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미국 공장 추가 건설 가능성, 권영수 미국시장 패권 다잡는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미국 애리조나 공장 건설계획을 재추진해 CATL 등 중국 기업의 공세에 맞서 미국 시장 패권을 이어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미국 생산능력 확충에 속도를 내며 미국 배터리시장 패권 다잡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배터리기업들이 자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데다 우회로를 통한 미국 현지 진출도 가시화하고 있어 권 부회장에는 미국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19일 LG에너지솔루션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미국 애리조나 공장 건설계획이 다시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3월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릭에 1조7천억 원을 투자해 모두 11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신규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의 발표는 국내 배터리기업 가운데 북미 시장에 원통형 배터리 전용 독자 생산공장을 처음으로 건설하는 것이어서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그 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6월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경제환경 악화에 따른 투자비 급등을 이유로 애리조나 공장 건설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후 2023년 들어서도 뚜렷한 방침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애리조나 공장과 관련해 테슬라 및 스타트업 고객과 함께 원통형 배터리 신규 공급 문제를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업계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경제상황이 좋지 못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이 공식적으로 다시 애리조나 공장 관련한 진행 상황을 시장과 소통했기 때문에 건설계획이 재추진될 것이라는 시선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세운 합작법인(얼티엄셀즈)을 통한 미국 배터리 4공장 추진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이에 공급자 우위로 전환되는 배터리 시장에서 권 부회장의 LG에너지솔루션 생산능력 확장 전략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았다. 그러나 애리조나 공장을 계기로 미국 투자를 다시 늘릴 가능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전기차용배터리 시장에서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파우치형이나 각형과 비교해 에너지 밀도가 낮은 원통형 배터리가 기술개발을 통해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LG에너지솔루션의 애리조나 공장 건설 재개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테슬라 이외에도 스텔란티스, BMW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기업들도 원통형 배터리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최근 원통형 배터리를 향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만큼 애리조나 공장 건설과 관련해 고객사들과 협의를 진행하며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으로서는 애리조나 공장 등 미국 생산능력 확대가 다시금 불거진 중국 기업과의 배터리시장 패권다툼에서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중국의 배터리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에 따라 국내 배터리3사의 안마당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 1위를 노리는 LG에너지솔루션에게도 미국은 가장 큰 ‘기회의 땅’인 셈이다.

권 부회장도 줄곧 미국 시장 공략을 강조하고 미국에서 가장 많은 배터리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며 대응해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연간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 목표 540GWh 가운데 북미에서만 40%가 넘는 230GWh가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달 초에는 미국 미시간주에 배터리 팩과 모듈 조립을 위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 FEPS와 배터리 모듈 장기 공급계약을 맺으며 북미 전기 상용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도 했다.

전기 상용차 시장은 승용차 시장과 비교했을 때는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는 작지만 차량 1대당 배터리 탑재량이 많고 장기 공급계약이 가능해 배터리업계에서는 고부가 전략 시장으로 꼽힌다. 권 부회장이 미국에서 LG에너지솔루션 입지를 넓힐 수 있는 전략인 셈이다.

중국 배터리 기업의 도전도 권 부회장의 생산능력 확대 발걸음을 재촉하는 요인이다.

CATL은 최근 미국에서 직접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며 LG에너지솔루션에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당초 인플레이션 감축법 아래 중국 기업들의 미국 현지 배터리 생산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우회적로를 확보한 것이다.

포드는 35억 달러(약 4조5천억 원)를 투자해 미국 미시간주에 대규모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는데 여기에는 CATL이 배터리 제조 기술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협력한다.

물론 미국 공화당에서는 포드와 CATL의 협력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고 중국 정부도 핵심기술 유출 우려에 조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미국 정부가 미국 전기차 및 배터리산업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로 포드의 투자를 적극 환영하면서 향후 중국 기업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배터리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 집계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을 향한 공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 나타난다.

SNE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용배터리 사용량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여전히 1위를 지켰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여전히 LG에너지솔루션의 시장 지배력이 가장 높다는 통계지만 점유율 흐름을 보면 안심할 수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 집계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2021년 35.1%에서 29.7%로 5%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반면 CATL은 같은 기간 14.0%에서 22.3%로 급상승했다.

SNE리서치는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중국을 제외한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1위 자리를 지키며 마무리했지만 중국 기업들은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며 “향후 시장 점유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