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한국 픽업트럭 시장 재도전, 정상화 바쁜 쌍용차 텃밭 수성 절실

▲ 쌍용자동차가 내년 글로벌 강자 GM의 신모델 국내 출시를 앞두고 국내 픽업트럭 시장 지키기에 힘을 주고 있다. 사진은 뉴렉스턴스포츠칸. <쌍용차>

[비즈니스포스트] 쌍용자동차가 내년 글로벌 픽업트럭 강자 GM의 신모델 국내 출시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쌍용차는 인기 차종인 신차 토레스의 출고대기가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정상화에 필요한 전기차 신차 준비를 위해서도 주력인 픽업트럭 텃밭을 든든히 지키는 게 절실한 상황이다.

1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프리미엄 픽업·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브랜드 GMC의 풀사이즈 픽업트럭 '시에라 드날리'를 조만간 출시하고 국내 픽업트럭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은 11월29일 시에라 드날리의 환경부 자동차 배출가스 인증과 소음 인증을 완료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6월 미국 GM 본사는 'GM 브랜드 데이'에서 연내 시에라를 한국에 출시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시에라의 사전계약을 별도로 먼저 시작할 수 있지만 늦어도 내년 초에는 국내 판매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은 지난해 9월 픽업트럭 최초로 국내 수입차 전체 베스트셀링카 집계에서 1위에 오른바 있는 쉐보레 콜로라도를 라인업으로 이미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급 대형 픽업트럭 시에라 드날리까지 투톱으로 내세워 쌍용차가 장악한 국내 픽업트럭 시장을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쌍용차는 최근 판촉행사에서 자사 라인업 가운데 픽업트럭 '렉스턴스포츠와 렉스턴스포츠칸(렉스턴스포츠&칸)'에 가장 많은 혜택을 담아 영업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쌍용차는 이달 렉스턴스포츠&칸을 일시불로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5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130만 원 상당의 서비스 바우처를 제공한다. 또 추첨을 통해 20~50만 원 상당의 여행상품권도 추첨을 통해 지급한다.

기존 쌍용차 보유 고객이 렉스턴스포츠&칸을 구매하면 구매 대수에 따라 10~20만 원을 추가로 깎아준다.

쌍용차에게 픽업트럭은 기업회생절차를 진행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정 수준의 판매 실적을 유지하는데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카이즈유데이터센터에 따르면 렉스턴스포츠&칸은 지난해 국내에서 2만762대가 팔렸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서 85.8%의 압도적 점유율을 보였다. 

렉스턴스포츠&칸은 국산차 유일의 픽업트럭이자 국내 시장에서 절대 강자위치를 지키고 있어 '조선의 픽업'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 뒤 쌍용차는 지난 7월 새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토레스를 새로 출시하며 최근 판매 실적을 크게 키웠다. 

쌍용차는 올해 7월부터 11월까지 국내에서 모두 3만4969대의 차를 판매했다. 그 가운데 절반 이상(1만9477대)을 토레스가 책임졌다.

토레스가 판매호조를 보이며 올해 7~11월 쌍용차 내수 판매실적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46.1%가 뛰었다.

다만 토레스가 인기를 끌면서 출고대기가 길어지고 있는 점은 쌍용차 판매실적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출시 전 사전계약 물량만 3만 대를 넘어선 토레스는 현재 대기물량이 7만 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지난달 28일과 이달 8~13일 쌍용차 평택 공장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모두 5영업일 동안 생산 중단에 들어갔다.

부품 공급 부족은 단기간 해결하기 힘든 문제인 만큼 출시 당시 6개월에서 현재 10개월가량으로 늘어난 토레스 출고대기 기간이 더 길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쌍용차가 기존 주력모델 렉스턴스포츠&칸으로 국내 픽업트럭 텃밭을 지키는 것은 쌍용차 생산 라인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분석된다.

렉스턴스포츠&칸은 토레스 출시 전 쌍용차 대표 볼륨 모델로서 브랜드 판매실적을 이끌어왔다.

렉스턴스포츠&칸은 지난해 국내에서 2만5813대가 판매돼 쌍용차 내수 판매 실적의 절반가량을(45.8%) 책임졌다.

현재 쌍용차 평택공장 조립 1라인에서는 토레스, 티볼리, 티볼리에어, 코란도 등 4개 차종을, 조립3라인에서는 올뉴렉스턴, 렉스턴스포츠, 렉스턴스포츠칸 등 3개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렉스턴스포츠&칸이 잘 팔리면 평택공장이 여러 차종을 혼류생산하고 있어 생산효율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내년부터 전기차 생산을 본격화할 계획을 갖고 있어 볼륨 모델인 렉스턴스포츠&칸의 점유율을 방어하는 것은 전기차 개발에 필요한 이익체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쌍용차는 2023년 하반기에 토레스와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중형SUV 전기차 신차 U100(프로젝트명)을 내놓고 2024년에는 코란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KR10(프로젝트명)과 국내 최초 전기 픽업 O100(프로젝트명)을 출시할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중국 전기차 선도업체 BYD(비야디)그룹과 업무협약(MOU)을 맻고 U100에 탑재될 배터리를 공동 연구개발하고 있다.

이달 9일 쌍용차는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천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다만 전기차 개발에는 긴 시간동안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현재 판매하고 있는 주력모델이 수익성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선의 픽업 렉스턴스포츠&칸은 짐차로 여겨지던 픽업트럭을 요트를 끌 수 있는 레저용 차량으로 확장시키며 국내 시장 규모를 키운 모델이다.

쌍용차는 2002년 무쏘 스포츠로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문을 열었고 액티언 스포츠와 코란도 스포츠 모델을 통해 픽업트럭을 꾸준히 출시하며 시장을 개척해왔다. 

2018년 초 렉스턴스포츠가 출시되면서 기존 2만 대 수준이던 픽업트럭 시장 규모는 단번에 4만 대 규모로 뛰었다.

렉스턴 스포츠가 키운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서 2019년 한국GM의 쉐보레 콜로라도를 시작으로 2020년 지프 글래디에이터, 지난해 포드 레인저 등이 한국에 잇달아 출시됐다.

여기에 고급 대형 픽업트럭 GMC 시에라까지 출시를 앞두고 있어 '조선의 픽업' 렉스턴스포츠&칸이 국내 시장 점유율을 지켜 쌍용차 경영정상화의 기반을 다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