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사진)은 오래 전부터 델핀 아르노 크리스챤디올 최고경영자(CEO)와 친분 관계를 유지해왔다. 호텔신라가 면세점사업에서 델핀 CEO와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졌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
[비즈니스포스트] 새해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에게 기분 좋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세계적 명품 브랜드 크리스챤디올(이하 디올)을 이끌게 된 델핀 아르노 최고경영자(CEO)가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과 예전부터 친분 관계를 쌓아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13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 회장이 11일 발표한 인사에서 그의 맏딸인 델핀 아르노가 디올 최고경영자에 오른 것은 호텔신라에 남다른 의미를 줄 수 있다.
델핀 아르노 CEO의 승진은 주로 LVMH의 승계 측면에서 주목받았다.
베르나르 회장은 모두 5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데 델핀 CEO의 승진으로 가족경영 체제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델핀 CEO의 동생인 앙투안 아르노, 알렉상드르 아르노, 프레데릭 아르노, 장 아르노 모두 현재 티파니, 태그호이어, 루이뷔통 등 LVHM그룹이 보유한 명품 브랜드 계열사에서 일하고 있다.
델핀 CEO와
이부진 사장의 친분은 과거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은 각종 명품업계 모임에서 친분을 다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 일화는 2000년대 중반에 델핀 CEO가
이부진 당시 호텔신라 전무를 직접 이탈리아 저택으로 초청했던 일이다.
델핀 CEO는 직접 이탈리아 와인 명가로 손꼽히는 간치아 가문이 보유한 최고급 와인을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델핀 CEO는 2005년 간치아 가문의 자제인 알렉산드로 간치아와 결혼했다. 이들의 결혼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명품이 만났다는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델핀 CEO는 2009년 디올의 상하이 헤리티지 전시회에 이 사장을 직접 초청하기도 했다. 초청된 여러 VIP 인물 가운데 유일하게 이 사장에게 전시회 내용을 소개하는 모습도 포착된 바 있다.
이부진 사장도 델핀 CEO에게 화답했다. 그는 델핀 CEO가 한국에 올 때 삼성그룹 소유의 리움미술관으로 안내했다고 한다.
이런 두 사람의 친분 관계는 신라면세점이 2010년 세계 최초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루이비통 매장을 입점시키는 데 영향력을 미쳤다는 해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루이비통 매장을 공항면세점에 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시간에 쫓기고 북적대는 곳에서는 명품에 걸맞은 고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LVMH그룹은 이런 원칙을 깨고 2010년에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신라면세점에 루이비통 매장을 내기로 했다.
당시 베르나르 회장은
이부진 사장과의 개인적 친분이 매장 입점에 영향을 미쳤냐는 한 매체의 질문에 "
이부진 사장은 우리 그룹의 좋은 친구다"며 말을 아꼈지만 델핀 아르노 당시 LVMH 이사와 이 사장의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사정들을 종합해볼 때 델핀 CEO가 디올을 이끌게 된 것은 이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의 면세점사업에 기회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물론 유럽기업의 경영자들이 친분 관계를 고려해 사업을 펼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철저히 비즈니스적 관점에서만 사업을 바라보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기본이다.
▲ 델핀 아르노 크리스챤디올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 |
하지만 이 사장이 과거부터 LVMH그룹 오너들과 친분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써왔다는 점을 무시하기 힘들지 않겠냐는 시선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HDC신라면세점이 2016년 LVMH그룹 소속 주요 명품 브랜드를 대거 유치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이 사장이 있었다.
당시 이 사장은 한국에 방문한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을 직접 서울 용산 HDC신라면세점으로 안내해 브랜드 배치도와 모형, 조형물, 동영상 등을 활용해 한국 관광산업의 발전 가능성과 용산의 잠재력 등을 설명했다.
베르나르 회장은 1시간가량 진행된 이 사장의 브리핑을 듣고난 뒤 "한국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중시하고 LVMH가 용산 면세점 발전과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보이기도 했다.
이 사장의 정성 덕분에 HDC신라면세점은 2015년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취득한 여러 대기업 면세점 가운데 최초로 LVMH그룹의 루이비통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데 성공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