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신세계백화점이 미술품 경매업체 서울옥션 인수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신세계그룹의 신사업을 책임지는 자리를 맡게 된 재무전문가 허병훈 백화점부문 기획전략본부장이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신세계 서울옥션 인수 고민 중, 재무전문가 허병훈 신사업 전략 다시 짜나

▲ 신세계백화점이 미술품 경매업체 서울옥션 인수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신사업을 책임지는 자리를 새로 맡게 된 재무전문가 허병훈 백화점부문 기획전략본부장(사진)이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신세계>


3일 신세계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수천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옥션 인수를 두고 신세계그룹이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2월 서울옥션의 지분을 일부 인수하면서 사업 제휴를 시작한 이후 서울옥션 최대주주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옥션의 지분 일부를 인수한 이후 1년이 다 되어가도록 별다른 진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신세계가 서울옥션 인수와 관련해 해명공시를 올린 것만 벌써 3번이다.

신세계는 올해 6월16일 서울옥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해명공시를 통해 "서울옥션 인수를 검토한 바 있으나 확정된 바는 없다"고 알렸다. 이후 7월15일, 10월14일에도 같은 내용의 해명공시를 올렸다. 

신세계그룹이 이처럼 서울옥션 인수를 두고 오랜 고민을 이어오고 있는 데는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진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금융업계 안팎에서는 당초 신세계가 서울옥션 최대주주가 들고 있는 지분 약 556만 주(지분율 31.28%)를 인수하기 위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4만 원가량으로 거래 가격을 맞춰 약 2천억 원 가량을 쓸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올해 6월 2만5천 원 안팎을 오가던 서울옥션 주가가 최근 1만7천원대까지 내려가면서 신세계 입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과도하게 매긴 셈이 돼 다시 가격 협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더해 최근 금리와 환율 상승 등으로 기존보다 비용 부담이 늘면서 인수합병(M&A)에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인수합병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다”며 “사업에 꼭 필요한 투자가 아니라면 수천억 원에 이르는 비용을 쏟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아트 비즈니스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미술품의 전시·판매·중개·임대업 및 관련 컨설팅업을 회사 정관에 사업목적으로 추가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서울옥션의 지분 4.82%를 확보하는 데 280억 원을 투자했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을 이끌고 있는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미술에 조예가 깊은 만큼 미술품 경매가 신세계의 신사업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서울옥션 인수가 지지부진한 데다 이번 정기인사에서 그동안 서울옥션 인수를 추진해 온 차정호 사장이 물러나고 허병훈 본부장이 온 만큼 새로운 신사업 전략을 펼 수도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앞서 신세계는 바이오 사업 진출을 시도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신세계가 보톡스 전문기업 휴젤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결국 인수전에는 불참했다.

이번 정기인사에서 신세계백화점의 신사업을 책임지게 된 허병훈 본부장이 재무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 만큼 신세계의 재무 상황을 고려해 서울옥션 인수와 관련한 다른 전략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허 본부장은 삼성물산, 호텔신라, 신세계그룹 등 ‘범삼성’ 계열사에 오래 몸담으며 ‘삼성 엘리트’라는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그는 신세계그룹에 합류하기 앞서 삼성물산과 호텔신라에서 일했는데 2006년 삼성물산에서 만 43세라는 이른 나이에 상무보 자리에 올랐다. 2000년대 중후반에는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에 파견을 나가 삼성그룹 현안에 대응하기도 했다.

이후 호텔신라로 자리를 옮겨 경영지원실장, 호텔&레저부문장 등을 맡으면서 비즈니스호텔인 신라스테이를 출범시켜 호텔 수익성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물산, 호텔신라 등에서 재무를 담당하며 무역, 물류, 레저 등 여러 사업을 경험한 만큼 백화점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과는 2018년부터 인연을 맺었다. 2018년 7월 신세계그룹 전략실 기획총괄 부사장보를 시작으로 전략실 지원총괄 부사장, 관리총괄 부사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신세계 지원본부장을 맡았으며 올해 인사에서 백화점부문 기획전략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허 본부장은 1962년 출생으로 경남 김해에서 태어났다. 동아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수학과 졸업했다. 김지효 기자