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구영배 큐텐 대표이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구 대표가 지난해 9월 동남아시아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을 통해 티몬을 인수할 때만 해도 큐텐이 국내에 진출한다는 정도의 의미로만 해석됐다.
 
큐텐 구영배 행보 심상치 않다, '플랫폼 연합군'으로 이커머스 재편하나

▲ 구영배 큐텐 대표이사(사진)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체력이 많이 빠진 플랫폼을 여럿 인수해 시장 재편까지 바라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구 대표의 행보를 보며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다른 해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구 대표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 3~4%대로 영향력이 미미한 플랫폼을 인수해 연합군을 형성한 뒤 시장을 재편하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이커머스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7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현재 큐텐의 움직임은 한 때 시장에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현재는 영향력을 많이 상실한 플랫폼을 여럿 인수해 몸집을 단숨에 불리려는 의도로 읽힌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재 큐텐은 위메프 측과 만나 지분 인수를 놓고 협상하고 있다. 현재 매각 방식 등을 놓고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르면 3월 안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큐텐이 위메프 인수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티몬을 품에 안은 지 약 반 년 만의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위메프가 매각 협상에 나섰다는 점도 의미가 적지 않다.

위메프는 창업주인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이사의 의지에 따라 그동안 매각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의사가 없다는 뜻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에 큐텐을 상대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는 것은 매각과 관련해 허 대표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큐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내부적으로 큐텐의 위메프 경영권 인수 협상과 관련해 파악되거나 공유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위메프 관계자도 "다양한 투자자로부터 투자 협력 제안을 받긴 했지만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큐텐이 앞서 티몬 인수 과정에서 보여줬듯 위메프 인수와 관련한 내용도 협상이 막바지에 이를 때까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질 가능성이 높다.

구영배 대표가 티몬에 이어 위메프까지 연달아 인수하려는 시도는 여러 측면에서 주목을 받는다. 무엇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구 대표가 무엇인가를 해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티몬에 이어 위메프까지 인수하게 되면 아무래도 유통채널 입장에서는 구매력(바잉 파워)이 커지지 않겠느냐"며 "10년 가까이 사업을 하며 각자 플랫폼이 쌓아온 노하우를 잘 결합한다면 두 플랫폼의 시너지가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쿠팡과 함께 2010년대 초중반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주인공들로 한 때 시장에서 '소셜커머스 3인방'이나 '소셜커머스 1세대'로 불렸다.

하지만 티몬과 위메프는 2014년 자체 배송 인프라를 구축하며 몸집을 키우기 시작한 쿠팡과 다른 길을 걸었고 결국 시장에서 지배력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쿠팡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하며 승승장구한 반면 티몬과 위메프는 뚜렷한 새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영향력을 계속 상실했다. 티몬은 몇 년 동안이나 수장이 계속 바뀌며 꾸준히 매각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두 플랫폼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지표는 점유율이다.

물론 이커머스 시장에서 각 플랫폼의 점유율을 공식적으로 파악한 통계는 없다. 다만 증권사들의 분석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는 2021년 기준으로 각각 3~4%대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이들과 비슷한 시기에 창업한 쿠팡은 점유율 20%대를 넘겼다.

하지만 구 대표가 큐텐을 통해 티몬과 위메프를 함께 손에 넘는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비록 지금은 두 플랫폼 모두 시장 경쟁에서 밀려나 있지만 이들을 한 데 묶는다면 양강구도가 짙어지고 있는 시장에 자그마한 균열을 낼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구 대표는 현재 인터파크의 커머스부문 인수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파크는 이미 지난해 말 임직원을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을 열고 커머스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큐텐에 매각하기로 가닥을 잡았다는 내용을 알리기도 했다.

인터파크는 G마켓과 함께 국내 이커머스 1세대로 분류되는 플랫폼이다. 여행과 레저 등에서는 여전히 경쟁력이 공고하지만 그 외 커머스부문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이커머스업계에서는 인터파크의 시장 점유율을 1%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구 대표가 티몬과 위메프뿐 아니라 인터파크까지 손에 넣는다면 시장 점유율만 단숨에 7~9%까지 높아질 수 있다.

유통공룡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의 시장점유율 4%대를 한참 앞서게 된다는 점에서 구 대표의 '이커머스 연합군' 형성 움직임은 예의주시할 만하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구 대표는 익히 잘 알려진 바와 같이 2000년대에 G마켓의 성공 신화를 썼던 인물로 사업 아이디어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한 때 시장을 평정하는 듯했지만 경쟁에 밀려 낙오자로 평가받는 1세대 플랫폼들로 G마켓의 성공 신화를 재현할지 두고 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