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국언론 활용 한국과 협력 필요성 여론전, 미국과 갈등 위기감 반영

▲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자국 언론을 활용해 한국과 경제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계획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윤석열 대통령.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정부가 자국 언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한국과 첨단 산업 등 경제적 협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첨단 산업에서 중국이 미국과 갈등으로 세계시장에서 고립될 처지에 놓이자 한국을 우군으로 적극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중국 관영매체 차이나데일리는 23일 “한국 및 중국의 미디어와 언론, 전문가들이 두 국가의 협력 강화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정부 관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산당 대변인 역할을 하는 쑨예리 중국 선전부 부부장은 최근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와 중국 국무원이 온라인으로 개최한 제14차 한중 고위언론인 포럼에서 연설을 맡았다.

그는 “한국과 중국은 가까운 이웃이자 뗄 수 없는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며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각국 언론이 국민의 이해관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쑨 부부장은 중국 정부가 한국과 관계 개선으로 아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안정화시켜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한중 언론인들이 과제를 안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과 중국이 인공지능과 친환경 산업, 반도체 등 분야에서 진행하는 협력과 관련한 내용을 더 적극적으로 취재해 보도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언론계는 신화통신과 환구시보 등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매체가 여론 조성에 큰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정부와 공산당이 주도하는 사실상의 언론통제도 이뤄지기 쉬운 환경에 놓여 있다.

공산당 관계자가 중국 언론 고위관계자를 향해 한국과 협력에 관련한 보도를 늘려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사실상의 보도 지침을 내렸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반도체와 전기차를 비롯한 첨단 산업 분야에서 한국과 관계 발전이 다급한 처지에 놓인 점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현재 미국과 주요 산업 주도권을 두고 패권 다툼을 벌이면서 갈등을 키우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및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을 전 세계 다른 국가와 분리시키기 위해 수출 규제와 차별적 정부 지원 등 정책을 시행하면서 중국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세계 반도체와 배터리산업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과 협력 관계를 증진하는 일은 중국이 미국의 압박을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현지 언론을 향해 한국과 첨단 산업 분야의 협력 관련 보도를 확대하라고 요청한 점은 결국 여론전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글로벌타임스와 차이나데일리 등 영문으로 발간되는 주요 중국 관영매체는 최근 미국을 비판하고 중국과 세계 다른 국가의 협력을 강조하는 내용의 보도 기사를 눈에 띄게 늘리고 있다.

공산당 지침에 따라 이런 보도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쑨 부부장이 한국 언론인에도 같은 요청을 내놓은 점이 실제 보도에 반영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는 사실상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그만큼 한국과 경제 분야 협력에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한국이 중국과 거리를 두고 미국을 가까이하려는 외교적 태도를 지적한 셈이기 때문이다.

주요 관영매체는 한국이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중국과 관계를 단절하는 일은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불러올 것이라며 사실상의 경고에 해당하는 보도를 내놓은 적도 많다.

시진핑 중국 주석도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중국이 주요 산업 공급망에서 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는 요청을 내놓았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