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가 키운 의장과 윤석열 만난 부의장, MZ세대 주도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21일 서울 용산 동자아트홀에서 발대식을 열고 공식활동을 시작한다. 유준환 LG전자 사람중심 노동조합 위원장(앞줄 오른쪽)과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앞줄 왼쪽)이 4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참여 노조위원장들과 결의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비즈니스포스트] ‘MZ세대 노조’라 불리는 새로운 노동자 단체가 탄생한다.

새로운 노동자 단체는 노동조합(노조) 정치화에 문제를 제기하며 양대 노총으로 대변되는 기존 노조와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 노동계에 변화의 바람을 예고하는 새 단체를 이끄는 인물들과 이들의 배경을 향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 동자아트홀에서 발대식을 열고 공식 활동을 시작한다.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조, LG에너지솔루션 연구기술사무직노조,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 등으로 구성됐으며 조합원 수는 5~6천 명으로 알려졌다.

구성원 대부분이 2030세대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상생’, ‘공정’, ‘상식’ 등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또 파업이나 정치투쟁보다는 노동조합 문화 및 인식개선 사업,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동시장 연구, 채용비리 및 불공정 채용 문제 해결, 노동시장 공정성을 저해하는 법 개정 촉구 등 노동자 권익 향상을 위한 활동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번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구성을 주도한 인물은 유준환 의장과 송시영 부의장이다.

유 의장은 LG전자 스마트TV 부서에서 4년차 개발자로 일하던 2021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LG전자 사무직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당시 유 의장이 회사의 성과급 지급 기준 등에 문제의식을 갖고 동료들의 생각을 묻기 위해 블라인드에 설문을 진행했던 것이 노조 결성으로 이어졌다. 

유 의장은 기존 노조가 생산직 노동자 위주로 구성돼 사무직 구성원들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자 구성원들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노조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LG전자 사람중심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LG전자 사무직 노조 설립 이후 현대자동차, 금호타이어 등 다른 대기업에서도 사무직 노조 설립 바람이 이어졌다.

유 의장은 노조를 설립한 뒤 1년여 만인 2022년 3월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과 만나기도 했다. 유 의장은 조 사장에게 사내 신고 시스템과 재량근로제와 관련된 직원들의 불만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의장도 기존 노조가 직장 내에서 발생한 문제와 관련한 비판적 견해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송 부의장은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2019년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했다. 2021년 6월 서울교통공사 콜센터 직원 직고용에 반대목소리를 내며 8월 사내에 MZ세대가 주축이 된 ‘올(All)바른 노조’를 만들었다.

그는 당시 비정규직 직고용을 두고 ‘인국공(인천공항공사) 사태’가 서울교통공사에도 재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국공 사태는 2020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하면서 공정성 시비가 불거진 일을 말한다.

송 부의장은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이 국민과 대화 형식으로 진행한 국정과제 점검회의에 패널로 참여해 노동개혁 관련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송 부의장은 이 자리에서 노조 설립 취지를 설명하면서 11월 서울교통공사 파업을 두고 2018년 매점, 이발사 등을 공사 일반직으로 전환한 일이 구조조정으로 되돌아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의장과 송 부의장 모두 기존 노조가 노동과 관계없는 정치 활동을 펼치는 것에 부정적 견해를 보인다.

유 의장은 14일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성 노조가 근로자와 관계없는 문제로 힘을 낭비하고 있다”며 “한미연합군사훈련 반대라는 구호가 평범한 근로자들에게 와 닿겠나”라고 반문했다.

송 부의장도 15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나 반미 운동이 노동자 환경 개선과 무슨 상관이냐”며 “실속 있는 노조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성향을 가진 MZ세대 노조가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로 조직화에 나서자 윤석열정부는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정부는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등 기존 노조들과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의 한 축으로 새로고침협의회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은 13일 송 부의장 등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관계자들과 간담회에서 “MZ세대 노조가 노동운동은 물론 경제사회 발전의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되고 있다”면서 “오늘을 시작으로 새로고침협의회와 자주 만나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건설노조와 대립하고 있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를 비롯한 MZ노조가 노동운동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가고 있다”며 이들을 추켜세웠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