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카론크리에이티브 대표 신예지 "헝그리 정신 아이돌그룹 키워요"

▲ 10월29일 CGV왕십리에서는 가상 유튜버 4인조로 구성된 버추얼 아이돌그룹 '레볼루션 하트'의 싱글앨범 발표 행사가 열렸다. 레볼루션 하트의 소속사 카론유니버스를 이끌고 있는 신예지 카론크리에이티브 대표이사는 8년 동안 아나운서로 활동하다가 이스포츠업계와 콘텐츠업계에서 영향력을 쌓고 있다. 사진은 8일 서울 송파구 카론크리에이티브 사옥에서 만난 신 대표. 

[비즈니스포스트] 8년의 아나운서 경력을 접고 콘텐츠업계에서 새롭게 전문성을 쌓아가고 있는 여성 CEO가 있다.

MZ세대 사이에서 떠오르는 뉴미디어 콘텐츠 분야에서 조금씩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신예지 카론크리에이티브 대표이사다.

신 대표는 '카론'이라는 이름아래 △3개의 게임구단(카론e스포츠) △55개 팀의 콘텐츠 창작자(카론크리에이티브) △5명의 아티스트(카론유니버스) △47명의 아나운서 및 쇼호스트를 책임지고 있다.

8일 서울 송파구 카론크리에이티브 사옥에서 만난 신 대표는 지난달 첫 싱글앨범을 발표한 카론유니버스의 아티스트인 버추얼 아이돌그룹 '레볼루션 하트'의 성공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 아이돌그룹 '레볼루션 하트' "무조건 성공할 겁니다"

'레볼루션 하트'는 가상 유튜버 4인으로 구성된 버추얼 아이돌그룹이다.  

가상 유튜버는 실시간으로 인물의 움직임을 본딴(모션트래킹) 뒤 3D 아바타를 입히는(3D 모델링) 가상현실(VR)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다. 2016년 일본에서 첫 선을 보인 뒤로 인터넷방송(스트리밍)업계의 새로운 흐름이 됐다.

신 대표는 일본에서 먼저 유행하던 가상 유튜버를 한국식으로 선보이기 위해 오랜기간 준비를 했다.

그가 지난달 29일 CGV왕십리에서 열린 ‘레볼루션 하트’ 싱글앨범 발표 행사에서 털어놓은 심경은 역설적으로 준비과정에서 느낀 어려움이 아닌 덤덤함이었다.

"쇼케이스 행사가 아무 문제없이 마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첫 발을 내딛은 거라 큰 감흥이 느껴지진 않는다."

신 대표는 올해 4월 음악전문 브랜드 카론유니버스를 출범시키고 '레볼루션 하트'를 영입해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신 대표는 '레볼루션 하트'의 팬들을 위한 콘텐츠 및 관련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을 갖고 있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가상 아이돌을 직접 육성하고 있는 신 대표가 생각하는 성공 요인은 의외였다.

그가 뽑은 것은 바로 '세대 간 인식 차이'였다.

“우리 세대는 가상 유튜버를 접했을 때 ‘누가 저 캐릭터 연기하고 있을까’ ‘연기자의 실제 성격은 어떨까’하며 뒤편에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진다. 이런 생각은 가상 유튜버 콘텐츠에 몰입을 방해한다. 반면 1020세대들은 가상 유튜버의 캐릭터성이나 세계관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즐기고 있다."

콘텐츠 기획자가 의도한 세계관에 팬들이 쉽게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은 비현실적인 요소를 더한 콘텐츠 생산의 가능성을 더욱 넓혀준다.

실제로 레볼루션 하트의 콘셉트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시대(세계 종말시대)의 혁명군’이다. 이들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레볼루션 하트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더빙 만화, 애니메이션 등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신 대표는 레볼루션 하트가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레볼루션 하트의 멤버들이 가상 유튜버로 입지를 쌓는 동안 한 때는 비주류로 지내며 인고의 시절을 견뎠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이들의 ‘헝그리 정신’이 성공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힘을 주어 말했다.

“8년 동안 방송계를 경험하며 갖게된 안목에 비춰봤을 때 어려운 시기를 헤치고 올라온 사람들이 방송계에서 오래 활동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런 이유에서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된 레볼루션 하트는 성공의 반열에 반드시 오를 것이다.”

실제로 레볼루션 하트는 기분 좋은 출발을 하고 있다. 이들을 항햔 팬들의 관심은 현실 속 여느 아이돌 못지않다.

레볼루션 하트의 쇼케이스는 티켓 오픈 3분만에 1100여 석이 모두 매진됐고 응원봉, 뱃지, 키링, 티셔츠, 마우스패드 등 관련 상품도 온라인몰인 카론스토어에서 동이 났다. 

카론유니버스는 새로운 가상 아이돌그룹의 론칭도 준비하고 있다.

신 대표는 조만간 오디션을 열어 새로운 가상 아이돌그룹의 멤버를 선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가상 유튜버로서 잠재력이 있는 지원자를 선발해 트레이닝을 거친 후 선보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연습실, 녹음실 등의 시설과 트레이너, 작곡가 등 아이돌 육성에 필요한 준비도 모두 마쳤다.

