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화물연대(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파업 원인이 된 ‘안전운임제’를 폐지하고 표준운임제를 도입하려 하지만 거센 저항에 맞닥뜨렸다.

화물연대는 표준운임제도로 적정운임 보장이 불가능하다고 반발하고 있고 시멘트업계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표준운임제 적용을 위한 화물운수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 당분간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추진 표준운임제 반대 목소리, 법안통과도 미지수라 불확실성만 커져

▲ 정부가 화물연대(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파업 원인이 된 ‘안전운임제’를 폐지하고 표준운임제를 도입하려 하지만 거센 저항에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시멘트 공장 앞에 서 있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차량. <연합뉴스>


9일 시멘트업계와 운송업계 등의 말을 종합해보면 정부가 지난해 말 화물연대 총파업 뒤 2개월 만에 내놓은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두고 적잖은 불만이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일 안전운임제 대신 표준운임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표준운임제는 기존 안전운임제와 같이 운송사와 차주 사이 운임을 강제해 차주를 보호하는 기능은 유지하지만 화주와 운송사 사이 운임 관련 처벌 조항을 없애고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화주의 운임 지급의무 및 처벌 삭제)를 도입하도록 했다.

기존 안전운임제 아래에서는 화주가 운송사에 화물 운송을 위탁할 때에도 안전운임을 적용해 이보다 적은 운임을 내면 5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지만 표준운임제에서는 이 조항이 사라졌다. 

정부는 화주가 운송사에 지급하는 의무가 폐지되더라도 운송사는 차주에게 표준운임 이상을 지급하도록 해 제도 취지에 부합하게 차주를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화물연대는 정부의 표준운임제 도입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실상 운임을 결정하는 화주에게 강제성이 없어지고 처벌도 완화돼 적정운임 보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화물연대는 7일 서울에서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표준운임제 강행에 관한 대응 논의를 시작했다. 

화물연대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은 안전운임제 문제뿐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 대형마트 의무휴업, 노조법 개정 등을 두고 정부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세워둬 노정 대립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향해 공개토론을 제안하며 3월25일 투쟁선포대회를 연 뒤 5월1일 노동자의 날 총궐기, 5~6월 최저임금 투쟁, 7월 총파업, 하반기 대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반대로 시멘트업계는 표준운임제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정부는 화물운송산업 정상화방안을 발표하며 2025년 12월13일까지 3년 동안 시멘트·컨테이너 품목에 한정해 표준운임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시멘트협회는 8일 성명서를 통해 “시멘트운반용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차량은 전체 화물차 45만대 가운데 0.7%인 2700여 대에 불과해 대표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2020년 안전운임제를 도입할 때도 시멘트·컨테이너업계가 3년 동안 시범 대상에 올랐는데 또다시 표준운임제 적용을 위해 시멘트·컨테이너 품목에 한정해 3년 동안 운영해 보겠다는 데에 불만이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표준운임제 적용을 위해서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 개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민주당은 이미 안전운임제를 2025년 말까지 3년 연장하는 화물자동차법 개정안을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지난해 12월9일 통과시켰다. 2월 국회에서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으로라도 처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해당 법안은 지난해 12월28일 열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해 안전운임제는 일몰된 상황이다. 

국회법에 따라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60일 동안 논의 없이 법사위에서 계류하면 다시 상임위원 5분의 3 의결로 곧바로 본회의로 회부될 수 있다. 6일로 개정안이 상임위를 넘은지 꼭 60일이 돼 다수당인 민주당이 본회의에 바로 법안을 올릴 길이 열렸다.

야당의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안과 정부의 표준운임제 도입이 부딪쳐 관련 업계에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또 파업이 반복돼 운송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안전운임제와 표준운임제 비교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답이 나온 상황은 아니다”며 “정책이 명확히 결정된 바가 없어 현장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