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XP반도체 인도에 TSMC 파운드리 투자 ‘러브콜’, 삼성전자도 기회 보나

▲ NXP반도체가 주요 파운드리 협력사의 인도 내 생산공장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NXP반도체의 인도 벵갈루루 연구개발센터.

[비즈니스포스트] 자동차용 반도체 전문기업인 네덜란드의 NXP반도체가 세계 주요 파운드리업체를 향해 인도에 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건설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대만 TSMC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이들의 투자 여력과 기술 경쟁력을 고려한다면 삼성전자도 충분히 투자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인도 이코노믹타임스 등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커트 시버스 NXP CEO는 최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현지 반도체산업 생태계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코노믹타임스는 NXP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시버스 CEO가 파운드리 협력사들의 인도 내 반도체공장 설립을 적극 유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NXP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이미 다른 반도체기업들과 관련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인도에 생산공장을 설립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NXP는 인도에 연구개발센터 투자를 대폭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미 인도에 4곳의 연구소를 운영하며 4천 명가량의 연구인력을 두고 있다.

인도가 우수한 전문인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기차를 비롯한 자동차시장의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국가인 만큼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는 것이다.

NXP가 인도 반도체공장 설립을 적극 추천하겠다고 언급한 대상 기업에는 TSMC와 글로벌파운드리가 포함된다. 두 기업 모두 자동차용 반도체 위탁생산을 주요 사업으로 두고 있다.

NXP가 TSMC와 글로벌파운드리에 반도체 생산 물량을 일부 맡기고 있는 만큼 인도에 공장을 설립해 현지 고객사에 판매할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인도 정부는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가 이어지던 2021년부터 적극적으로 자국에 대형 반도체기업의 생산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꺼내들고 있다.

대만 제조업체 폭스콘이 인도에서 반도체 투자 인센티브를 받는 1호 기업에 올랐고 인텔도 지난해 인수를 결정한 타워세미컨덕터의 생산공장을 인도에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코노믹타임스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삼성전자의 반도체공장 유치도 주요 목표로 두고 있다. 삼성전자가 첨단 파운드리 미세공정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에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가 벌어졌을 때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업종은 자동차 제조 분야다. 최근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 기술 전환에 속도가 붙으며 필요한 반도체 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NXP반도체 인도에 TSMC 파운드리 투자 ‘러브콜’, 삼성전자도 기회 보나

▲ 대만 TSMC 파운드리로 생산된 NXP반도체의 차량용 반도체 제품.

NXP반도체가 인도에 TSMC 등 협력사의 생산공장 투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점은 이러한 수요 증가세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TSMC가 인도에 새 반도체공장 건설을 추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일본 등 국가에서 동시에 시설 투자를 진행하며 자금 여력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TSMC는 최근 미국 파운드리공장에 들이는 투자 비용을 기존 12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로 크게 높였다. 일본에도 투자 규모를 늘려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을 계획보다 확대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TSMC가 당초 독일에 신설하려고 했던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 계획도 불투명해진 시점이다.

이런 배경을 고려한다면 주요 고객사인 NXP반도체가 인도에 생산 투자를 요청한다고 해도 TSMC가 이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글로벌파운드리 역시 투자 여력이 제한적인 데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에 대규모 공장 건설 계획을 내놓은 만큼 인도까지 투자를 확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세공정 기술 수준이 14나노 안팎에 그친다는 점도 고객사의 수요 대응 능력에 한계를 맞을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결국 충분한 기술력과 투자 여력을 모두 갖추고 있는 삼성전자가 인도에 파운드리공장을 신설할 후보 기업 가운데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에서 아직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다. 인도에 공장을 신설해 NXP와 같은 고객사 주문을 수주하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NXP반도체는 한때 삼성전자의 인수 대상 후보에 거론됐을 정도로 전략적 측면에서 큰 시너지가 예상되는 기업이다. 인도에 공장을 신설하면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삼성전자가 한국과 미국에만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에 따른 생산 거점 다변화를 중요한 과제로 안고 있다는 점도 인도공장 투자의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인도에서 주로 수요가 발생할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주력 분야인 미세공정 반도체가 아닌 28나노 이상 구형 공정 기반의 반도체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

NXP는 인도에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계기로 산업 자동화와 헬스케어 분야를 포함한 신사업에서 미래 성장 기회를 찾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