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재판 결과가 6일 나온다.

노소영 관장이 청구한 재산분할 금액이 1조2천억 원에 이르는 만큼 국내 최대 규모의 이혼 재산분할이 이뤄질 수 있다. 게다가 노 관장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면 SK그룹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어 재판부가 내릴 결론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태원 노소영 '1조' 이혼소송 6일 결과 나온다, SK 지배구조 영향은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재판 선고기일이 6일로 다가왔다. 사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 회장은 5~7일 미국에서 열리는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 일정이 잡혀있다. TPD는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인 최태원 회장이 구상해 만든 집단지성 플랫폼으로 최 회장은 2021년에도 참석했다.

형사 사건이 아닌 민사, 가사 사건은 재판 당사자가 선고기일에 참석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에서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재산분할이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의 42.29%를 요구하고 있다. 최 회장은 2022년 9월30일 기준 SK 보통주 1297만5472주(지분 17.5%)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2022년 12월1일 종가 기준으로 약 2조8221억 원으로 평가된다.

즉 노 관장은 약 1조1934억 원에 상당하는 SK 지분을 요구한 셈이다.

만약 노 관장의 청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진다면 최 회장의 지분은 10.09%까지 축소된다. 최 회장과 그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SK 지분도 현재 25.99%에서 18.59%까지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오너와 그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주회사 지분이 30%를 넘어야 안정적으로 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이혼소송 결과에 따라 최 회장의 SK그룹 지배력에 균열이 갈 수도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주처럼 막대한 재산을 전 아내에게 지급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제프 베조스의 전 아내인 맥킨지 베조스는 2019년 이혼에 합의하는 대가로 아마존 전체 주식의 4%를 넘겨받았는데 이는 383억 달러(약 5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다만 노 관장이 맥킨지 베조스처럼 재산분할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기도 한다.

베조스 부부가 거주하던 미국 워싱턴주는 이혼할 때 결혼 후 형성한 재산을 똑같이 나누는 ‘부부공동재산’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결혼 뒤에 누가 벌었느냐를 불문하고 재산을 50대 50으로 나누는 원칙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이와 같은 부부공동재산 제도가 없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결혼 전에 형성됐거나 상속으로 취득한 재산이 ‘특유재산’으로 분류돼 원천적으로 재산 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
 
최태원 노소영 '1조' 이혼소송 6일 결과 나온다, SK 지배구조 영향은

▲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국내법에 의하면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은 특유 재산으로 인정받을 공산이 크다. 최 회장은 1999년 1360억 원가량의 SK 주식을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에게 상속받았다.

게다가 결혼 뒤 SK 기업가치 증대에 노 관장이 어느 정도 기여를 한 것이 인정되더라도 1조 원 이상의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 관장은 SK그룹 내에서 어떠한 직책도 맡은 적이 없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판결 결과가 앞선 재벌가의 이혼 소송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과 이혼한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은 1조2천억 원의 재산분할을 청구하였으나 141억 원만 인정받았다. 이는 재판부가 이부진 사장이 보유하던 주식 대부분을 특유재산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보유하던 한진칼 지분 등을 특유재산으로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올해 11월 남편 박모씨와 이혼 재판에서 재산분할로 13억3천만 원만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법무법인의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대법원 판례도 선대로부터 상속, 증여 받은 ‘특유재산’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한다”며 “노 관장의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려면 최 회장의 SK 지분이 부부가 공동으로 협력해서 모은 재산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