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탄소중립 실행력 강조, 배터리 앞세우고 에너지원도 발굴

▲ SK이노베이션이 '탄소중립'을 위해 배터리 이외에도 소형모듈원자로(SMR),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등 에너지원 관련 기술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은 SK이노베이션 홍보 동영상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SK이노베이션이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3'에서 SK그룹 최초로 CES 최고혁신상을 받은 '18분 급속충전' 배터리를 필두로 배터리 기술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SK이노베이션은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은 배터리 이외에도 소형모듈원자로(SMR),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등 저탄소 발전 에너지원 발굴에도 함께 힘을 싣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8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의지에 따라 올해 친환경사업에서 실행력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펴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부회장은 최근 CES 2023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CES를 기획할 때 제품 중심으로 검토했고 최 회장이 이산화탄소(CO2)를 직접 건드리자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SK그룹은 2030년 기준 세계 탄소감축 목표량(210억 톤)의 1% 규모인 2억 톤을 줄이는 데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다양한 협력사들과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동행'을 'CES 2022'주제로 삼았다. 이어 올해에는 목표의 실행 방안을 구체화하는 '행동'을 슬로건으로 강조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SK그룹이 CES에서 전면에 내세운 '전기차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다. SK그룹의 전기차 생태계 전시관에서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자회사 SK온과 분리막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중심에 서 있다.

특히 SK온은 특수 코팅 기술을 통해 18분 만에 80%까지 급속충전이 가능한 SF(Super Fast)배터리를 소개했다. SK온의 SF배터리는 배터리업계 최초일 뿐 아니라 SK그룹에게도 CES 사상 처음으로 '최고혁신상'을 안겨줬다.

SK온의 배터리사업은 SK이노베이션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그룹 차원에서도 오너경영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르는 등 SK온에 힘을 싣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에서 멈추지 않고 탄소중립을 위한 발전 에너지원 기술 확보도 바라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가 있다.

이런 전략은 사외이사 중심의 ESG(환경·사회·지배주고)경영에 힘을 주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김종현 이사회 의장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 의장은 올해 CES 2023에서 SK그룹 전시관 가운데 주목할 만한 지점을 놓고 전기차 배터리와 함께 소형모듈원자로 및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를 꼽았다.

김 의장은 전날 SK이노베이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배터리 다음으로) 새로운 에너지 소스(Source)로서 찾아와야 될 것들 특히 소형모듈원자로와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등은 SK이노베이션이 탄소에서 그린으로(카본투그린) 가는 방향성에 맞게 실현가능한 기술이다"며 "우리 고객들에게 보여주는 전시였다는 점에서 아주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사외이사의 권한과 전문성을 대폭 강화하는 것은 SK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사항이다.

김 의장을 포함해 SK이노베이션과 SK이노베이션 상장 계열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사외이사 각각 5명, 4명이 모두 올해 CES 2023 현장에 참석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사외이사의 사업 전문성과 통찰력을 한층 높이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 의장의 발언이 SK이노베이션 사업 방향에 미치는 영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해외 기술기업에 직접 투자를 통해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기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지주사 SK와 함께 미국 소형모듈원자로 설계기업 테라파워와 포괄적 사업협력을 약속한 데 이어 2억5천만 달러(약 5천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마쳤다.

테라파워는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기업으로 차세대 원자로의 한 유형인 소듐냉각고속로 설계기술을 보유한 원전업계의 혁신기업으로 꼽힌다.

소듐냉각고속로는 핵분열로 발생한 열을 액체 나트륨 냉각재로 전달하고 이 과정에서 증기를 발생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테라파워는 뉴스케일파워, 엑스에너지와 함께 미국 에너지부가 지원하는 소형모듈원자로 기업 3곳 가운데 한 곳이기도 하다. 현재 미국 에너지부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분야에서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전문기업 아모지에 3천만 달러(약 380억 원)를 투자한 뒤 기술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아모지는 2020년 설립돼 미국 유통업체 아마존, 영국의 수소산업 전문 투자업체 AP벤처스 등이 주요 주주에 올라있을 만큼 유망한 기업으로 꼽힌다.

아모지는 올해 안에 트럭과 선박 등 대형 산업용 이동수단에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를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후 1천 톤급 중형 선박에 쓸 수 있는 5MW(메가와트)급 연료전지 기술 확보도 추진한다.

SK이노베이션은 암모니아가 최종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수소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열쇠로 보고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암모니아는 저장과 운반을 위한 액화점이 수소보다 높아 액화를 위한 에너지 소모와 탄소배출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SK이노베이션은 수소 기반 연료전지 확산에 앞서 암모니아가 지닌 효율성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소형모듈원자로와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는 SK이노베이션이 꿈꾸는 장기 목표를 실행하는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창립 100주년을 맞는 2062년에 회사 설립 뒤 배출해 온 모든 탄소를 상쇄하겠다는 '올타임 넷제로(All Time Net Zero)' 비전을 세워뒀다. 2050년 탄소 순 배출량을 0(제로)으로 만들겠다는 '2050 넷제로'를 넘어선 도전적인 목표다.

김준 부회장은 최근 CES 2023에서 주재한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첫 전략회의에서 "ESG경영 전략을 잘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정성 있는 실행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다"며 "앞으로도 가시적 '뉴 그린 포트폴리오(새 친환경사업 구조)' 전환의 성과를 창출하고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높게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