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의 3나노 기술력이 올해 하반기 출시되는 구글 스마트폰 ‘픽셀8’에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픽셀8에 탑재되는 모바일 프로세서(AP) ‘텐서3’이 삼성전자 3나노 공정으로 제조되는데 성능 향상이 입증된다면 향후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고객사 확대가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삼성전자 3나노로 만든 구글 AP 하반기 공개, 고객사 확대 시험대

▲ 삼성전자 파운드리 3나노 공정으로 제조된 구글 모바일 프로세서(AP)가 2023년 하반기에 공개돼 성능이 경쟁사 제품과 명확하게 비교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구글이 올해 하반기 스마트폰 픽셀8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모바일 프로세서(AP)의 성능 개선이 어느 정도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글은 그동안 픽셀6, 픽셀7 등 스마트폰을 출시했는데 AP 성능 측면에서 애플 등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한참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픽셀7에는 구글이 자체 설계한 AP ‘텐서2’가 탑재됐는데 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5나노 공정으로 제조됐다.

특히 픽셀7은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문제점으로 지적됐는데 이는 AP인 텐서2의 전성비(전력대비 성능)가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픽셀8의 텐서3은 삼성전자 3나노 공정으로 제조되는 만큼 큰 폭의 성능향상이 기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3나노에서 세계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방식을 채택했다.

GAA는 트랜지스터의 채널과 게이트가 4면에서 맞닿게 하는 기술이다. 채널과 게이트 접촉면이 3면에 그치는 기존 핀펫 방식보다 반도체가 동작하는 전압을 낮추고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

3나노 GAA 공정은 5나노 핀펫 공정과 비교해 전력은 50% 절감, 성능은 30% 향상, 면적은 35% 축소된다. 게다가 핀펫 방식을 유지한 TSMC의 3나노 공정보다도 전력 소모와 전성비(전력대비 성능) 측면에서 모두 10% 이상 우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유명 IT 팁스터(정보유출가) RGCLOUDS는 “핀펫은 4나노 공정까지가 한계인 것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이 진정한 3나노”라며 “삼성전자가 TSMC와 3나노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글 픽셀8은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 기술력에서 경쟁우위를 입증할 좋은 기회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첫 3나노 고객은 가상화폐 관련 주문형반도체(ASIC) 업체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와 같은 반도체는 물량이 작을 뿐 아니라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취급하는 제품이 아닌 만큼 성능 향상의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모바일 프로세서(AP)와 같은 제품은 대량으로 생산되고 다른 제품들과도 같은 조건에서 명확하게 비교할 수 있는 만큼 삼성전자 3나노 공정이 어느 정도의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삼성전자 3나노로 만든 구글 AP 하반기 공개, 고객사 확대 시험대

▲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모습.

최근 갤럭시S23 시리즈에 탑재된 AP ‘스냅드래곤8 2세대(퀄컴 설계, TSMC 4나노 공정)’도 제품이 출시되자마자 소비자들이 전 모델이나 애플의 A16바이오닉 칩셋과 함께 성능을 측정해 격차를 비교했다.

따라서 만약 픽셀8의 성능이 기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난다면 삼성전자가 구글 이외에 퀄컴, 엔비디아, AMD 등 대형 고객사를 추가로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퀄컴은 이번에 스냅드래곤8 2세대를 TSMC 4나노 공정에 맡겼지만 향후 ‘멀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략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가격 경쟁력 및 확장 측면을 고려하면 반도체 공급처를 다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멀티 파운드리란 협력하는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를 두 군데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을 뜻한다.

엔비디아도 퀄컴처럼 멀티 파운드리 전략을 취하며 TSMC와 삼성전자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고 있는데 3나노에서도 TSMC가 제시한 가격에 불만을 갖고 있어 삼성전자 3나노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과 AMD는 아직까지 첨단 파운드리 대부분을 TSMC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픽셀8을 통해 차별화된 3나노 경쟁력을 보여준다면 이들도 반도체 조달 전략을 변화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애플은 최근 TSMC에 첨단 파운드리 주문을 웨이퍼 기준 12만 장이나 축소했는데 이는 스마트폰 수요 감소와 더불어 너무 높아진 TSMC의 파운드리 단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애플도 더 낮은 가격에 높은 성능의 반도체를 위탁생산해 줄 업체를 찾아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인도 힌두스탄타임스는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 파운드리 공장은 향후 3나노 반도체도 생산하게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애플에 AP 등 주요 반도체를 공급하는 TSMC와 더 격렬한 경쟁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