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올빼미도 사라진다, 생물다양성 위험 지대 한반도 멸종위기종은?

▲ 긴점박이 올뺴미는 한반도에 서식하는 대표적 올뺴미 종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중국, 일본은 물론 시베리아 등 산림에 폭넓게 서식하고 있어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에서 비교적 멸종위기와는 거리가 먼 ‘관심대상(LC)’으로 지정된 종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환경부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에 지정됐을 정도로 개체수 유지에 위기를 겪고 있다. <환경부>

[비즈니스포스트] 생물다양성 문제는 기후변화 대응과 함께 인류의 대표적 환경분야 도전과제로 꼽힌다.

생물다양성은 종 다양성(Species diversity), 생태계 다양성(Ecosystem diversity), 유전 다양성(Genetic diversity)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경제발전을 위한 산림파괴, 특정 동물의 남획, 기후변화 등이 함께 맞물린 지구적 현안이다.

국제사회는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BD,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을 통해 생물다양성 확보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2월에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제15차 당사국총회 2부(CBD COP 15.2)가 열린다.

생물다양성 파괴는 우리의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에서는 올해 10월 ‘지구생명보고서 2022(Living Planet Report 2022)’를 통해 1970년 이후 2018년까지 50년 남짓한 기간에 야생동물 개체군의 규모가 평균 69%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한국 역시 생물 다양성 위기에서 예외는 아니다.

환경부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마다 개정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을 보면 한국의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2007년 221종에서 2017년에 267종으로 늘었다. 현재 15종의 추가 지정이 예고된 상태다.

환경부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1급, 2급으로 구분해 지정하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은 ‘자연적 또는 인위적 위협요인으로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어 멸종위기에 처한 종’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은 ‘자연적 또는 인위적 위협요인으로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어 현재의 위협요인이 제거되거나 완화되지 않을 경우 가까운 장래에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종’을 의미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적색목록(Red List)을 통해 멸종위기 동물을 위태로운 순으로 절멸(EX), 야생절멸(EW), 위급(EN), 위기(EN), 취약(VU), 준위협(NT), 최소관심(LC) 등으로 분류한다. 그밖에 정보부족(DD), 미평가(NE) 등 등급도 있다.

한국에서 자취를 감춰가는 대표적 동물 몇 가지를 짚어 본다.

◆ 올빼미

올빼미는 대표적 야행성 맹금류다.

올빼미와 부엉이가 자주 혼동되나 부엉이는 생물 분류상 올빼미목 올빼미과에 속하는 올빼미의 한 종류다. 영어권에서는 같은 단어인 ‘Owl’로 지칭되기도 한다.

올빼미는 야간 시력이 매우 뛰어나 서양에서는 ‘어둠을 궤 뚫어 보는 새’라며 지혜를 상징하는 새로도 여겨진다.

고대 그리스 신화를 다루는 그림, 조각상 등 예술품에서 지혜의 여신인 아테나의 상징으로, 일상에서도 학교나 도서관 등의 상징물로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지혜의 상징인 올빼미를 더는 국내에서 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

국내에 서식하는 대표적 올빼미 종은 긴점박이 올빼미(Ural Owl)다.

긴점박이 올빼미는 세계적으로 보면 중국, 일본은 물론 시베리아 등 산림에 폭넓게 서식하고 있어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에서 비교적 멸종위기와는 거리가 먼 ‘관심대상(LC)’으로 지정된 종이다.

하지만 현재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에는 2급으로 지정돼 있다.

국내에서는 오대산, 설악산 등 강원도 산간지역이 주요 서식지지만 산림면적 감소와 기후변화에 따른 먹이 감소 등으로 생존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에서도 특정 올빼미 종이 멸종위기에 놓인 곳이 적지 않다.

특히 극지방에 주로 서식하는 흰올빼미(Snowy Owl)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의 취약(VU) 종에 지정됐을 정도로 긴급한 멸종위기에 놓인 올빼미 종이다.
 
이러다 올빼미도 사라진다, 생물다양성 위험 지대 한반도 멸종위기종은?

▲ 사향노루는 사향을 얻을 수 있는 동물인 만큼 수백 년에 걸쳐 남획에 시달려 왔다. 그 결과 사향노루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에서 취약(VU) 종으로 분류돼 있다. 한국에서도 사향노루는 환경부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된 상태다. <국립생태원>

◆ 사향노루

사향(musk)은 인류에게 가장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아온 향료다.

사향을 사고팔기 위한 교역로인 ‘사향지로(麝香之路)’는 2천 년 전부터 히말라야를 가로질러 고대부터 동양과 서양을 이어준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사향을 향한 인류의 사랑은 사향노루(Siberian musk deer)에게는 재앙이 됐다.

사향이 수컷 사향노루의 생식선 분비물에서 얻어지는 만큼 사향을 얻기 위한 남획은 수백 년에 걸쳐 이어졌다.

그 결과 사향노루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에서 취약(VU) 종으로 분류돼 있다.

