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명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의 임기가 1월 말로 다가오면서 차기 사장에 누가 오를지 주목된다.
예탁결제원은 금융위원회 출신 전직 관료가 사장으로 많이 임명돼 왔다. 이에 이번에도 관료 출신이 사장에 낙점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예탁결제원은 과거부터 금융위원회 출신 전직 관료가 사장으로 많이 임명돼 왔다. 이에 이번에도 관료 출신이 사장에 낙점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관료 출신 사장에 거부감을 보여온 노동조합의 반발 강도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 정부들어 금융권 낙하산 인사에 대한 부정적 기류로 내부 승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0일로 임기가 끝나는 이명호 사장의 후임을 뽑기 위한 사장 공모 절차가 곧 시작된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임원추천위원회는 구성돼 있다”며 “아직 공모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조만간 공고가 날 것이다”고 말했다.
예탁결제원은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으로 주식이나 채권 등 증권의 집중예탁 및 결제업무를 담당하는 국내 유일의 증권 중앙집중예탁결제기관이다. 그동안 예탁결제원 사장에는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에 몸담았던 관료 출신이 주로 임명돼 왔다.
2000년대 들어 임명된 사장 8명만 살펴봐도 은행권 출신 인사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를 거친 관료였다.
최근 10년간 임명된 사장 3명을 보면 금융위원회에서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나 구조개선정책관을 지낸 인물들이었다.
예탁결제원 사장에 관료 출신이 많았던 것은 주무관청이 금융위원회이고 예탁결제원 사장 임명권을 금융위원장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의 입김이 클 수밖에 없다.
예탁결제원 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사장 후보자를 선출하면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금융위원장이 최종 임명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에 금융업계에서는 아직 예탁결제원 사장 공모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차기 사장 후보군으로 금융위원회 출신 김정각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나 박정훈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꼽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장 공모에서도 관료 출신이 유력 후보로 떠오른다면 예탁결제원 노동조합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3년 전인 2020년 금융위원회 출신의 이명호 현 사장이 차기 사장으로 유력하다고 알려지자 노조와 부산지역 시민단체는 낙하산 사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시민단체는 예탁결제원이 부산에 내려온 지 6년이 흘렀지만 예탁결제원 사장은 금융위원회 출신 퇴직공무원으로만 채워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조합도 관료 출신 사장을 막아내고 첫 내부출신 사장을 배출하겠다면서 당시 제해문 노조위원장이 직접 사장 공모에 지원하기도 했다.
특히 예탁결제원 노동조합이 소속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에서 지난해 금융권 인사에서 모피아(재무부처의 고위관료 출신 인사들을 마피아에 빗대어 부르는 말)들이 노골적으로 힘을 쓰고 있다면서 낙하산 인사를 비판했던 만큼 이번 차기 예탁결제원 사장 공모과정에서도 관료출신 낙하산 논란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13일 발표한 성명에서 “현재의 위기가 관치금융과 권력의 낙하산으로 만신창이가 된 결과물이다”며 “윤석열정부는 관치와 낙하산으로 위기의 금융산업을 회복 불가능의 상태로 몰고 가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