◆ 카론크리에이티브의 시작과 성장, '신중함'이 빚어낸 열매

아나운서였던 신 대표가 방송국을 떠난 것은 2017년이다. 신 대표는 당시 기존 미디어의 쇠락과 뉴미디어가 떠오르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찾았다.

신 대표는 먼저 e스포츠업계 관계자들로부터 기획업무로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아 액토즈소프트의 e스포츠기획팀 과장으로 입사했다. 신 대표는 그곳에서 맡았던 업무가 적성에 맞아 큰 만족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당시 신 대표는 e스포츠 기획자로서 2017년 글로벌 e스포츠 대회인 ‘WEGL’의 출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듬해에는 e스포츠구단 운영에도 뛰어들었다.

신 대표는 2018년 '배틀그라운드' 종목의 프로게임단 감독으로 부임해 선수 선발과 팀 운영에서 재능을 보였다. 신 대표는 감독으로서 아시아지역 대회 우승을 차지했을 뿐 아니라 '하스스톤'으로 종목을 넓혀 본인의 e스포츠사업인 '카론'을 시작했다.

하스스톤 팀 역시 창단 첫해에 아시아지역 대회에서 우승했다. 이후 신 대표는 카론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 유튜브 창작자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다중채널네트워크(MCN)사업을 시작했다.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신 대표 역시 초기에는 경험과 지식이 많이 부족했다. 특히 '사람'을 대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당시 뒤통수도 맞고, 혼나도 보고, 자금이 모자라 사재를 넣기도 했다. 알려지지 않은 시행착오가 굉장히 많았다. 모든 스타트업의 경영자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이겠지만 직원이나 창작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중요했다. 나도 모르게 직원이나 창작자들에게 압박을 가할 때가 있더라.”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도 어려웠다고 했다.

"뜨거운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확신한 콘텐츠가 막상 시큰둥한 반응이 나오기도 했고, 창작자 관련 논란이 발생했을 때 시청자가 들불처럼 일어날 때도 있었다. 어린 나이의 창작자가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들을 잘 타이르고 사태를 원만하게 수습하면서 동시에 시청자의 반응도 살피는 일이 조심스러웠다."
 
물론 사람 때문에 뿌듯함을 느낄 때도 있었다.

신 대표는 소속 창작자인 인터넷 방송 ‘괴물쥐’가 유튜브 채널 구독자 100만 명을 달성했을 때 자신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고 말해줬을 때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괴물쥐는 구독자 7만 명 시절부터 신 대표와 카론에서 어려운 일, 기쁜 일을 함께 겪어온 카론크리에이티브의 '공신' 격인 창작자다. 

한때 소속 창작자와 함께 콘텐츠에 출연하기도 했던 신 대표는 현재는 사업가로서 역할에만 몰두하고 있다. 2020년부터 사업에 좀 더 진지하게 임하게 되면서부터다. 바쁜 업무로 개인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올리는 것도 멈췄다.

“그저 매일 일의 연속이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면서 지내고 있다. 꼭두새벽에 집에 가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길 정도이다. 다만 새벽 5시 방송에 맞춰 새벽 2시에 기상하는 등 주어진 일을 하면서 생활패턴이 꼬였던 과거보다는 일정한 생활패턴을 가지면서 스스로 주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돼 한결 나아졌다.”

하루를 마치 일주일처럼 정신없이 보내는 신 대표이지만 재충전의 시간은 꼭 갖는다.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해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거나 게임을 하며 자신에게 정성을 다한다. 사실 신 대표가 e스포츠업계에 뛰어든 것도 학창시절부터 게임을 즐겨왔기 때문이다.

신 대표의 경영을 상징하는 단어는 ‘신중함’이다. 

20대에 번 수입으로 시작한 사업이라 신중함에 신중함을 더했다고 한다. 가상 아이돌 콘텐츠사업을 선택한 것도 수익성 있는 사업을 물색한 뒤 오랜 준비기간을 걸쳐 신중하게 결정했다.

신 대표는 자신의 신중함이 카론크리에이티브가 흑자를 계속 유지해 온 밑바탕이 됐다고 말한다.

카론크리에이티브는 현재 외부로부터 투자유치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 과거에도 받은 적이 없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온전히 회사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다.

“그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 외부투자를 받게 되면 투자자의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다. 내가 가려는 길로 회사를 이끌기 위해 도움을 받지 않고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헤쳐나가고 싶다.”

e스포츠업계에서 여성 CEO로서 겪는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신 대표는 창업자로서 사업을 이끌어나가는 고민이 더 크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신 대표는 KBS 아나운서로 활동할 당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자신의 꿈을 쫓아 방송국을 과감하게 떠났다.

그리고 그가 예전부터 꿈꿔왔던 일들을 '카론'을 통해서 하나둘씩 이뤄가고 있다. 

“카론크리에이티브가 탄탄하고 끈끈하게 여기까지 성장하면서 팬들의 소중함을 항상 깨닫는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테니 계속 사랑해달라.”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