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아 스팅어 내년 3월 단종, 내연기관 스포츠카 사라진다

▲ 우렁찬 엔진음을 내며 가속성능을 뽐내는 내연기관 스포츠카들이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내년 3월 생산을 종료하는 기아 스팅어. <기아>

[비즈니스포스트] 기아가 스포츠세단 스팅어의 생산을 종료하면서 국산 스포츠카가 모두 사라지게 됐다.

전기차 전환기를 맞아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내연기관 스포츠카를 단종하거나 전기차 모델로 바꾸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팅어뿐 아니라 우렁찬 엔진음을 내며 가속성능을 뽐내는 내연기관 스포츠카들이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기아에 따르면 그동안 단종설이 꾸준하게 흘러나오던 스팅어는 내년 3월 생산이 종료된다.

기아는 전날 스팅어의 모델 디자인 차별화 모델인 '트리뷰트(Tribute) 에디션'의 200대 한정 판매를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 전체로는 모두 1천 대를 판매한다.

기아는 트리뷰트 에디션에 전용 색상을 적용하고 고객이 선택한 고유 일련번호를 운전석측 도어스커프(차문 아래 발판)에 새길 수 있도록 했다.

기아는 한정판 출시를 놓고 스팅어가 프리미엄 퍼포먼스 세단으로서 브랜드에 공헌한 바를 기리기 위한 한정판매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한정판을 끝으로 단종되면서 스팅어는 마지막 국산 내연기관 스포츠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기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스팅어는 내년 3월 중 단산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정확한 단산 시점은 차량 주문이 들어오는 상황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스팅어는 2017년 5월 출시된 1세대 모델로 2020년 8월 한 번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를 거쳤을 뿐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은 출시되지 않았다.

스팅어 판매는 차량이 노후화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스팅어는 출시 첫 해 약 6개월 동안 2만1835대(내수 6122대, 수출 1만5713대)가 판매된 뒤 2018년 3만4879대(내수 5700대, 수출 2만9179대), 2019년 2만3513대(내수 3644대, 수출 1만9869대), 2020년 1만6377대(내수 3525대, 수출 1만2852대)로 줄어들었다.

부분변경을 거친 뒤 지난해 2만174대(내수 3167대, 수출 1만7007대)가 판매되며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올해 들어 11월까지는 1만3063대(내수 1876대, 수출 1만1187대)에 그쳤다.

단종설은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제기됐지만 실제 스팅어가 단종되는 데는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기아의 전략전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강력한 동력성능과 운전의 재미에 초점이 맞춰진 스포츠카는 여타 라인업과 비교해 수요층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낮은 연비에 공간활용도도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전기차 전환기를 맞아 내연기관 스포츠 모델들은 전기차보다 역동성 측면에서 불리한 측면도 있다.

엔진에서 폭발을 일으키고 rpm을 올려 최대토크에 도달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로 모터를 돌리는 전기차는 가속과 동시에 최대토크를 발휘할 수 있다.

3.3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한 스팅어는 최고출력 373마력에 최대토크 52kg.m의 힘을 낸다. 제로백은 4.9초로 출시와 동시에 국산차 역대 최저 기록을 새로썼다.

다만 올해 출시된 기아의 고성능 전기차 EV6 GT의 최고 출력은 585마력, 제로백은 3.5초로 한 단계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 전환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면서 내연기관 스포츠 모델 생산 중단을 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GM은 영화 트랜스포머 '범블비' 캐릭터로 유명한 스포츠카 카마로를 단종할 계획을 갖고 있다.

미국의 GM전문 뉴스매체 'GM 오소리티(Authority)' 등에 따르면 GM은 현재 판매하고 있는 카마로 6세대 모델의 생산을 내년 8월 중단한다. 그 뒤 카마로는 스팅어와 같이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인 뒤 2024년을 마지막으로 라인업에서 삭제되고 전기 세단 모델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앞서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아우디는 스포츠카 쿠페 'TT'를 단종하고 비슷한 차급의 전기 스포츠카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스포츠카 생산을 전문으로하는 브랜드들도 공격적 전동화 목표를 내놓으며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는 내년 최초 하이브리드 모델을 양산한 뒤 2024년 말에는 모든 라인업에서 전동화에 착수할 계획을 세웠다.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아벤타도르 LP 780-4 얼티마'를 공개하며 아벤타도르 라인업의 마지막 내연기관 모델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탈리아 프리미엄 스포츠카 브랜드 페라리도 2026년까지 라인업의 60%를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을 세웠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내연기관차 기술력의 상징이기도 했던 스포츠카들이 빠른 속도로 역사의 한켠으로 퇴장할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카림 하비브 기아디자인센터장 부사장은 지난해 영국 오토카와 LA오토쇼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스팅어가 단종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EV6 GT가 스팅어의 DNA를 계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