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투자기관 라자드자산운용이 대만 TSMC를 최선호주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TSMC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투자기관 라자드자산운용이 대만 TSMC 주식을 꾸준히 매수하고 있다.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가 최근 TSMC 지분을 대거 처분한 것과 상반된다.
TSMC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시설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지만 그만큼 충분한 수익을 거두고 있어 현재 주가는 저평가된 수준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3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라자드자산운용의 신흥시장 관련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TSMC의 지분 규모는 현재 가치 기준 2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라자드자산운용은 신흥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투자 및 자문기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뉴욕을 거점으로 하고 있으며 펀드 운용 자금 규모는 1840억 달러(약 240조 원)에 이른다.
제임스 도널드 신흥시장 투자 총괄은 블룸버그를 통해 TSMC가 라자드자산운용의 최선호주 가운데 하나에 해당한다며 “이전보다 훨씬 더 저평가되고 있는 종목”이라고 전했다.
TSMC의 주가 대비 순이익(P/E) 비율이 13배에 불과해 이전보다 절반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제시됐다.
도널드 총괄은 “지난해 TSMC 주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지분 매도를 검토하고 있던 시점에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며 “그 이후로 꾸준히 지분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TSMC 주가는 연간 34%에 이르는 하락폭을 나타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경제 성장 둔화 등 영향으로 미국 증시 기술주에 전반적으로 약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미국증시에 상장된 TSMC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약 19% 반등했다. 블룸버그가 종합한 33개 증권사 투자의견 가운데 30곳이 ‘매수’의견을 제시한 상태다.
블룸버그는 버크셔해서웨이의 TSMC 지분 매각 결정이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며 이유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TSMC는 지난해 말 약 50억 달러에 이르는 TSMC 지분을 매수했지만 올해 들어 86%가량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크셔해서웨이가 단기에 주식을 처분하는 사례가 드물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TSMC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반도체기업’이라고 언급했지만 중장기 경쟁력을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도체 사업 특성상 상당한 규모의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우위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라자드자산운용은 이와 반대되는 시각을 보이며 TSMC의 사업 전망을 두고 낙관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총괄은 블룸버그를 통해 “TSMC는 막대한 투자를 벌이고 있지만 이러한 투자를 통해 충분한 이익을 거두고 있는 몇 안 되는 기업”이라며 “매우 훌륭한 수익성을 갖추고 있다”고 바라봤다.
TSMC가 중장기 관점에서 봐도 대규모 투자를 통한 성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다만 현재 라자드자산운용의 신흥시장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삼성전자 지분이 차지하는 가치는 TSMC를 웃돌고 있다.
삼성전자도 TSMC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등 주력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안정적 수익 기반을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라자드자산운용의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SK하이닉스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