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은 2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재 3.5%에서 동결했다. 한국과 미국 금리차가 커질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경계감을 보이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해 금리 추가인상을 예고하는 미국과의 금리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투자자들이 술렁이고 있다.
미국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시장의 예상대로 금리인상을 단행하다면 한미 금리차가 사상 최고 수준까지 벌어지면서 ‘강달러’에 의해 시장 변동성이 비우호적인 흐름으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두고 사실상 긴축기조를 끝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 물가에 대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전망에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이 있겠지만, 한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은 종료됐으며 4분기 한 차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경우 긴축기조가 당분간 더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경제지표가 아직 강하고 물가가 예상만큼 빠르게 둔화하고 있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3월에도 금리인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은행은 2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재 3.5%에서 동결했다. 미국 기준금리는 연 4.5~4.75%로 한국보다 1.25%포인트 높다. 여기서 미국이 3월 FOMC에서 금리를 올린다면 금리격차는 더 벌어지는 것은 물론, 역대 최대치(1.50%포인트)에 이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최근 외국인투자자가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순매도로 돌아선 가운데 벌어진 한미 금리격차는 원화 약세를 자극해 국내증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화와 달러화가 서로 다른 흐름을 보이면서 원화가치가 떨어질수록 원/달러 환율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24일 기준 전날보다 7.7원 높은 1304.8원에 거래를 마쳤다. 2월 초 1220원대까지 내렸던 것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환율이 빠르게 올랐다.
외국인 투자자는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투자를 줄이는 경향이 있다. 원화 가치가 하락에 따라 국내 주식의 가치가 하락하면 달러로 환전한 투자수익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달러가치가 홀로 급등했던 지난해 9, 10월에는 국내 주식시장을 떠났던 외국인투자자는 강달러 현상이 한풀 꺾인 1월 국내증시에 돌아왔다.
이후 올해 들어 국내시장에서 10조 원 가까이 순매수하며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던 외국인투자자는 미국 연준의 긴축기조에 대한 불안감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다시 순매수 규모를 줄여가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외국인 순매수 배경에는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낮은 투자비중 외에도 환차익을 기대한 성격도 존재했다”며 “이런 관점에서 금통위 결과에 따라 1300원대 진입을 목전에 둔 원/달러 환율 방향성이 변하면서 외국인들의 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미국 연준의 긴축 강화 전망’과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상이한 두 전망이 공존하고 있는데 중 어느 쪽이더라도 미국 달러화는 강세를 보일 수 있다”며 “달러 강세가 주식시장 단기 조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한미 금리격차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단기적인 현상일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에 따라 미국 이외 지역의 경제가 살아나면서 달러 강세를 진정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적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발 신용리스크는 당분간 한국 정책금리 역전과 함께 원화 추가 약세를 자극할 수 있다”면서 “다만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3월부터 가시화된다면 국내 경기의 저점 통과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