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퀄컴의 고급 모바일 프로세서(AP)에 이어 중급 AP 위탁생산 수주도 놓친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황이 다소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주요 고객사 수주를 TSMC에게 빼앗기면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사업 성장세도 한풀 꺾일 공산이 커졌다.
 
삼성전자 퀄컴 ‘중급 AP’ 수주도 놓친 듯, 최시영 3나노 파운드리에 올인

▲ 삼성전자가 퀄컴의 중급 모바일 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7+ 1세대 위탁생산 수주를 놓친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은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3나노 등 첨단공정을 중심으로 TSMC와 기술격차를 좁혀 대형고객사들이 다시 발을 돌리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중국 IT매체 기즈모차이나 등의 해외언론에 따르면 퀄컴은 17일 중국에서 새로운 스냅드래곤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이번에 공개되는 모델은 중급 모바일 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7+ 1세대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즈모차이나는 “퀄컴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4나노 공정 대신 TSMC의 4나노 공정을 사용하여 최신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7+ 1세대를 제조하기로 결정했다”며 “삼성전자는 스냅드래곤7+ 1세대 수주를 놓침으로써 파운드리 사업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냅드래곤7은 스냅드래곤8보다 한 단계 낮은 중급 AP로 지난해 출시된 스냅드래곤7 1세대는 삼성전자의 4나노 공정으로 제조됐다. 하지만 업그레이드 모델인 스냅드래곤7+ 1세대는 삼성전자가 아닌 TSMC의 공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퀄컴의 고급 AP인 ‘스냅드래곤8’도 1세대는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제조를 맡았으나 2세대는 TSMC로 바뀌었는데 이와 같은 상황이 중급 AP에도 똑같이 재현되는 셈이다.

TSMC에서 제조된 스냅드래곤7+ 1세대는 성능 측면에서도 큰 향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전자기기 벤치마크(성능측정) 사이트인 긱벤치에 올라온 성능 점수에 따르면 스냅드래곤7+ 1세대는 싱글코어 1232, 멀티코어 4095점으로 측정됐다. 이는 지난해 출시된 고급 AP인 스냅드래곤8 1세대, 미디어텍의 디멘시티9000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TSMC의 4나노 공정이 그만큼 경쟁력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뛰어난 AP 성능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갤럭시S23 시리즈에 탑재된 ‘스냅드래곤8 2세대’도 TSMC 4나노로 만들어졌다.

퀄컴은 2022년 매출 기준 삼성전자의 5대 고객 가운데 하나다. 퀄컴 외에는 애플, 버라이즌, 도이치텔레콤, 베스트바이가 주요 5대 매출처였는데 이들의 비중은 전체 삼성전자 매출의 약 16%였다.

따라서 퀄컴의 이탈은 올해 삼성전자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외 IT매체 폰아레나는 “퀄컴은 삼성전자에서 TSMC로 천천히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는 끔찍한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퀄컴 ‘중급 AP’ 수주도 놓친 듯, 최시영 3나노 파운드리에 올인

▲ 퀄컴의 중급 모바일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7 1세대. <퀄컴>

게다가 2023년 글로벌 파운드리산업 자체가 꺾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2023년 파운드리 산업의 전체 매출이 2022년보다 4%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TSMC의 올해 2월 매출은 1월에 비해 18.4% 줄어들면서 이와 같은 예측은 현실화되고 잇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지난해 큰 폭의 성장과 함께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인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악화된 가운데 거둔 성과여서 더욱 의미가 컸다.

하지만 파운드리 업황 둔화와 함께 대형 고객사까지 이탈하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사업은 올해 성장세가 꺾일 가능성이 있다.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이와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3나노 공정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4나노와 달리 3나노에서 수율(양품 비율)을 하루빨리 높이고 성능을 입증한다면 퀄컴, 엔비디아 등과 같은 대형고객이 3나노에서는 TSMC가 아닌 삼성전자에 물량을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TSMC 3나노 파운드리는 애플이 독점할 공산이 높아 삼성전자는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방식 3나노가 핀펫 방식의 TSMC 3나노 공정보다 훨씬 우수한 만큼 퀄컴 스냅드래곤8 3세대에는 삼성전자 3나노가 적용될 것이란 말도 나온다.

최 사장은 2022년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2’에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기술 혁신, 응용처별 최적 공정 제공, 고객 맞춤형 서비스, 안정적인 생산능력 등 4가지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고 오랫동안 준비해왔다”며 “고객의 성공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존재 이유”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첨단공정 기술력 향상을 위해 경쟁사 출신 임원도 적극 영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TSMC 출신 엔지니어 린준청씨를 반도체(DS) 부문 어드밴스드패키징(AVP)팀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신임 린 부사장은 3차원 반도체 패키징 전문가로 삼성전자에서 첨단반도체 패키징 관련 기술과 제품 개발을 이끈다.

린 부사장의 영입은 미세공정과 함께 최근 부각되고 있는 패키징 기술도 끌어올려 첨단공정에서 기술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해외 IT매체 샘모바일은 “삼성전자의 린 부사장 채용은 첨단공정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인 움직임”이라며 “애플이 M3와 A17바이오닉 칩을 제조하기 위해 TSMC를 선택했고 퀄컴도 이번 스냅드래곤7+ 1세대를 TSMC 4나노 공정으로 제작하는 상황에서 나온 삼성전자의 결정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