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에코플랜트가 올해도 환경 관련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세계 최대 가전·IT박람회 CES 출장에서 친환경기술기업 투자 확대 의지를 내보였다.

하지만 그동안 공격적 기업인수로 회사의 차입금이 크게 늘어나 있는 상태인 데다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시장 분위기도 좋지 않아 자금 관리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SK에코플랜트 올해도 환경사업 투자 의지, 높아진 재무부담은 고민

▲ SK에코플랜트는 올해도 환경 관련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은 SK에코플랜트 사옥


12일 신용평가사 등의 분석을 종합하면 SK에코플랜트는 환경과 에너지 등 신사업분야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재무부담이 가중돼 있어 건설부동산 경기 악화 등 대외적 시장 상황의 영향에 취약할 수 있는 건설사로 꼽힌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최근 SK에코플랜트 기업어음 등급평가 보고서에서 “SK에코플랜트는 자체 차입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분양경기 저하, 금융시장 경색이 장기화되면 공사대금 회수 지연, 회사채 등 유동성 차입금 차환여부, 금융비용 상승 수준 등에 따라 현금흐름 및 재무구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연구위원은 SK에코플랜트는 2023년 기업공개 추진과 환경 등 신규사업 이익기여 확대로 차입부담에 대응할 예정이지만 이들 계획은 현실화 시기와 수준 등에서 가변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SK에코플랜트는 경쟁 건설사들과 비교해 주택사업 의존도가 높지 않고 보수적 수주 기조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규모도 크지 않다. 이에 단기차입금 상환 등 단기적 운영자금 대응 우려는 적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웅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2022년 9월말 연결기준 1조 8690억원의 현금성자산 과 5100억원의 미소진 여신한도를 보유하고 있어 재무적 융통성은 우수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차입금과 미청구공사 규모와 해외현장의 원가율 상승 가능성 등을 포함해 재무지표 상황이 밝지 않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3분기 기준 연결기준 순차입금이 4조 원을 웃돈다. 2021년 말 2조602억 원에서 거의 두 배 수준으로 많아졌다. 총차입금 규모는 5조8756억 원에 이른다.

SK에코플랜트는 환경, 에너지분야 신사업 확대를 위한 기업인수, 지분투자 등으로 2022년 3분기 기준 투자활동에 따른 현금유출액이 2조4916억 원이다.

반면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은 –4343억 원으로 ‘마이너스’ 상태다. 나가는 돈은 많은데 들어오는 돈은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올해는 세계적으로 경기침체 상황이 본격화되고 있고 자재값 상승, 고금리 등으로 국내 건설부동산 업황이 악화되는 등 대외 경영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

박 사장이 사업 체질전환 완수를 위한 환경사업 확대 등을 계속해서 끌고 가려면 무엇보다 내부 재무건전성 관리가 중요해졌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SK에코플랜트는 환경·에너지사업에 공격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건축주택과 플랜트, 토목 등 인프라사업이 포함된 솔루션사업부문 매출 비중이 83%에 이른다.

여기서 국내 건축주택 매출 비중은 24.1%로 다른 건설사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분양시장 침체 등 경기 타격을 적게 받는다 하더라도 국내외 토목, 플랜트사업장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공사기간 지연, 자재값 인건비 상승 등 추가 원가 발생으로 영업수익성이 저하돼 있다.

SK에코플랜트는 미청구공사금액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22년 3분기 SK에코플랜트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와 이라크,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현장 미청구공사금 포함 국내외 미청구공사금이 1조1443억 원이다. 2021년 말 5736억 원에서 거의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미청구공사금은 앞으로 매출로 인식될 수 있는 자산이지만 최근 건설경기가 나빠지면서 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금도 위험부담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졌다.

소각과 매립, 수처리 등 환경사업(매출 비중 10.7%)과 에너지사업부문(6.5%) 인수, 투자기업들도 아직은 이익기여도가 높지 않다. 

SK에코플랜트는 2021년 투자법인 에코프론티어를 통해 전기전자 폐기물 재활용기업 테스(TES)를 10억 달러(약 1조2천억 원)에 인수했는데 에코프론티어는 2022년 3분기 영업손실 222억 원을 냈다. SK에코플랜트가 지분투자한 수소연료전지기업 블룸에너지는 지난해 3분기 순손실 707억 원을 냈다.

환경과 에너지부문은 영업이익률도 각각 1.1%, -0.7% 수준을 보였다.
 
신용평가사들은 SK에코플랜트의 재무위험 완화 요소로 SK그룹의 지원여력을 꼽는다. 하지만 최근 SK그룹의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기차배터리사업에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던 그룹 계열사 SK온은 최근 미국 자동차기업 포드와 추진하던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계획이 무산 수순을 밟고 있다. 

SK온은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로 자금시장이 위축되면서 자금마련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SK에코플랜트가 단기차입금 상환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필요할 때 롯데건설처럼 그룹 계열사들의 총력적 지원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박 사장이 신사업 투자 의지는 분명하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2023년은 환경·에너지 사업자로 더 높이 뛰어오르기 위한 준비의 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5일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2023 현장에서 미국 벤처캐피털 PnP와 폐배터리 재활용 등 친환경기술분야 기업 발굴과 투자지원 내용을 포함한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글로벌 환경사업에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는 장기물 위주의 안정적인 차입구조를 갖고 있고 사업계획에 맞춰 전략적으로 투자한 건으로 프리IPO 등 자본금 확충으로 인해 차입 규모는 관리 가능한 범위”라며 "이미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완료했고 내적 성장 강화에 집중하는 만큼 순차입금 규모는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또한 미청구공사액 증가 관련해서는 기저효과로 증가율이 높았을뿐 절대금액은 많지 않고 SK하이닉스 등 계열사 공사 미청구액 증가로 수금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테스, 삼강엠앤티 등 자회사 실적이 지난해부터 연결실적에 본격 반영돼 수익성도 좋아질 것으로 바라봤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