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 규모를 놓고 정치권 등 가스공사 안팎에서 폭탄 떠넘기기 혹은 방만 경영의 결과라는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가스공사를 향한 비판적 시선들은 세계적으로 가스의 물량 혹은 가격 급등과 같은 충격에서 국내 가스공급을 안정시켜야 하는 가스공사의 존재 의의를 등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자의눈] 가스공사 '미수금'이 뭐기에? 공기업 존재 의의 다시 봐야

▲ 한국가스공사는 국내에서 가스가 장기적으로 안정되게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국민생활의 편익 증진과 공공복리 향상에 이바지하게 하기 위해 설립된 공기업이다. 세계적으로 가스 가격의 급등 혹은 물량 부족과 같은 충격에서 국내 가스공급의 안정을 유지하게 하는 완충지대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1일 가스공사는 조직개편을 통해 정원을 감축한다고 밝혔다. 가스공사의 정원감축을 놓고는 일부 언론에서는 ‘미수금 9조’, ‘눈덩이 미수금’ 등을 이유로 들었다.

가스공사 미수금을 향한 비판에는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부터 앞장서는 모양새다.

최 사장은 이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가스공사 미수금을 놓고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탈석탄을 강행해 가스 수요가 늘었고 가스공사는 지난 5년 동안 가격이 비싸도 재고 확보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가스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며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지난해 말 9조 원이고 올해 말에는 12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1월30일 국회에 미수금을 연내 모두 회수하려면 가스요금을 현재의 3배로 올려야 한다는 내용의 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을 향한 비판에는 정치권도 빠지지 않았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에서는 1월28일 “문제인 정부 때 가스공사의 가스비 인상요구를 8차례 묵살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내놨다.

그렇다면 미수금은 무엇일까? 미수금이 많으면 가스공사가 제 역할을 못하게 되는 것일까?

미수금(未收金)은 사전적 의미로는 ‘못 받은 돈’, 즉 외상이다.

가스공사에게 미수금은 가스를 산 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가스를 팔았을 때 발생하는 차액이다. 가령 일정량의 가스를 100만 원에 사서 70만 원에 팔면 차액인 30만 원은 미수금으로 기록된다.

미수금을 놓고 일부에서는 ‘사실상의 부채인 미수금’ 등으로 표현하기도 하나 미수금은 갚을 돈이 아니라 받을 돈인 만큼 회계에서 자산으로 분류하는 항목이다.

물론 미수금의 성질, 특히 실제 회수 가능성에 따라 ‘떼인 돈’이 될 위험성도 있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아무에게나 가스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대중에 가스를 공급하는 각 도시가스회사, 지역난방공사를 비롯해 발전사 등에 주로 가스를 판매한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떼인 돈이 될 가능성이 비교적 크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로 가스공사는 2012년에 5조5천억 원까지 쌓였던 미수금을 이후 5년 동안 회수한 전례도 있다.

그렇다면 가스공사에 미수금은 언제, 왜 생긴 것일까?

최 사장이 1일 인터뷰에서도 직접 언급했듯 가스공사 회계에 미수금이 설정된 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으로 외환위기에 따른 국민의 부담 경감이 주요 목적이었다.

가스공급과 관련해 국민의 부담을 줄이는 것은 가스공사의 설립 목적 그 자체이기도 하다.

한국가스공사법 제1조를 보면 ‘이 법은 한국가스공사를 설립해 가스를 장기적으로 안정되게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국민생활의 편익 증진과 공공복리 향상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 내용을 보면 가스공사의 존재 의의와 활동 목적이 사기업처럼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 있지 않다는 점은 너무나 명확하다.

요컨대 가스공사는 마치 댐이 홍수 때 물을 저장하고 가뭄 때 물을 내보내듯 등락하는 가스 시세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물량이나 가격 변동을 걱정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가스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주요 임무이자 존재 목적이다.

가뭄 때 댐이 물을 공급하면 일시적으로 수위가 낮아지듯 위기 때 미수금 규모가 커지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가스공사가 미수금 부담을 지고 있는 덕분에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가스비가 2~3배 폭등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가스요금이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낮은 가스요금에 따른 혜택은 개인뿐 아니라 기업들 역시 누리고 있다.

다만 미수금 규모가 지나치게 커져 가스공사의 운영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기는 하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가스공사의 회사채 발행한도를 늘리고 올해 2분기부터 가스요금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그 예시다.

결국 가스공사는 세계 에너지 위기 속에서 정해진 역할을 하고 있고 그에 따른 결과로 당연하게 미수금 규모가 커졌을 뿐이다. 물론 고쳐야 할 부분은 고쳐야겠으나 미수금 규모 자체만을 놓고 이전까지 가스공사가 방만경영을 했다는 등 비판을 들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가스공사에 미수금을 쌓이게 만든 주요 원인은 분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영향으로 세계적으로 가스 가격이 폭등한 데 있다. 그리고 세계 가스 가격의 폭등은 가스공사는 물론 이전 정부 혹은 현재 정부의 탓도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가스요금 인상을 놓고 전 정권 책임을 들며 가스공사의 경영을 비판하기보다는 치솟은 가스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국민을 돕는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하는 것이 어떨까.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