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싸움이 하이브와 카카오가 맞붙는 형국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가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과 힘을 합치면서 SM엔터테인먼트와 시너지를 노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셈법도 아주 복잡해졌다.
 
SM 경영권 분쟁 하이브 가세로 새 국면, 카카오엔터 전략 차질 불가피

▲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놓고 하이브와 카카오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10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따르면 3월 말 열릴 SM엔터테인먼트 주주총회가 하이브와 카카오의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이브는 전날 이수만 창업자와 SM엔터테인먼트 주식 352만3420주를 1주당 12만 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이브가 이 창업자에게 지불하는 총 금액은 4228억1040만 원이다.

이로써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 지분 14.8%를 취득하며 최대주주에 오르게 됐다. 이 창업자의 지분은 3.66%로 감소한다.

하이브는 앞으로 소액주주의 주식도 공개매수를 통해 주당 12만 원에 최대 595만1826주 더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매수에 성공한다면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총 보유 지분은 39.8%로 늘어난다. 하이브는 계열사로부터 3200억 원의 단기차입금을 조달하며 주식 취득을 위한 자금 마련도 끝냈다.

이처럼 이수만 창업자가 하이브에 자신의 보유 지분 대부분을 매각한 것은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가 신주를 발행해 카카오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SM엔터테인먼트 앞서 7일 이사회를 열고 주식 123만 주의 유상증자와 114만 주에 해당하는 전환사채 발행을 의결했다. 카카오가 새롭게 발행되는 주식을 모두 매입하면 SM엔터테인먼트 지분 9.05%를 확보하게 된다.

신주가 발행되면 이수만 창업자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은 16%대로 떨어져 지배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에 이수만 창업자는 즉시 법률대리인을 통해 "SM 이사회가 제3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명백히 상법과 정관에 위반되는 위법한 행위다"며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 등 회사 지배관계에 변동을 주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위법행위"라고 주장했다.

하루 뒤인 8일에는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이 창업자의 대응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하이브에 자신의 지분을 양도하는 계약을 전격적으로 체결했다. 혼자 힘으로는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의 결정에 맞서 주주총회에서 승리하기 힘들다고 봤기 때문으로 보인다.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이 창업자가 지분 매각 상대로 하이브를 선택한 것은 자신의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팔 수 있을 뿐만 아니라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영향력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한 언론은 이수만 창업자 측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수만이 지분은 하이브에 넘겼지만 SM 경영권은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합의가 됐다"고 보도했다. 물론 이 창업자가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어쨌거나 하이브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전략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부터 이 창업자의 지분 인수를 위해 SM엔터테인먼트와 협상해왔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글로벌 투자기업으로부터 1조2천억 원가량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설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7일 SM엔터테인먼트와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 매입 계약의 대상은 카카오다. 아직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투자금이 유입되지 않아 모회사인 카카오가 먼저 계약을 맺은 것이고 이후 지분 인수 대상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변경할 공산이 컸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다방면의 사업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추가로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매입해 영향력을 높여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이전부터 SM엔터테인먼트를 탐냈던 만큼 이수만 창업자의 지분 매입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추후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을 시도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하이브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이런 계획은 큰 난관에 부딪힌 모양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입장에서는 우선 이 창업자가 제기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

법원이 이 창업자의 가처분을 받아들일 경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는 무위로 돌아가게 된다. 하이브가 경영권을 차지한 SM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사업적 파트너로 나설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법원이 이 창업자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하이브와 카카오는 3월 말 열리는 SM엔터테인먼트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하이브가 소액주주의 지분을 매입해 지분율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면 승산은 매우 낮아진다.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각각 8.96%, 5.12% 들고 있는 국민연금공단과 KB자산운용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이 창업자에 반대하는 쪽에 표를 준 적이 있다.

하지만 올해 주총에서도 이들이 이 창업자 반대편에 설 지는 미지수다.

방시혁 의장과 이수만 창업자가 이날 "SM엔터테인먼트의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 선진화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혀 지난해부터 주주들이 문제제기한 '잘못'을 바로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열린 카카오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카카오와 SM은 장기간 사업협력을 논의했고 이번 지분투자로 포괄적 사업협력을 체결했다"며 "글로벌 음원 유통 협업으로 IP 수익을 극대화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뮤직 시장에서 K팝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