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사진 오른쪽)가 12일 동국제강 임시주주총회가 끝난 이후 장세욱 부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동국제강> |
[비즈니스포스트]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사내이사로 복귀하면서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장 회장은 지주사 체제 전환 뒤 동국홀딩스(가칭)를 이끌면서 동생 장세욱 동국제강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장 회장의 아들 장선익 전무로 경영 승계 시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장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에 따라 동국제강 신사업 추진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장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페럼타워 동국제강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에 선임돼 등기임원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2015년 대표이사 물러난 뒤 8년 만이다.
특히 이번 임시 주총에선 동국제강의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체제 전환 안건도 처리된 만큼 신사업 추진에도 더욱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장 회장은 임시 주총 뒤 기자들과 만나 "중국의 막대한 힘과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경험과 지혜, 지식을 마지막으로 쏟아부어 지속가능한 동국제강그룹이 되도록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사업 분야로 자동차 소재사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장 회장은 "자동차 산업 소재라든지 그런 쪽으로 신사업을 생각하고 있다"며 "자동차 소재에 들어가는 특수철판 등을 연구 중인데 이를 위한 소재 확보와 인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 산업이 꽃 필 때 우리도 동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장 회장의 경영 공백 이후 동국제강을 이끌어온 장세욱 동국제강 대표이사 부회장 역시 이날 임시 주총 전에 기자들과 만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그 아래 기업형벤처케피탈(CVC)을 설립하거나 CVC 인수 등을 통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장 부회장은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사업을 추진한다면 철강업 관련 소부장에 투자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일단 자본금 100억 원으로 큰 사이즈가 아닌 소규모로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국제강은 크게 냉연사업과 열연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냉연사업은 컬러 강판 등을 중심으로 열연사업은 봉형강과 조선용 후판사업 등으로 나뉘는데 철강제품 자체가 중간재 역할이 강해 전방산업 경기에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신사업으로 새로운 분야에 진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 회장이 사내이사로 복귀한 뒤 장세욱 부회장과 '형제경영' 체제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 회장은 "시대가 많이 변했으니 장세욱 부회장이 회사를 잘 이끌 수 있도록 보조 역할을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주사를 정점으로 지배구조가 변화한 만큼 경영 승계 작업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장 회장의 장남인 장선익 전무는 2020년 12월 동국제강 임원인사에서 인천공장 생산담당 상무로 승진한 이후 2022년 말 임원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해 본사 구매실장을 맡게 됐다. 인천공장 생산담당 임원 자리는 아버지 장 회장이 경영수업을 받을 때 현장 경험을 쌓았던 곳이기도 하다.
장 전무는 2007년 동국제강 전략경영실에 입사하며 경영수업을 한 이후 2016년 연말 인사에서 처음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에 비춰보면 6년 만에 전무까지 승진가도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장 회장은 인적분할 안건의 임시 주총 상정을 앞두고 자신의 지분 일부를 장 전무에게 증여하기도 했다.
장 회장은 2023년 3월2일 장선익 전무에게 20만 주를 증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취득 단가는 주당 1만3690원으로 27억3800만 원 규모다. 이에 따라 장선익 전무의 동국제강 지분도 기존 0.83%에서 1.04%로 0.21%포인트 확대됐다.
앞으로 지주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장 전무의 지분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동국제강은 회사를 3개로 인적분할한 이후 8월31일부터 9월19일까지 20일간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를 통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오너가가 현물출자를 통해 분할 자회사들의 지분을 지주사로 바꾸면 지배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된다. 동국제강이 가진 자사주 4%도 현재로선 의결권이 없지만 사업회사 분할되는 자사주에 한해서는 의결권이 살아날 수 있어 오너가에서 별다른 자금 투입 없이 지주사 지배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장세주 회장과 장세욱 부회장의 우애가 돈독한 만큼 지주사 전환 이후에도 지금까지 이어온 형제경영 체제는 당분간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