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은 중동, 아시아 등 기존 해외 주력시장에 이어 칠레에서도 수소사업을 추진하며 새로운 먹거리 마련에 고삐를 죄고 있다.
▲ 남궁홍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이 해외 곳곳에서 그린수소개발시장 진출에 잰걸음하고 있다.
4일 미국 에너지·인프라 개발관리기업 글렌판그룹에 따르면 최근 100% 자회사 글렌판에너지트랜지션이 삼성엔지니어링과 칠레 그린수소사업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글렌판에너지트랜지션과 ‘그린 페가수스’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칠레의 여러 그린수소 및 그린암모니아 개발사업 진행을 위한 타당성조사에 착수한다.
칠레 그린 페가수스 프로젝트는 태양광 발전시스템 2GW 규모를 갖추고 그린수소 89kt(킬로톤), 그린암모니아 459kt을 생산하는 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그린 페가수스에서 생산하는 수소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 등으로 수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그린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 생산한 수소를 말한다.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아 진정한 친환경수소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그린수소를 질소와 결합해 암모니아 형태로 전환한 것이 그린암모니아다. 암모니아는 수소를 대량으로 유통하는 가장 용이한 형태로 평가된다.
칠레는 안데스 산맥과 태평양 사이 남북으로 길게 뻗은 나라로 북부지역은 일조량이 높아 태양광발전에, 남부지역은 강한 바람을 통한 풍력발전에 유리한 지형이다.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기 좋다.
칠레 정부도 2020년 11월 중남미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국가 그린수소전략’을 발표하고 그린수소 생산과 활용 관련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에 더해 칠레와 한국 정부는 그린수소 생산분야 협력 확대를 본격화하자는 데 뜻을 함께했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칠레 에너지부는 올해 4월 서울포시즌스호텔에서 ‘한-칠레 수소협력 세미나’를 개최하고 수소 등 에너지 신산업부문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2021년 한-칠레 저탄소 수소협력 양해각서의 후속조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들어 중동 오만 그린수소개발사업, 말레이시아 사라왁 청정수소사업 등을 가시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칠레시장으로도 영역을 넓히면서 친환경신사업에 한층 힘을 싣는 모습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2023년 1분기 실적발표 뒤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오만 그린수소개발 프로젝트는 입찰에 참여해 적격후보군에 포함된 상황으로 사업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오만 에너지개발공사의 수소사업 자회사인 오만수소개발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로 태양광과 풍력발전시설을 포함 세계 최대 규모 그린수소 생산·수출 부지를 개발하는 것이다. 전체 사업 규모는 65억 달러(약 8조6천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오만 사업에서 그린암모니아와 수전해분야 사업권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오만 수소개발사업에 포스코, 한국전력공사와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말레이시아에서도 기존 화공플랜트 사업 등을 진행하며 관계를 쌓아온 사라왁지역 그린수소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말레이시아 그린수소 프로젝트는 사업타당성 조사를 마쳐 올해 하반기 기본설계(FEED) 단계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밖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블루암모니아 프로젝트를 여럿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루암모니아분야에서 해외 화학회사들의 협업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앞서 2022년부터 기존 화공, 비화공플랜트 설계조달시공(EPC)사업을 넘어 그린수소 등 친환경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아직 시장 형성 초창기로 원천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그린수소 등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비전을 내놓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를 위해 지난해 사업투자계획의 절반가량인 780억 원을 수소플랜트 등 신사업분야에 배분했고 실제 수소생산과 변환, 탄소포집기술분야에서 벤처투자 3건을 집행했다.
포스코, 롯데그룹 포함 다양한 국내외 기업들과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중동, 아시아 등 기존 사업 발주처들이 추진하는 수소프로젝트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건설산업 해외수주 관련 리포트에서 “중동아프리카(MENA) 발주시장에서 확연한 변화가 감지된다”며 “단기적으로는 2017~2018년 뒤 발주가 지연됐던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가 시장을 이끌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초대형 그린수소 프로젝트가 발주시장의 핵심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그린수소, 그린암모니아 등 친환경에너지사업은 삼성엔지니어링이 현재 주력시장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으로 진출해야 하는 영역인 셈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기존 사업 실적이 순항하면서 이익체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올해도 그린수소 등 신사업 확대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22년 연간 경영목표로 제시했던 신규 수주실적 8조 원, 매출 8조5천억 원, 영업이익 6100억 원을 모두 초과달성했다. 연간 수주실적과 매출, 영업이익 모두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 실적을 보였고 순이익은 회사 창립 뒤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1분기에도 기존 해외 플랜트사업이 순항하면서 영업이익이 29.2% 증가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일 건설산업 관련 보고서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은 4월 주가수익률은 조금 부진했지만 순현금 1조3천억 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삼성그룹을 중심으로 확대하고 있는 신사업 등 투자 포인트가 유효하다”고 바라봤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