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미국 오하이오 배터리공장에서 첫 노사 협상이 이른 시일에 진행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법인이 미국 오하이오주 전기차 배터리공장에서 정식 노동조합 지위를 획득한 전미자동차노조(UAW) 측과 첫 협상을 앞두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가 근로자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대표교섭 지위를 확보한 만큼 사측에 임금 인상을 비롯한 처우 개선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29일 지역언론 디트로이트뉴스에 따르면 전미자동차노조는 2023년 1월부터 얼티엄셀즈와 오하이오주 공장의 근로계약서를 두고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얼티엄셀즈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미국 배터리공장 공동 투자와 운영을 위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현재 오하이오주 공장이 가동되고 있으며 추가로 2곳의 공장을 짓고 있다.
이번 협상은 전미자동차노조가 오하이오주 공장에서 대표교섭 지위를 얻은 뒤 처음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따라서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기 위한 힘겨루기가 벌어지게 될 공산이 크다.
전미자동차노조 측이 미국 자동차산업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인정받는 강성노조로 꼽히는 데다 공장에 노조가 설립되기 전부터 얼티엄셀즈 측과 마찰을 빚어 왔기 때문이다.
오하이오 공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전미자동차노조 설립 찬반 투표에서 찬성표가 710표, 반대표가 16표를 기록했다는 점도 중요한 대목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공장 근로자들이 노조에 강력한 지지와 신뢰를 보내고 있어 협상력에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전미자동차노조가 과거 다른 자동차업체와 협상해 온 사례를 고려하면 얼티엄셀즈 측에도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을 비롯한 처우 개선을 매우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구나 레이 커리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은 얼티엄셀즈와 협상 결과에 자신의 연임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근로자 측에 유리한 논의 결과를 이끌어내야만 한다.
최근 진행된 전미자동차노조 지도부 투표에서 커리 위원장과 다른 후보들이 아무도 과반수 표를 얻지 못해 1월부터 진행되는 결선투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커리 위원장이 조합원들의 충분한 지지를 얻을 만큼 얼티엄셀즈와 협상에서 유리한 분위기를 이끌어내야만 결선투표에서 승기를 잡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 오하이오 공장에서 이뤄지는 노사 협상은 전기차 배터리업계에서 처음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업계 종사자들의 관심도 특히 더 쏠리고 있다.
오하이오 공장에서 노조가 사측과 협상에 어떤 성과를 거두는지에 따라 업계 전체의 평균 임금과 근무환경 등이 결정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선례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LG에너지솔루션과 GM 측에 심적으로 부담을 더욱 키우게 될 수밖에 없다.
디트로이트뉴스에 따르면 얼티엄셀즈는 “전미자동차노조와 긍정적으로 협상에 참여해 합의를 이끌어내고 오하이오 공장이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미국 오하이오 배터리공장 내부. |
얼티엄셀즈 측은 전미자동차노조가 처음 오하이오 공장에 노조 설립을 추진할 때 간소화된 절차를 인정하지 않고 미국 노동위원회의 정식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신경전을 벌였다.
매리 바라 GM 회장은 전기차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제적 측면의 요소가 중요하다며 오하이오 공장의 노사 문제와 관련한 우려를 에둘러 언급한 적도 있다.
하지만 미국 노동위원회 승인을 거쳐 정식으로 진행된 투표에서 전미자동차노조가 압도적 승리를 거두면서 얼티엄셀즈가 근로자들의 ‘민심’을 파악하는 계기가 됐다.
디트로이트뉴스는 전미자동차노조가 앞으로 설립되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테네시주 및 미시건주 공장에 노조를 설립하는 일은 더 쉬워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도 전했다.
결국 얼티엄셀즈가 앞으로 장기간 노사 관계를 고려해 전미자동차노조의 임금 인상 등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GM은 2025년 세계 전기차 1위 기업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두고 전기차 출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만큼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 배터리공장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배터리공장 가동 차질 등 사태가 벌어진다면 GM의 목표 달성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해지는 만큼 전미자동차노조 측이 협상에 어느 정도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전미자동차노조도 미국 경제상황 악화와 전기차시장 경쟁 심화 등 측면을 고려하면 사측에 너무 무리한 요구를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가격 등 측면에서 충분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미국 전기차시장 급성장에 따른 수혜를 온전히 누리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디트로이트뉴스에 따르면 전미자동차노조의 커리 위원장은 내년 1월 얼티엄셀즈와 노사협상과 관련해 “신속하게 논의를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