한국에서도 사향노루는 환경부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된 상태다.

사향노루는 과거에는 한반도 전역에 분포했으나 한때 멸종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현재는 강원도 산간과 비무장지대(DMZ)에 수 십 마리 정도 개체수가 남은 것으로 파악된다.

환경부는 2016년 내놓은 ‘DMZ 일원의 생물다양성 보고서’를 통해 “만약 비무장지대가 없었다면 사향노루는 이미 멸종했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천연기념물 지정 등 정부의 노력으로 사향노루는 남획의 위기에서는 벗어났으나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위기가 사향노루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사향노루는 해발고도 1천 m 이상의 아고산지대에서 서식하는 동물로 겨울철 먹이를 제공하는 침엽수가 필요하지만 기온상승 등 영향으로 침엽수의 개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향노루는 인공 번식이 쉽지 않은 동물이어서 개체수 복원을 위해 중국 등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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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리도롱뇽은 아시아에 서식하는 도롱뇽 가운데 유일하게 허파가 없는 도롱뇽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아시아에 서식하는 대부분 도롱뇽과 달리 북중미에 서식하는 도롱뇽은 대부분 허파를 가지고 있는 만큼 고리도롱뇽의 존재는 대륙이동으로 도롱뇽 종이 이동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 고리도롱뇽은 현재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에서 위기(EN) 종으로 지정돼 있다. <환경부>

◆ 고리도롱뇽

200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연물인 동물을 원고로 하는 소송이 제기됐다.

이른바 ‘천성산 도롱뇽 소송’으로 환경단체인 ‘도롱뇽의 친구들’이 경남 양산시 천성산을 관통하는 원효터널의 건설 공사가 해당 지역 생태계를 파괴한다며 ‘천성산 도롱뇽’을 원고로 내세워 공사 중지를 요구했던 소송이다.

물론 법리적으로 소송의 당사자는 자연인, 법인만 가능하므로 2006년 대법원은 도롱뇽의 원고적격 부분에서는 각하로 결론을 냈다.

하지만 법적 타당성 여부와 관계없이 도롱뇽을 소송의 주체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대중의 눈길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이때 소송의 원고로 거론됐던 도롱뇽이 바로 ‘고리도롱뇽’이다.

고리도롱뇽은 1990년대에 고리원전 인근에서 발견된 도롱뇽이라 ‘고리도롱뇽’으로 이름 붙여진 한국의 고유종이다.

학명도 ‘Hynobius yangi’로 뒷부분의 ‘yangi’는 발견자인 양서영 인하대 교수의 성을 따서 지어진 것이다.

고리도롱뇽은 아시아에 서식하는 도롱뇽 가운데 유일하게 허파가 없는 도롱뇽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아시아에 서식하는 대부분 도롱뇽과 달리 북중미에 서식하는 도롱뇽은 대부분 허파를 가지고 있는 만큼 고리도롱뇽의 존재는 대륙이동으로 도롱뇽 종이 이동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

고리도롱뇽은 현재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에서 위기(EN) 종으로 지정돼 있다.

올해 초 경남 지역에서 이어진 기록적 가뭄으로 개체수에 상당한 타격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다 올빼미도 사라진다, 생물다양성 위험 지대 한반도 멸종위기종은?

▲ 경주 황남대총에서 발견된 비단벌레 날개 장식 마구의 출토로 과거 한반도에 비단벌레가 대량으로 서식했을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사진 왼쪽은 복원된 유물에 사용된 비단벌레 날개의 모습. 

◆ 비단벌레

1973년부터 1975년까지 경주 황남대총이 발굴되는 과정에서 화려한 마구가 부장품으로 잇따라 출토됐다.

마구들은 하나같이 황금으로 도금된 동판 장식 사이사이에서 영롱한 빛을 내고 있었다.

금록색 빛을 내뿜는, 보석으로 추정됐던 물체의 정체는 바로 비단벌레의 날개다.

수천 장의 비단벌레 날개가 사용된 마구의 발견으로 과거 한반도에 비단벌레가 대량으로 서식했다는 사실이 확실해졌다.

이전까지 한반도에서는 비단벌레가 살지 않았던 것으로 여겨졌다.

일본은 호류사에서 보관 중인 국보 ‘옥충주자(玉蟲廚子, 옥충은 비단벌레의 일본식 표현)’를 근거로 비단벌레 날개 장식도 일본의 독창적 공예기법이라 주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황남대총의 발굴로 국내에서 비단벌레 서식지를 찾는 작업도 진행됐고 전남 백양사 일대 등 남부지방 곳곳에서 비단벌레 서식이 확인되면서 비단벌레는 200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현재까지는 전남 일부 지역에서만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에는 농촌진흥청의 분석결과 한국의 비단벌레가 일본의 비단벌레와 다른 종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Chrysochroa coreana’라는 학명도 얻었다.

비단벌레는 2012년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됐으나 2018년 1급으로 상향됐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에서는 미평가(NE) 종이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