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군단 출격 준비, 서정진 신약개발 기반 단단히

▲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사업을 대폭 강화해 신사업인 신약개발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10여 년 만에 연매출 2조 원대를 내는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최고 바이오기업으로 손꼽히는 셀트리온 얘기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이제 다음 단계인 신약개발기업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시간과 노력, 무엇보다도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주력인 바이오시밀러사업을 지금보다 더 큰 규모로 키울 필요가 있다. 
 
◆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군단’ 준비 중

7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올해에만 5종에 이르는 바이오시밀러 허가절차를 추진하기로 했다.

셀트리온은 현재 ‘베그젤마(베바시주맙)’, ‘유플라이마(아달리무맙)’, ‘램시마(인플릭시맙)’, ‘트룩시마(리툭시맙)’, ‘허쥬마(트라스트주맙)’ 등 바이오시밀러 제품 5개를 보유하고 있다. 기존 제품 개수에 맞먹는 신규 바이오시밀러들이 한꺼번에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는 셈이다.

개발되는 바이오시밀러는 모두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후계자다. 두드러기 치료제 ‘졸레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와 ‘악템라’, 안과질환 치료제 ‘아일리아’,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 등의 바이오시밀러가 목록에 올라 있다.

여기에 더해 기존에 상용화를 성공한 바이오시밀러의 새로운 시장 개척이 눈앞이다. 20조 원이 훨씬 넘는 연매출을 거두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가 그 주인공이다. 

유플라이마는 앞서 유럽과 한국 등에서 허가를 받았고 올해에는 미국 진출이 예정됐다. 휴미라 매출 대부분이 미국에서 발생하는 만큼 유플라이마의 미국시장 진입은 셀트리온의 성장 폭을 더욱 키울 이벤트로 주목받고 있다.

램시마를 피하주사 제형(SC)으로 개량한 ‘램시마SC’도 올해 연말 승인을 목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절차가 진행되는 중이다.

다만 바이오시밀러시장은 블루오션이 아니다. 셀트리온 이외에도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새로운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만 해도 현재 미국에서 허가받은 제품이 유플라이마를 제외하고 8종에 이른다.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셀트리온은 시장 수요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경쟁 제품보다 더 나은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했다는 자신감에서다.

유플라이마는 약물 투여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성분을 제거한 고농도 제형으로 만들어졌다. 기존보다 적은 약물로도 효과를 보는 한편 환자가 약물을 쉽게 주사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대폭 개선했다는 뜻이다. 

유플라이마 이외에 미국시장에서 허가받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중 고농도 제형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제품뿐이다. 현지 마케팅에서 유플라이마가 앞서나갈 여지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램시마SC의 경우 피하주사 제형의 편리함을 이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기존 정맥주사(IV) 제형은 환자가 병원을 방문해 오랫동안 주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피하주사는 집에서 환자가 직접 투여 가능해 시간과 비용을 모두 아낄 수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3월 기자간담회에서 램시마SC를 두고 “미국에서 정맥주사를 맞으면 인건비가 많이 든다”며 “램시마SC만으로 매출 2조 원 이상을 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셀트리온은 현재 램시마SC 이외에도 악템라 바이오시밀러 등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피하주사형 악템라의 임상3상을 진행하는 중이다.

◆ 셀트리온 신약개발기업으로 변신, “매출 40% 신약에서”

바이오시밀러사업에만 집중해도 셀트리온은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미국에서만 연매출 3조5천억 원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서정진 회장의 계산이다.

그러나 셀트리온은 이미 성공한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 과제에 도전한다. 바로 신약개발이다. 2030년까지 매출 40%를 신약으로 낸다는 대담한 목표가 수립됐다.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군단 출격 준비, 서정진 신약개발 기반 단단히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사실 셀트리온에게 신약개발은 낯설기만 한 분야는 아니다. 앞서 코로나19가 처음 유행했을 당시 셀트리온은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 개발에 성공했다.

다만 렉키로나로 실제 벌어들인 금액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무수히 등장하는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셀트리온은 렉키로나의 아쉬움에 움츠러드는 대신 오히려 투자를 더 확대해 신약개발을 위한 ‘무기’ 확보에 나섰다.

여러 제약바이오기업과 협력을 계기로 이중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마이크로바이옴, 메신저리보핵산(mRNA) 등 다양한 플랫폼기술이 셀트리온 진영에 합류했다. 

셀트리온은 특히 올해부터 더욱 적극적으로 신약개발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서 회장은 4조~5조 원에 이르는 재원을 마련해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단일 후보물질보다는 플랫폼기술을 보유한 회사에 초점을 맞춘다.

셀트리온의 신약개발 성과가 가시화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은 내년 안에 이중항체 신약 6개, 항암제 4개 등에 대한 임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임상1~3상이 마무리되려면 최소 수 년이 걸린다. 비용도 물질 하나당 수백억 원까지 소요될 수 있다.

셀트리온이 개발하는 모든 후보물질이 임상을 통과해 신약허가에 성공할지도 미지수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역사를 통틀어도 국산 신약은 36종에 불과하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개발 과정에서 쌓아올린 역량으로 신약개발 분야에서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은 기존 바이오시밀러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을 확대하고 있어 향후 신약 가치가 (기업가치에) 추가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