삼성전자가 결실을 거둘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가에 판매되는 애플 제품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그치는 반면 삼성전자가 선보일 증강현실 헤드셋은 본격적으로 대중화를 이끌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25일 증권전문지 마켓워치에 따르면 월스트리트 증권가에서 애플 혼합현실 헤드셋 출시계획을 바라보는 시각은 아직 회의적 분위기가 우세한 것으로 파악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보고서를 내고 애플의 신제품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잠재력을 보이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보급 확대가 이뤄지려면 수 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3천 달러(약 397만 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초기 제품이 비싼 가격으로 다수의 소비자 수요를 창출하는 데 고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애플이 약 3년 뒤에야 가격을 낮추고 성능은 개선한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혼합현실 헤드셋의 활용성도 초기에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도 애플 제품이 당분간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기기 대중화에 기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초기 출하량이 생산 가능 물량의 3분의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거의 모든 제품을 성공으로 이끌며 스마트폰과 태블릿, 스마트워치 시장 전체가 성장하도록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혼합현실 헤드셋 역시 비슷한 길을 개척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잠재 수요가 확인되지 않은 데다 고가의 제품이라 결실을 거두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애플이 아닌 삼성전자가 이러한 시장 상황에 반사이익을 거둘 기회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도 이른 시일에 유사한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갤럭시S23 공개행사에서 퀄컴과 구글에 협력해 혼합현실 시장에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깜짝 발표’를 내놓았다.

애플이 이러한 제품을 연내 선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이미 유력했던 상황에서 모바일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발표는 시장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삼성전자도 새로운 분야인 혼합현실 시장에 진출한다는 점에서 여러 불확실성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지만 애플과 비교해 여러 장점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삼성전자가 계열사를 통해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카메라와 반도체 등 확장현실 헤드셋의 핵심 부품을 모두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확보할 능력이 있다는 측면이 있다.
 
애플 혼합현실 헤드셋으로 시장 개척, 삼성전자 '패스트팔로워' 성공 재현할까

▲ 애플 혼합현실 헤드셋 예상 이미지.

애플은 혼합현실 헤드셋에 쓰이는 모든 부품을 협력사에서 사들여야 하고 제품 위탁생산도 외부 업체에 맡겨야만 한다. 자연히 부품 사양과 기술, 생산량을 원하는 수준에 맞추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할 수밖에 없다.

반면 삼성전자는 혼합현실 헤드셋 사업 계획에 따라 연구개발과 생산투자를 직접 주도하는 만큼 제품 상용화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할 여지가 있다.

또한 애플 제품보다 생산 원가를 낮춰 공격적인 판매 가격을 책정하기에도 훨씬 유리하다.

모바일 플랫폼과 인터페이스 강자인 구글과 모바일 반도체 최상위 기업인 퀄컴을 끌어들였다는 점도 모든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직접 해야만 하는 애플과 차별화된 점이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사업 초기부터 구글과 깊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퀄컴은 증강현실 헤드셋에 쓰이는 전용 프로세서 개발을 통해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제조업과 소프트웨어,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최고 기업들이 협업해 만들어지는 삼성전자 혼합현실 헤드셋이 애플 제품의 강력한 대항마로 꼽히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경쟁력 있는 가격과 우수한 플랫폼 및 콘텐츠를 갖춘 혼합현실 헤드셋을 시장에 선보인다면 애플의 신제품 출시로 높아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재주는 애플이 넘고, 실익은 삼성전자가 챙기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IT전문지 샘모바일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올해 혼합현실 헤드셋을 두고 ‘세기의 대결’을 펼치게 될 것”이라며 “애플의 시장 진출에 삼성도 대응 전략을 꺼내들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샘모바일은 애플이 더 먼저 제품을 상용화하는 것은 삼성전자에 오히려 긍정적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며 애플이 혼합현실 시장에 끌어모은 관심을 빼앗아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애플이 아이폰 출시로 스마트폰의 시대를 개척한 뒤 삼성전자가 가격 대비 성능을 앞세운 갤럭시 시리즈로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한 역사가 반복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샘모바일은 “삼성전자는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혁신적 기술 분야에서 성장 기회를 찾는 데 특화한 기업”이라며 “애플의 등에 업혀가는 것이 더 큰 이득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