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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기업사냥꾼 악몽' 재현되나, 백복인 투자사 주주제안에 대응 고심

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 2022-12-15 16: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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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백복인 KT&G 대표이사 사장이 투자자들의 공개토론 요구에 직면했다. 

자산운용사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올해 10월 말 KT&G의 주가가 15년 전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하면서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5개 방안을 담은 주주서한을 보냈다.
 
KT&G '기업사냥꾼 악몽' 재현되나,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88919'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백복인</a> 투자사 주주제안에 대응 고심
▲ 자산운용사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의 KT&G에 대한 압박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백복인 KT&G 대표이사 사장(사진)은 FCP로부터 자신들의 주주제안과 관련한 공개토론회를 요청받았다. FCP는 보유 현금을 활용한 주주환원, KGC인삼공사 분리, 전자담배 글로벌 전략 수립 등을 주주제안을 통해 요구하고 있다.

KT&G가 FCP의 제안을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는 동안 FCP는 12월 들어 압박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FCP는 12월8~9일 온라인으로 자신들의 제안에 대한 설명회를 연데 이어 12일 KT&G의 이사회와 대표이사에게 대면 공개토론을 제안하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

15일 KT&G에 따르면 백 사장은 현재 FCP로부터 제안받은 공개토론회 수용 여부를 두고 심사숙고하고 있다. 

재계에서 백 사장의 결정이 늦어지는 것은 KT&G의 경영진들이 FCP에 끌려다닌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FCP의 요구를 순순히 받을 경우 자칫 16년 전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 칼 아이칸의 '먹튀 사건'을 다시 떠올리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FCP가 KT&G에 요구하고 있는 내용은 과거 칼 아이칸의 제안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

미국의 투자자 칼 아이칸은 2006년 2월 주주연합을 구성해 지분율 6.6%를 확보했다. 이후 사외이사 1명을 이사회에 진출시킨 뒤 △한국인삼공사(현 KGC인삼공사) 상장 △유휴 부동산 처분 △주주환원책 강화 등을 요구했다. 

KT&G는 2008년 8월 칼 아이칸의 제안 내용을 반영한 중장기 경영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주가가 뛰자 칼 아이칸은 같은해 12월 KT&G 주식을 시간외대량매매로 털고 나가면서 1500억 원의 차익을 거뒀다.

당시 투자업계에서는 KT&G가 칼 아이칸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치르는 등 너무 쉽게 기업사냥꾼의 먹잇감이 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다만 이상현 FCP 대표는 지난달 9일 한 인터넷방송에 출현해 "FCP는 헷지펀드가 아니다"며 "일반적인 헷지펀드와 투자 주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로 FCP는 칼 아이칸과 다르게 지분 추가를 통한 경영권 확보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FCP의 주주제안이 실현될 가능성을 그리 높지 않게 보고 있다.

이상현 대표가 이끄는 FCP는 KT&G 지분 약 1%를 들고 있어 다른 소액주주와 연대 없이 주주제안을 힘으로 밀어붙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KT&G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국민연금공단이 7.44%로 최대주주에 올라있고 퍼스트이글인베스트먼트가 7.12%, 중소기업은행이 6.93%의 지분을 들고 있다. FCP로서는 나머지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는 외국계 투자자들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인데 이들은 의결권 자문사의 자문을 그대로 따를 확률이 높다.

재계에서는 FCP의 주주제안을 두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정도 면에서는 지나치다는 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려고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FCP는 그동안 주주서한을 통해 △글로벌 전자담배 사업에 집중 △KGC인삼공사 인적분할 △비핵심사업 구조조정 △보유 현금 활용방안 마련 △사외이사 선임 등 5가지 사항을 요구해왔다.

요구사항 가운데 특히 지적을 받는 부분은 보유 현금의 활용방안 마련이다. FCP는 KT&G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4조2천억 원을 포함해 현금화 가능 자산을 약 6조 원 가량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사용할 것을 요구했다.

투자업계에서는 보유 현금을 전액 주주환원에 사용한다면 제품판매를 통한 현금 유입으로도 신규 투자에 나서기 어렵고 직원 임금인상과 연구개발, 마케팅도 중단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KGC인삼공사의 인적분할 요구도 기업가치 증대와는 거리가 있다.

특히 KGC인삼공사는 KT&G 매출의 약 25%를 담당하고 있는 계열사로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았던 실적이 점차 회복하고 있다.

더구나 KGC인삼공사는 KT&G 사업 포트폴리오의 한 축을 맡은 데다가 해외 진출에서도 KT&G의 현지 사업망을 이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사업부가 분할될 경우 높은 멀티플이 적용돼 분할 후 합산 시가총액이 늘어난다는 기대감이 있다"며 "그러나 2017년 이후 인적분할 사례를 분석해본 결과 분할 재상장 이후 합산 시총이 늘어나는 경우는 무척 드물었다"고 분석했다.

KT&G는 지난달 3일 3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의하고 올해 1주당 배당금을 지난해보다 200원 이상 증액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KT&G가 주주제안에 대응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KT&G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시장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장기 주주가치 제고와 기업가치 극대화 차원에서 충실히 검토 중이다"며 "검토가 완료되는대로 회사는 그 결과를 가지고 주주를 비롯한 시장 관계자들과 공정하고 투명하게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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