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실적을 놓고 외국인 주주들에게 2조 원이 훌쩍 넘는 배당금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시대 은행을 중심으로 한 ‘돈 잔치’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금의 배당 확대 추세가 이어진다면 외국인 배당 3조 원시대도 조만간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금리에 돈 잔치 4대 금융지주, 외국인 배당금도 2조5천억으로 껑충

▲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실적과 관련해 외국인 주주들에게 2조 원이 훌쩍 넘는 배당금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업계 따르면 4대 금융지주는 2022년 실적과 관련해 KB금융 1조1494억 원, 신한금융 1조928억 원, 하나금융 9767억 원, 우리금융 8227억 원 등 모두 4조416억 원 규모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2021년보다 8%가량 늘어난 것으로 4대 금융지주의 배당 규모가 4조 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쓴 영향 등으로 배당 성장세를 이어갔다. 10년 전인 2013년 4대 금융지주의 전체 순이익 규모가 4조5천억 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급격한 성장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에게 돌아가는 배당금도 크게 늘었다.

결산배당의 기준이 되는 2022년 말 지분율을 적용해 지난해 배당금을 계산하면 외국인 주주 몫은 2조5349억 원으로 추정된다.

분기배당 등을 고려해 연초와 연말 외국인 지분율의 평균값으로 배당금을 추정해도 2조4490억 원으로 2조5천억 원에 육박한다.

이는 외국인투자자가 지난해 1년 동안 코스피시장에서 순매도한 주식 6조8천억 원어치(ETF 등 제외)의 37%에 이르는 적지 않은 규모다.

각 금융지주별 외국인 배당 규모를 보면(연말 지분율 기준으로 추정) KB금융이 8417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금융(6853억 원), 신한금융(6805억 원), 우리금융(3274억 원)이 뒤를 이었다.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배당 규모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은 2022년 말 기준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의 지분을 각각 73.23%와 62.27%, 70.16%, 39.80% 보유하고 있다. 2021년 말보다 각각 3.85%포인트, 1.93%포인트, 2.63%포인트, 9.81%포인트 높아졌다.

2년 전인 2020년 말과 비교하면 KB금융 7.87%포인트, 신한금융 5.21%포인트, 하나금융 5.13%포인트, 우리금융 14.96%포인트 등으로 차이가 더욱 커진다.

외국인투자자는 올해 들어서도 전날까지 신한금융 2883억 원, 하나금융 2382억 원, KB금융 2127억 원, 우리금융 669억 원 등 4대 금융지주 주식을 모두 순매수하며 은행주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4대 금융지주가 이번 실적발표를 통해 앞다퉈 배당 확대를 약속한 점도 외국인 배당 규모를 늘릴 가능성을 높인다.

하나금융이 중장기 주주환원율 50%를 제시한 것을 비롯해 4대 금융지주는 일정 기준 이상의 여유 자본이 발생하면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주주가치를 지속해서 높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동안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던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조차 4대 금융지주의 실적발표 이후 입장자료를 내고 “이번 정책은 은행, 주주, 정부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윈-윈-윈’하는 고무적 결과”라며 “4대 금융지주를 상대로 애초 계획했던 주주 제안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4대 금융지주가 올해 자본시장 상황이 개선되고 지난해 4분기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은 만큼 올해 역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배당을 제외한 자사주 매입 소각 등을 더할 경우 이미 외국인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주주환원 규모가 3조 원에 육박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올해 KB금융은 3천억 원,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1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밝혔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발행 주식수를 줄이는 효과를 내 주가 부양 요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현재 4대 금융지주 모두 순이익의 대부분을 공공성이 강한 은행업, 그 가운데서도 이자수익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지주 전체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연결조정 제외)은 KB금융 67.9%, 신한지주 65.6%, 하나금융 87.4%, 우리금융 92.1%로 1년 전보다 각각 9.1%포인트와 3.5%포인트, 14.5%포인트, 0.3%포인트 증가했다.

은행 순이익 비중은 예대마진(예금과 대출금리 차이) 확대로 은행의 이자이익이 크게 늘면서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4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순이자이익으로 KB국민은행 9조2910억 원, 신한은행 8조2052억 원, 하나은행 7조6087억 원, 우리은행 7조4180억 원 등 모두 32조5229억 원을 올렸다. 1년 전보다 23.1% 증가했는데 4대 시중은행 모두 1년 전보다 20% 이상 늘었다.
 
고금리에 돈 잔치 4대 금융지주, 외국인 배당금도 2조5천억으로 껑충

▲ 1월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국내 금융산업 주요 인사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위 업무보고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실>


은행은 증권, 카드, 캐피탈, 보험 등 다른 금융업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보장된 산업으로 여겨진다.

위험을 감수하고 추가 수익을 노리는 다른 업종과 달리 수신 자금을 안전하게 지키는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기 때문이다.

4대 시중은행은 결국 고금리시대 안정적 이자사업으로 큰돈을 번 셈인데 서민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고금리를 통해 번 돈으로 외국인 배당을 늘렸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4대 금융지주의 이자이익 확대와 배당 강화 흐름에 강한 제동을 걸 가능성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1월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민간산업인 동시에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 은행의 특수성을 강조한 데 이어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은행의 공공성과 고금리 대출 관련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은행의 돈 잔치로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기 않도록 금융위원회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4대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은행의 돈 잔치’라는 표현을 써가며 은행의 수익성을 강하게 문제 삼은 만큼 아무래도 금융당국의 압박이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4대 금융 모두 더욱 바싹 엎드리고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