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3-01-10 15: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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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포드가 튀르키예에 지을 배터리 합작공장에서 SK온 대신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 입장에서는 미국 대표 완성차기업인 GM 및 포드와 모두 합작 관계를 맺고 사업의 폭을 더욱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클 것으로 보인다.
▲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튀르키예 합작공장을 계기로 GM에 이어 포드와도 합작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반면 SK온은 자금조달 측면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일 배터리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포드의 튀르키예 배터리 공장의 합작 파트너가 LG에너지솔루션이 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블룸버그는 포드가 SK온 대신 LG에너지솔루션과 튀르키예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 내용 가운데는 익명의 소식통 발언을 인용해 포드와 LG에너지솔루션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관련 업무협약을 공식적으로 맺을 것이라는 꽤 구체적인 일정도 포함됐다.
애초 포드는 SK온, 튀르키예 완성차기업 코치와 튀르키예에 연간 30~4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합작공장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었다. 전날 SK온은 포드와 추진하던 튀르키예 합작공장 건설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모두 포드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공장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배터리업계에서는 SK온이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에 따른 글로벌 자금시장이 경색된 탓에 포드와의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공장 추진이 사실상 무산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반대로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자금 사정은 더 낫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두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비교해보면 LG에너지솔루션이 2조1895억 원, SK온이 1조9396억 원으로 비교적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유동부채에 포함된 단기차입금을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이 3조2107억 원, SK온은 5조2719억 원이다. 게다가 LG에너지솔루션은 잠정실적 기준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원을 넘어선 데 반해 SK온은 여전히 영업손실을 내고 있어 이익창출력에서 큰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최종적으로 포드와 튀르키예에서 합작공장을 세우기로 한다면 권영수 부회장에는 우수한 자금 역량을 시장에 각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또 권 부회장은 미국의 대표적 완성차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포드로도 공식적 합작 관계를 넓힌다는 의미가 클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단순히 포드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을 넘어 직접 배터리를 함께 생산하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1년부터 포드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협력을 시작했다.
지난해 7월에는 폴란드 공장에서 포드에 공급하는 배터리 생산라인 규모를 2배 이상 증설하기로 결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GM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를 통해 연 생산 145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 3개를 가동하거나 건설하고 있다. 또 4번째 배터리 공장 건설계획이 조만간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초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며 10조 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했다.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2년 200GWh에서 2025년 580GWh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지난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갈아치우면서 사업 확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반면 SK온에게는 포드와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공장 재검토 등이 배터리사업 확장을 위한 '성장통'으로 여겨진다.
SK온은 배터리사업 후발주자로서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2년 77GWh에서 2050년 220GWh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자금조달 측면에서 아직 안정성까지 갖추지는 못한 것이다.
다만 지난해 초부터 기업가치를 최대 40조 원으로 잡고 4조 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목표로 해외 투자자로부터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를 추진했지만 시장의 투자심리 냉각과 맞물려 투자유치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SK온은 지난해 내내 시장으로부터 자금 확보를 향한 우려에 시달리기도 했다. 다행히 최근 국내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2026년 기업공개를 조건으로 1조3천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고 모회사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2조 원의 지원을 받아 한숨을 돌렸다.
SK온 해외 공장의 수율 안정화 문제도 성장통 가운데 하나다.
배터리업계에서는 SK온의 유럽 공장 수율 문제도 포드와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공장이 재검토에 들어간 원인이라는 말도 나온다.
SK온이 지난해 2분기 3천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낸 원인도 지난해 초 가동을 시작한 헝가리 2공장의 수율이 낮은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SK온은 꾸준히 수율을 높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SK온이 미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계획을 세워둔 만큼 불확실한 자금시장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숨 고르기를 하면서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또 내년에는 SK온이 연간기준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 최근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3’에서 업계 최고수준인 18분 급속충전이 가능한 ‘SF(Super Fast)배터리’로 최고혁신상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는 점 등은 긍정적이다.
배터리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을 포함한 글로벌 배터리기업들을 지나친 경쟁구도로 보는 것을 경계하는 시선도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터리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업체들이 자연스럽게 한 기업이 아닌 여러 배터리 공급처를 찾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배터리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는 2022년 455GWh에서 2030년 4천GWh가량으로 9배가량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완성차업체가 배터리 공급처를 다양화하더라도 각 배터리기업들의 성장성은 확실하다고 보여진다"며 "오히려 많은 기업이 유입돼 완성차업체가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수록 산업 성장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