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는 18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에서 열린 '현대 리유니온' 행사에서 정주영 명예회장 시절 개발됐던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을 최초로 공개했다. 사진은 포니 쿠페 복원 차량에 탑승한 정의선 회장(오른쪽)과 주르제토 주지아로 GFG 스타일 대표. <현대차> |
[비즈니스포스트]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포니 쿠페가 완벽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포니 쿠페 콘셉트 모델에는 선진국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독자모델 개발을 추진했던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도전 정신이 담겨있다.
이런 할아버지의 정신을 이어받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혁신적 모델을 잇달아 내놓으며 전기차에서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되겠다는 목표에 도전하고 있다.
19일 현대차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에서 열린 '현대 리유니온' 행사에서 정주영 명예회장 시절 개발됐던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의 실물이 최초로 공개됐다.
현대 리유니온은 현대자동차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미래를 향한 현대차의 변하지 않는 비전과 방향성을 소개하기 위한 행사로
정의선 회장을 비롯한 주요 전현직 임직원들이 참석했다.
정의선 회장은 이번 행사에서 "정주영 선대회장은 1970년대 열악한 산업 환경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심지어 항공기까지 무엇이든 생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독자적 한국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포니 쿠페 콘셉트는 1974년 공개 뒤 선진 시장을 목표로 한 수출 전략 차종으로 양산 직전까지 개발이 진행됐으나 1979년 석유파동으로 경영 환경 악화로 실제 생산에 이르지 못했다. 그 뒤 홍수 등 자연재해로 도면과 차량이 유실되면서 오랫동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번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프로젝트는 포니 개발을 통해 자동차를 국가의 중추 수출산업으로 육성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했던 정주영 선대회장의 '수출보국' 정신을 50년 만에 되짚는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에 큰 의미를 지닌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첫 독자 개발 모델인 포니와 포니 쿠페 콘셉트카를 출품했다. 이듬해인 1975년 12월 한국 자동차산업 최초의 독자 모델 포니의 양산을 시작했다.
포니 출시 이전까지 현대차는 미국 포드 모델을 들여와 차량을 조립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포니를 통해 글로벌 자동차회사 가운데 16번째, 아시아에서 2번째로 독자 모델을 만들었고 한국은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고유 모델을 개발한 9번째 국가가 됐다.
그 뒤 1986년 정주영 명예회장은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에 포니 엑셀을 미국에 처음 수출했다. 포니가 출시된 지 48년 만에 현대차의 위상은 '상전벽해' 수준으로 발전했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대 세계 완성차 판매 순위에서 10위 권 수준까지 올라갔고 2010년에는 사업 초기 조립 물량을 주던 미국 포드를 제치고 글로벌 톱5에 진입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완성차 684만 대를 판매하며 토요타그룹,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세계 3위 자동차회사로 발돋움했다.
저렴한 가격에 타는 차로 인식됐던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중형급 이상 고급 모델로 판매량의 65%를 채웠다. 현대차 고급브랜드 제네시스는 지난해 미국 진출 6년 만에 5만6410대를 판매하며 연간 최다 판매기록을 새로 썼다.
정주영 명예회장 시절 만든 포니 쿠페 콘셉트에는 선진국 진출을 위해 스포츠카라는 분야에 도전한 현대차의 혁신 정신이 담겨 있다. 이는 현재의 현대차가 고성능 수소전기차 분야를 개척하고 전기차 시장에서의 선도적인 행보를 이어가는데 중요한 경험적 자산이 될 수 있다.
포니와 포니 쿠페는 현대자동차의 첫 독자 모델로 지금까지도 창의적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 지난해 7월 처음 공개한 'N 비전 74'는 포니 쿠페 콘셉트의 디자인 유산을 물려 받았다. N 비전 74는 배터리 모터와 수소연료전지를 결합한 시스템으로 개발된 고성능 N브랜드 최초의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양산에 앞서 연구개발 및 검증을 진행하는 차량)이다.
현대차는 이날 현장에서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과 함께 N 비전 74를 나란히 전시했다.
정의선 회장은 2020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0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변화하겠다는 비전과 함께 현대차그룹을 기존 내연기관차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 기업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 뒤 현대차그룹은 2021년 6월 미국의 대표적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고 UAM(도심항공교통)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있다. 특히 내연기관차 뒤를 잇는 전기차에서는 '퍼스트 무버'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기아 EV6는 올해 1월 '2023 북미 올해의 차(NACTOY)' 시상식에서 SUV(스포츠유틸리티) 부문 '북미 올해의 차'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EV6가 '2022 유럽 올해의 차(COTY)'를, 아이오닉5는 '2022 월드카 어워즈(WCA)'에서 '세계 올해의 자동차'를 수상해 현대차그룹의 전용전기차는 세계 3대 자동차 시상식을 모두 석권한 바 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