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이 얼어붙은 기업공개(IPO) 시장을 바라보며 강행과 연장, 철회 뒤 재추진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12일 케이뱅크에 따르면 올해 기업공개를 하기 위해 2월 초까지 한국거래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기업공개 차질 빚는 케이뱅크, 서호성 강행·연장·철회 결정 못하는 이유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이 상장 강행과 연장, 철회 뒤 재추진을 놓고 고심하게 됐다.


금융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지난해 9월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에 통과하며 2023년 3월 안으로 상장 작업을 마칠 것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케이뱅크는 해외투자자를 공모하기 위한 신고서 제출 기한인 6일을 넘겼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투자설명서와 증권신고서에 반영하는 회계 결산자료의 유효 시한에 ‘135일’이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해외투자자가 많은 미국 기관이 모두 이 규정을 지키고 있다. 

케이뱅크가 상장예비심사를 통해 심사효력을 받았지만 그 기간이 끝나는 3월20일로부터 135일을 역산하면 6일까지는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를 제출했어야 했다. 

케이뱅크가 현재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더라도 해외투자자 공모를 진행할 수 없는 것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2월 초까지만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기업공개를 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해외투자자 공모를 할 수 없게 된 것은 맞지만 아직 기업공개를 위한 시간상 여유는 있는 셈이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현재 기업공개를 위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금융업계에서는 서 행장이 케이뱅크 기업공개를 두고 강행과 연장, 철회를 두고 고민하는 것으로 바라본다. 

서 행장이 기업공개를 강행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비상장 회사를 다루는 증권플러스비상장에 따르면 11일 기준 케이뱅크 주가는 약 1만4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앞서 4일 1만2천 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그 뒤 하락세를 보였다.

케이뱅크 주가 하락세에 현재 케이뱅크의 추정 시가총액은 약 3조9천억 원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케이뱅크가 2022년 초에 평가받던 10조 원의 절반 이하인 데다 케이뱅크의 모기업인 KT가 바라는 케이뱅크 시가총액으로 알려진 7조 원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금융업계에서는 이커머스 호황기에 수조 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으며 기업공개를 추진한 마켓컬리가 4일 결국 기업공개를 철회하는 등 지난해부터 이어진 기업공개 시장 한파가 올해에도 몰아치고 있어 케이뱅크가 시장 상황이 나아지기까지 연장을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케이뱅크는 한국거래소에 상장심사 효력 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 상장심사 효력 연장을 신청해 받아들여지게 되면 최대 6개월까지 기간이 연장된다. 9월20일까지로 기간이 늘어나는 것이다. 

135일 규정도 기간 연장에 따라 적용할 수 있게 돼 해외투자자 공모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한국거래소가 상장심사 효력 연장을 받아들이는 조건은 ‘시장상황의 급변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케이뱅크가 기업공개를 고심하는 이유로 꼽히는 전 세계적 금리 상승과 기업공개 시장 한파 등이 연장 사유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서 행장은 기업공개를 일단 철회하고 향후 재추진을 노려볼 수도 있다.

기업공개 계획을 철회한 뒤 얼어붙은 기업공개 시장이 풀리기를 기다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케이뱅크가 기업공개를 철회하게 되면 또 다른 위험을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케이뱅크는 2021년 1조2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며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MG새마을금고로부터 약 725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들은 케이뱅크가 2026년까지 기업공개를 하지 못하면 케이뱅크의 주요주주인 BC카드가 이들의 지분을 사들이는 조건의 옵션 계약을 맺었다. 

아직 2026년까지는 약 3년의 시간이 남아있지만 기업공개 한파가 언제 풀릴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옵션 기간 안에 기업공개를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불안요소가 이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이 7250억 원이 케이뱅크 영업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도 있다. 

금융당국은 케이뱅크가 MBK파트너스 등과 맺은 옵션 계약에 따라 7250억 원의 자금을 BIS 비율 계산에서 제외했다. 

케이뱅크가 기업공개를 미루는 만큼 7250억 원이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며 대출여력에 포함되지 않아 사업에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